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언론 관계 구축 기술 3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지요? 네. 맞아요. 2000년 청춘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KBS2TV 미니시리즈 가을동화에서 원빈이 한 대사예요. 지금 들어도 심~쿵! 하네요.
예전에 친절한 마녀에게 이 대사를 떠올리게 하는 뉴스 기사가 있었는데요. 한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스타트업 미디어의 게시물에서 시작되었지요. [관련기사 : [오후 2시 기자 방담] “돈 받고 기사 쓴다면서요?”] 직장 다니던 시절, 마녀도 동료 직원들에게 비슷한 말을 들었던 지라 그 기사 내용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어느 정도 규모도 있었고 미디어 PR를 계속 해왔던 기업이었는데도 동료 직원들이 "그 기사 얼마 주고 냈어?”라고 묻는데 너무 당황스러웠지요. ‘그럼 난 뭐 하는 사람인데? 기사를 사는 사람인가?’하는 생각이 툭 튀어 오르더군요.
가을동화의 원빈과 송혜교 대사로 빌어 다시 한번 표현하자면 이런 상황이 되겠죠?
이미지 출처ㅣ가을동화, KBS2TV(2000)
이건 드라마 대사입니다. 말 그대로 드라마 대사죠. 아마 현장에서 맨발에 땀나도록 뛰고 있는 홍보담당자나 취재 기자들이 들으면 기겁을 할 소리입니다. 물론 드라마가 현실과 개연성 높은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가 많으니 아예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정상(?)적인 뉴스 매체라면 보이스 피싱처럼 기사를 빌미로 돈이나 금품을 요구하지는 않는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뉴스 미디어를 표방하는 매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어쩌다 기사를 돈으로 사고파는 불상사가 일어날 때도 있지만, 마녀는 그런 비정상적인 매체들보다 열심히 취재하고 보도하는 정상적인 매체가 더 많다고 믿어요.
당시 해당 매체도 얼마나 억울했으면 ‘본 지는 유가 기사가 없습니다. 기사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라는 게시물을 소셜 미디어에까지 올렸겠어요. 아마 이런 오해를 사는 뉴스 매체들이 한두 곳은 아닐 겁니다. 때때로 매체의 유료 광고 상품과 기사를 혼동하는 경우가 그럴 것이고, 비정상 매체에 의해 생긴 오해가 커져 다른 정상적 매체들까지 도매급으로 넘어가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뉴스 매체와의 관계 구축은 꼭 필요한 걸까요? 각 기업이나 개인이 판단할 몫이겠지만, 오랫동안 미디어 PR이 상품과 서비스의 구매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되어 온 건 사실이에요. 물론 PR이 언론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위 말하는 언론홍보를 활용한 마케팅은 아직까지 꽤 효과가 있습니다. 80년대 우리나라의 도루코와 품질이 비슷했던 면도기 회사 질레트가 현재 세계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언론 보도 및 미디어 이벤트와 같은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들이 있었고, 이를 통해 성공적인 영업 성과를 내고 다시 연구 개발에 재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라는 건 유명한 마케팅 PR(MPR) 사례예요.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의 갤럭시 같은 유명 브랜드들의 성장에도 역시 독창적인 마케팅 전략이 있었고, 그 전략에 미디어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지요.
또한 마녀의 B2B 마케팅 경험만 살펴보더라도, 언론에 보도된 기업의 솔루션이나 비즈니스 성과 기사를 보고 잠재 고객들이 문의를 해온다거나 영업 상담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었답니다. 지금은 전통적인 언론 매체 외에 SNS와 같은 대중적이고 파괴적인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들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마케팅 PR 측면에서 아직까지 전통적 언론 매체들이 가지고 있는 공신력이나 신뢰성을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봐요. 따라서 독자와 소비자에게 유의미한 기사로 활용될 수 있는 상품 및 서비스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커뮤니케이션한다면, 뉴스 매체와의 올바른 관계 구축은 조직이나 기업의 비즈니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언론과의 올바른 관계 구축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관계란 어느 한쪽의 일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기업과 뉴스 매체,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홍보 담당자와 기자와의 상호 의사소통과 협력에 의해 맺어질 때 올바르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즉 가까이하기도 어렵고 멀리 하기도 어려운 관계를 뜻하는 말이지요. 기자와 홍보 담당자 사이를 일컬어 종종 업계에서 쓰이는 말인데요, 서로 가까이 하기도 멀리 하기도 어려운 상대라는 것이에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마녀는 어떠한 순간에도 상호 존중을 잊지 않는다면 가까이 하자는 입장이에요. 관계란 서로 맺는 거니까 어느 한쪽이 먼저 가까이 다가서려 노력하면 보통의 경우 다른 한쪽도 그에 상응하는 반응을 하기 마련이니까요. 얼마 전 기자들과 이 주제에 대해 얘기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마녀의 생각이 크게 틀리지 않는 것 같았어요. 기자들에게 물어본 언론과의 관계 구축 기술,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어요.
