나도 이젠 나를 잘 모르겠다.

내가 걷는 길이 부디 해피엔딩이기를.. (주절주절)

by 하리하리

아니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아닌 것에 고개를 돌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락 한통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겉으로는 쿨한 척했다. 승리감에 도취된 척했다. 하지만, 그건 승리감이 아니었고, 반가움이었다. 당신의 (별거 없어 보이는) 연락 한통은 내 마음에 송두리째 (기쁨의) 파장을 일으켰다. 떨리는 마음으로 답을 했고, 만났다.


사실 그 사람은 언제나 똑같았다. 정말 똑같았다. 생각해 보면 당신의 매일 똑같았던 일상에 내가 침범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누구에게 말도 제대로 못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혼자 침범하고, 내가 혼자 지치고, 나 혼자 서운해 하고, 사실 말이 안 되는 거였지만, 내가 이만큼 했으니 상대도 이만큼 해 주기를 바라는 내 욕심이었다. 이 정도 했으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 사람이 오래도록 구축해 놓은 삶의 영역에 위배되는 기대였다. 그 기대가 현실이 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내가 바라거나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대를 가졌다는 건 잘못된 것이었다.


별 거 없었다. 그 사람과 만나서 대화하고, 맛있는 거를 먹고, 커피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 이야기 안 할 때는 이보다 즐거울 수 없었다. 심지어 그 사람과는 통화만 하는데도 계속 웃음이 나왔다. 피식피식 말고 준박장대소급의 웃음이 나왔다. 사실 요새 나는 이 감정이 뭔지 정의내리기 참 어렵다. 그 사람도 굳이 정의내려 하지 않기에 나도 정의내리는 것에는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전보다는 훨씬 깨끗해졌지만, 가끔씩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런데 뭐 어쩌겠나? 내가 시작한 일인데.


주변에서 가끔 그런 얘기를 한다. 네가 놓으면 되지 않냐? 맞다. 사실 그러면 된다. 원래 난 되게 잘 놓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나를 보면 절대 납득가지 않을 말이겠지만, 진짜 그렇다. 그런데 요번에는 이상하게 잘 못 놓겠다. 상대가 그렇게 하라고 요구한 것도 아니고, 나도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글쎄.. 아쉬워서인가? 그냥 그 사람과의 행복한 시간들이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붙잡아서인가? 이것마저도 쉽사리 정답을 내지 못하겠더라(생각해 보면, 우리 인생에 정답이 있나 싶다).




사실 그 동안 살면서 인생에서 이렇게 정답인지 오답인지도 모를 길을 오랫동안 걸어 왔던 적이 없었다. 충분히 내 의지로 그 길을 끊어버릴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그러지 못하고 있다(아마 미련 때문이겠지). 그래서 말인데 기왕 걷고 있는 이 길의 종착점에 정말 내 인생에서 다시 없을 행복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다. 아직 참 많이 어렵지만, 나도 이 길을 걷는 것이 아프거나 외롭거나 힘들지 않게 조금씩 변화를 줘 보려고 하니까. 크리스마스가 저물어가는 이 밤에 조심스럽게 소원으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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