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라고.

점점 소박해지는 꿈

by 카레

어릴 때 내 꿈은 딱히 없었다.

그냥 열심히 일하면 돈이 모이고,

넓은 마당이 달린 2층 집에 가정도우미를 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모님 호강시켜드릴거라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다.


20년 후, 부모님 호강은 커녕,

내 입에 풀칠하며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고 괜찮은 전세 얻는 것이 바람이 됐다.


요즘 내 꿈은 결혼이다.

돈을 언제 모아서 혼수를 대고, 집을 사고,

아기를 낳고 키울 수 있을까.


내가 고딩 때 결혼하신 친구 언니네 부부는

현재, 경제력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고 있다.


결혼하자는 남자친구의 프러포즈에

돈이 없어서 못한다고는 차마 말을 못하고,

결혼 생각이 없다고 핑계대는 드라마 여주인공한테

전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작은 것에도 감사해할 줄 아는 청년이 되라고.

뼈아픈 경험도 해봐야 청춘이라고.

그래서 이렇게 살기 팍팍한 것인가?


학교 특강을 열심히 들었다고

기념품을 준다기에 학교를 방문했다.

겨우 학교 마크가 새겨진 수첩이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블루투스 셀카봉이었다.

득템. 지하철에서 사려고 고민하다가 안샀는데

현명한 선택이었나보다.


이게 뭐라고.

셀카봉을 받고 나오는 내 얼굴에 자꾸 입꼬리가 올라가고

신이 나서 가족들과 남자친구에게 사진을 찍어보내 자랑했다.


이 하나에도 시간이 멈춘 듯,

엄청 행복해하는 스스로를 보며,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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