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마케팅] 시사저널 연재 시즌2 ⑧ 브랜드 메시지 -슬로건 중심
‘어떡하지? 숨고하지! 어떡하지? 숨고하지?’
갑자기 거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나가보니 70대 어머니가 빨래를 정리하시면서 혼잣말을 하고 계셨다. 무슨 놀이라도 하시는 듯 리듬까지 타가며 되뇌시는 어머니께 그 말을 반복해서 하는 이유를 여쭈었다. 재미있게 들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어머니의 일상 속에 있는 말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누구나 왜 그럴 때 있지 않은가. ‘이거 어떡하지?’하는 순간.
이 말은 생활서비스 분야의 고수를 연결해주는 매칭 플랫폼 브랜드 ‘숨고’의 브랜드 광고 카피이다. 광고를 보면 일상생활에서 한 번씩 일어날 수 있는 ‘막막한’ 순간들을 ‘어떡하지?’ 한 마디로 일관되게 표현하고 있다. 친숙한 상황과 익숙한 표현이 직관적이고 명확하다. 전 국민 생활 솔루션을 표방하는 이 브랜드는 문제적 상황에 솔루션을 빠르게 제공하겠다고 즉답이라도 하듯 서비스의 특성을 짧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70대 노모의 귀를 사로잡으며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브랜드는 첫인상이 중요하다. 그래서 고객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고, 어떻게 보일지 결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고객과 브랜드가 만나는 접점에서 브랜드의 첫인상이 인상적일 때, 고객은 브랜드에 호감을 가지고 관심을 가지며 머릿속에 쉽게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를 소개할 때 바라는 좋은 인상을 강렬하게 심어 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가 언어적 메시지다. 특히 브랜드가 바라는 모습으로 고객에게 각인시키고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메시지일수록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은 브랜드의 정체성, 본질, 약속, 가치, 방향성, 혜택 등을 담은 메시지를 개발해 마케팅 전반에 걸쳐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이때 브랜드와 메시지에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짧고 간결한 문구를 사용한다. 이런 문구는 광고 카피, 슬로건, 태그라인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브랜드 슬로건은 광고 카피는 물론, 모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사용되어 브랜드의 방향성을 소개하고 고객 접점에서 친밀감 있는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고객의 시선을 끈 슬로건은 종종 유행어가 되기도 한다 ‘나는 당신의 에너지(I am your Energy)’는 GS칼텍스의 브랜드 슬로건이다. 처음 광고 캠페인으로 소개되었을 당시, 문구에 운율, 리듬 등이 더해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일상생활에서 종종 응원의 메시지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이 슬로건은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을 만들어가는 에너지 전문기업을 지향한다’는 GS칼텍스의 브랜드 정체성에 따라 도전, 혁신, 신뢰, 환경이라는 핵심 가치와 비전을 담고 있다.
사람들이 우리의 브랜드를 어떻게 생각하면 좋겠는가? 수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짧은 시간 안에 원하는 바대로 고객에게 인지시키기 위해서는 짧고 간결한 문장이 효과적이다. 물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간단명료할수록 반복하기 쉽고 연상하기도 쉬워진다. 그만큼 듣거나 읽는 모든 사람들이 기억하기 쉬운 슬로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좋은 슬로건은 브랜드를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시켜 브랜드 인지도뿐만 아니라 브랜드 선택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유명한 슬로건들이 있다. 슬로건을 듣는 순간 브랜드가 떠오르는 좋은 슬로건들이라 할 수 있다. 나이키의 ‘그냥 해(Just Do it)’가 대표적이다. 1988년 처음 광고 캠페인을 시작한 이 슬로건은 나이키의 광고 및 패키지 등 지금까지 브랜딩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사용되고 있다. 캠페인 당시 경쟁 브랜드였던 리복을 추월하고 지금의 우리가 알고 있는 나이키로 성장하는 데 기여한 슬로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인기만큼 인터넷 밈도 많이 존재한다. 지난해에는 한글날을 맞아 ‘그냥해’ 한글 문구가 새겨진 운동화를 국내에 한정 출시하기도 했다.
최고의 슬로건 중 하나로 평가받는 슬로건은 애플의 ‘다른 것을 생각하라(Think Different)’이다.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복귀한 스티브 잡스가 당시 위기에 처한 애플의 브랜드 위상을 되살리고 컴퓨터 업계의 강자 IBM의 ‘생각하라(Think)’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이 슬로건은 1997년 광고 캠페인이 실시된 이래 2002년까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성공했다. 고객, 직원 및 주주 등을 결집시키며 위기 상황에 있던 애플에 재건의 발판을 마련해 주고 새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이 슬로건이 지금까지 사랑받으며 최고의 슬로건으로 평가받는 또 다른 이유는 애플이 무엇인지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신이 무엇인지 그 브랜드 정체성과 가치를 단 두 단어로 함축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데 있다. 캠페인, 광고, 포스터 및 컴퓨터와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킨 것으로 높이 평가받는데, 애플의 사용자도 다른 것을 생각하고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며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는? 동서식품의 맥심 카누를 쉽게 떠올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동서식품은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고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슬로건을 개발해 전면에 배치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성과 가치가 제대로 담긴 슬로건은 낯설고 새로운 경험에도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카누는 카페에서나 마실 수 있었던 아메리카노 맛을 홈카페로 구현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고객에게 각인시켰다.
슬로건이 눈과 귀를 사로잡고 기억에 남으면 쉽게 브랜드가 연상되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슬로건에 표현되는 언어는 브랜드의 비전과 가치, 지향하는 방향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브랜드를 포지셔닝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운율이나 어조가 음향적 효과를 가질 때에는 슬로건의 재미를 배가시켜 보다 더 빨리 브랜드를 인지시킬 수도 있다. 고객이 오래 기억하면, 브랜드의 소속감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으며 브랜드에 긍정적 태도를 갖는다.
좋은 슬로건에서 사람들은 종종 영감을 얻기도 한다. 제대로 잘하면 더 나은 고객 관계를 구축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따라서 브랜드 슬로건은 모든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고객의 경험에서 일관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그 브랜드가 무엇이고 어디로 향하는지 명확하게 안내해야 한다. 고객에게 거짓이나 착각을 일으키는 표현은 극도로 경계하고 사실을 기반으로 진정성 있게 소통해야 한다. 나아가 브랜드가 내건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위 글은 '시사저널' <아하! 마케팅>에 연재한 ' 짧지만 강한 한 줄의 힘’의 원문입니다. 시즌2로 새로이 10회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B2B를 잠시 벗어나 마케팅 전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주제에 따라 B2B 내용도 포함합니다. 원문과 발행된 글을 비교해 보는 재미를 위해 원문을 공유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다시 소환하고 있으니 가지고 계신 인사이트도 다시 소환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 이 글은 어때요?
- 시사저널 <아하! 마케팅> 시리즈 시즌2
8회.
7회. 슬쩍 ‘쿡’ 찌르니 알아서 ‘콕’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6회. 고객은 ‘재미’를 싣고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5회. ‘인플루언서’ 넘어 ‘임플로이언서’로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4회. 가격은 스토리가 중요하다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3회. 소셜 미디어를 넘어 소셜 셀링으로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2회. 크리에이티브 전성시대, ‘나를’ 브랜딩하라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1회. 2022년 마케팅의 핵심 키워드는 '고객 가치'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 시사저널 <아하! 마케팅> 시리즈 시즌1
10회. 하이테크 시대, 하이터치가 필요하다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9회. 진정성 있어야 고객에게 ‘돈쭐’ 난다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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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ESG 춘추전국시대, 마케팅 어떻게 하나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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