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25 일기
2026. 2. 25. 수요일 ― 맑음
오늘은 날씨가 좋은 것 같았다. 아니, 좋았다.
지난주부터 기다리던 전화가 있었는데 지금 까지 연락이 없다가 이제야 전화가 왔다. 결과를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일단 매듭이 지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기다림이 끝났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설날 이후 오랜만에 수영장을 찾았다. 친하게 지내는 두 분도 만났지만, 오늘은 미술 수업은 쉬기로 했다. 대신 수영을 끝까지 채우고 싶었다.
강습 1시간, 그리고 이어진 1시간의 Fin수영.
오늘은 운동을 제대로 한 듯하다. 우측 횡격막이 적당히 자극을 받았고, 발놀림 덕분에 종아리에는 기분 좋은 근육통이 남았다. 몸이 스스로 오늘의 노력을 증명해 주는 느낌이다.
두 시간을 채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의 빛이 유난히 맑고 깊었다. 문득 마당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 하나에 괜스레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매일 반복되는 길인데도 오늘은 다르게 느껴졌다. 신이 난 사람처럼, 같은 골목이 낯설 만큼 즐거웠다.
집에 도착해 냉장고에서 맥주 한 병을 꺼냈다. 마당으로 나가려다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하나가 빠졌다. 음악.
다시 들어와 새로 마련한 스테레오 시스템을 켜고, Piano Man의 실황 연주를 틀었다. 음악이 공간을 채우자 비로소 오늘의 장면이 완성되었다.
다시 마당으로 나섰다. 강한 햇빛이 내리쬐었지만, 오늘은 그 빛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고 싶었다. 살이 조금 타더라도 상관없었다. 그저 오늘의 빛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었다.
골목을 지나던 이웃—아주머니인지 아저씨인지 분간은 되지 않았지만—목줄에 묶인 제법 덩치 큰 진돗개와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 평범한 풍경마저도 오늘은 유난히 평화로워 보였다.
이제 하루를 정리할 시간이다.
내일은 연재 중인 단편소설의 다음 회차를 이어갈 예정이다. 큰 줄기는 이미 짜여 있지만,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은 아니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이 나를 책상 앞으로 끌어당긴다. 처음 구상했던 이야기와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그 변화 또한 흥미롭다.
현실에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지만, 소설 속에서는 가능하다.
그 세계 안에서만큼은 내가 조물주다.
그래서,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