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마케팅] 시사저널 연재 시즌 3 ⑩ 브랜드 위기관리 마케팅 편
본 글은 '시사저널' <아하! 마케팅>에 마지막으로 연재한 '위기에 대처하는 브랜드의 자세 ’의 원문입니다. 그동안 'B2B외전'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B2B를 잠시 벗어나 마케팅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며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소환해 글을 썼는데, 가지고 계신 인사이트가 잘 소환되었길 바랍니다. 앞으로는 본연의 분야로 돌아와 B2B내전으로 비즈니스와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갈 예정입니다.
계속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스타벅스코리아를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지난 5월 말부터 스타벅스가 증정 및 판매한 굿즈 ‘서머 캐리백’에서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된 이후다. 스타벅스는 지난 7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서머 캐리백 리콜을 단행했다. 고객에게 보상 및 교환 조치를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고, 이에 대한 캠페인도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이 시민 단체는 스타벅스가 고객을 방치하고 기만했다고 주장하며 소비자기본법 위반 혐의로 대표를 고발했다.
서머 캐리백을 사용한 후 고객들이 피부 질환 등을 호소했는데도 스타벅스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한 달 가까이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스타벅스에 대한 논란은 또 있었다. 지난 4월에는 매장에서 사용하는 종이 빨대에서 휘발유 냄새가 난다는 고객 의견이 잇따르자 해당 빨대를 전량 회수해 폐기한 바 있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커피 맛이 변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었다.
연이은 논란은 위기의 신호탄일 수 있다. 브랜드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조직의 성장에까지 위협이 될 수 있다. 신뢰를 잃은 브랜드는 고객이 외면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위기 없이 브랜드와 조직이 지속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은 언제든 어느 브랜드에나 있을 수 있다.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 상의 아주 작은 논란부터 심각한 피해나 손실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브랜드를 위기 상황에 처하게 할 수 있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캡슐형 타이레놀 제품을 복용한 시민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타이레놀 제조사 맥닐의 모회사인 존슨앤존슨은 큰 위기에 직면했다. 사건 발생 후 타이레놀의 시장점유율은 35%에서 7%로 폭락했고, 주가도 급락했다. 존슨앤존슨은 최고경영자를 필두로 위기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즉각 대응에 나섰다. 사건 규명이 되기도 전에 경찰 및 언론과 협조하여 해당 사실 및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타이레놀 캡슐 복용 중단을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해당 사건 전까지 언론 노출에 소극적이었던 존슨앤존슨은 적극적으로 언론에 나서 사과를 하고
사건의 진상을 알렸다. 조사 결과, 소매 유통 과정에서 누군가 고의로 청산가리를 투입한 것으로 밝혀져 존슨앤존슨은 시카고 지역의 타이레놀만 수거해도 됐지만, 미국 전 지역에서 대대적인 리콜을 단행했다. 병원과 약국에는 타이레놀 처방 및 판매 금지를 요청했고, 범인 검거에도 1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인명 피해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전방위적인 조치를 취했다.
존슨앤존슨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숨기거나 경위부터 파악하려 들지 않았다. 사건의 책임에서 벗어났다고 안도하지도 않았다. 시장 가치 하락, 리콜로 인한 손실이 상당했지만 즉시 위기관리위원회를 만들어 피해자를 지원하고 인명 피해가 더 늘지 않도록 과하다 싶게 조치하며 투명한 소통에 집중했다. 해당 사건 이후에는 이물질 투입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변조 방지 포장재도 개발했다. 이런 대응 조치를 지켜본 고객들은 존슨앤존슨을 칭찬하며 외면하지 않았다.
존슨앤존슨과 타이레놀은 해당 사건 이후 그 어렵다는 고객의 신뢰 회복과 함께 시장 점유율도 회복했다. 1982년 존슨앤존슨의 위기 대응은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위기관리의 표본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 발생 시 숨기거나 대충 넘어가려고 미적대다가는 더 큰 위기를 자초하게 된다. 작은 균열이 거대한 붕괴로 이어지는 법이다. 부정적인 문제를 인지했을 때가 가장 위기가 작은 때이다. 그때를 놓치지 말고 모든 최선의 조치를 신속해 취해야 더 큰 위기를 막는다.
1982년 3월 미국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깨진 유리창 이론’을 발표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고 한다.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범죄학 이론이다. 이 이론은 마케팅에도 응용된다. 아주 작고 사소한 문제라도 방치하면 고객은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로 확장해 인식하고 브랜드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다. 따라서 고객 경험 전 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작은 문제라도 개선해야 한다.
깨진 유리창을 발견했다면 빨리 수리하고 더 이상 깨진 유리창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예방하는 것이 브랜드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아무리 오래 공들여 쌓아 올린 신뢰의 탑이라도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 작고 사소해 보여도 기업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 된다. 지금은 투명한 세상이고, 투명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게다가 빨라야 한다. 모호하고 느리게 대충 소통하는 브랜드에 너그러운 고객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카카오게임즈는 미숙한 운영과 이용자와의 소통 문제로 큰 곤란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국내 이용자들이 시위 비용을 모금해 마차 시위에 나섰다. ‘일본과의 차별 대우’ ‘한국 유저 무시하나’ '소통하라' 등의 현수막을 건 마차를 끌고 나와 카카오게임즈가 위치한 판교 일대를 돌았다. 카카오게임즈가 일본 사이게임즈의 게임 우마무스메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일본판과 다른 정책을 시행하고 이벤트 공지를 미흡하게 하며 도마 위에 올랐다.
카카오게임즈 대표가 이용자와의 간담회에 나서고 사과문을 발표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환불과 보상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긴 했지만 일단 집단 환불 소송을 예고했고,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떨어졌다. 일본판과 다른 여러 차별적인 점에 대해 이용자들의 불만과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카카오게임즈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는 평가도 있었다. 앞으로의 카카오게임즈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이유다.
고객과의 소통은 기술이나 제품 격차가 크지 않고 차별화가 어려운 요즘 시대에 고객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주요 전략 중 하나이다. 브랜드가 위기에 직면했다면 더 중요하다. 제대로 소통하지 않으면 고객을 유지하고 고객생애가치를 극대화시켜 장기적으로 자산화하기가 더 어렵다. 신뢰를 잃고 지속 성장의 토대 구축 기회를 날려 버리는 꼴이기 때문이다. 신뢰 회복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애초에 신뢰를 잃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
신뢰를 잃고 싶은 브랜드가 세상 어디에 있으랴. 하지만 문제를 예방하지 못하고 그 문제로 허덕이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피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했다면, 회피하지 말고 과할 정도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도록 신속하고 투명하게, 최선을 다해 고객과 소통하며 대처 방안을 내놓는데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것이 위기 극복의 시작점이다.
★ 그동안 [B2B외전]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이 글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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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게임과 마케팅의 찰떡 콜라보로 고객에 손짓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 시사저널 <아하! 마케팅> 시리즈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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