1.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라
친구들 중에 필요할 때나 아쉬울 때만 연락하는 친구가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각자 사정이야 있겠지만, 조금은 얄미워 보일 것 같죠. 매체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크든 작든 회사의 소식을 꾸준하게 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수많은 기업이나 정보 속에서 자신과 기업을 계속해서 기억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고요. 뉴스 매체가 필요할 때 연락하면 대기하고 있다가 ‘아이쿠,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냉큼 기사로 내보내겠습니다.’라고 하지는 않겠지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스타트업이나 작업 기업일수록 쉽게 포기하지 말고 계속 접근 시도를 해야 해요. 뉴스 매체라 해도 담당 분야를 맡고 있는 기자들은 사람이잖아요. 계속해서 연락을 해오는 홍보 담당자를 매번 무시하기는 어렵지요. 이건 오랫동안 실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매체 기자들이 전해준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잠깐! 커뮤니케이션 방법에도 꼭 신경 쓰세요. 소개 자료나 보도자료를 보내면서 담당자 연락처를 남기지 않는다거나 아직 친분이 쌓이지도 않았는데 카톡으로 연락한다거나 이메일이나 문자에 이모티콘을 남발하는 일들은 기자를 살짝 당황스럽게 만들 수 있으니 주의하면 좋아요. 특히 마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람의 인연인데요. 만났다가 헤어지고, 또다시 만날 수도 있는 것이 사람 인연이잖아요. 담당 기자의 출입처가 변경되었더라도 무 자르듯 연락을 끊지 말고 가능하다면 계속해서 연락할 것을 추천해요. 홍보 담당자의 소속이나 일이 바뀌든 담당 기자의 소속이나 일이 바뀌든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고, 또 그 인연으로 서로 큰 도움이 될 때가 있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라도 말이지요.
2. 매체의 성격을 파악하라
천편일률적인 보도자료보다는 매체와 기자가 집중하는 이슈와 아이템을 공부하고 그에 맞는 아이템을 기획해 제안하는 것이 매체 관계를 슬기롭게 구축하는 기술 중 하나라 할 수 있어요. 하루 평균 20~30통 이상의 보도자료를 받고 취재로 늘 바쁜 기자들에게 조직이나 기업의 일방적인 보도자료가 매력적으로 보이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특히 매일 아이템을 발제하고 취재를 다니기에도 바쁜 기자의 눈과 귀를 보도자료 하나로 사로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때가 많지요. 기업이나 조직 입장에서 제아무리 중요하고 특별한 내용일지라도 매체 입장에서 카테고리로 분류해 보면 비슷하거나 일반적인 내용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데요. 그럴 때 매체와 기자가 최근 관심을 보이는 주제나 내용이 무엇인지, 해당 매체가 트렌드에 민감한지 전문 기술이나 탐방 기사에 역점을 두는지 등을 파악해 구체적인 취재 아이템을 기획해 제안하면, (설령 수용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자 입장에서 대환영일 거예요. 가려운 곳 긁어주는 효자손처럼 고마운 존재가 또 있을까요? 확실하게 기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아이템들을 많이 찾아 제안해 볼 것을 마녀는 정말 강력 추천한답니다!
3. 상호 존중하라
매체 기자는 누구의 편을 들어주거나 일방적으로 기사를 써 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홍보 담당자 역시 매체 기사를 사거나 부탁하는 사람이 아니지요. 서로 목적하는 바가 있는 상호관계예요. 뉴스 매체로서 취재하고 담당자로서 홍보하며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뿐인 관계에서 어느 한쪽도 다른 한쪽의 일을 호도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기자에게 일방적으로 기사를 내달라는 요구는 무례할 수밖에 없고, 홍보 담당자에게 맡겨 놓은 자료 찾듯이 무조건 자료나 답변을 요구하는 것도 곤란해요. 이건 친분이 쌓이고 오래 커뮤니케이션을 해온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매체 입장을 조금 더 설명하면, 기사 작성이나 취재 권한은 기자의 고유 권한이에요. 정상적이라면 요구하거나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보도자료를 보내든 취재 아이템을 제안하든 쓰고 안 쓰고의 최종 결정은 기자의 권한이니 존중을 해야 해요. 이때 홍보 담당자들은 한 번 기사화가 안되었다고 실망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을 중단해서는 안 된답니다. 계속해서 임무에 충실하듯 설명하고 또 설명하고 정보를 전달하다 보면 기자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해 주는 날이 점점 늘어날 테니까요. 이때 같은 정보라도 독자나 사용자 관점에서 혹은 트렌드에 맞게 변화를 주며 인사이트를 제공해 보세요. 관련 사항에 대해 궁금할 때마다 기자가 먼저 연락을 하고 홍보담당자의 이야기에 고객을 끄덕일 겁니다.
이상 3가지로 매체와의 관계 구축 기술을 정리해 보았는데요. 살펴보니, 뭐 특별할 게 있나 싶지요? 맞아요. 관계 성립에 있어 종종 등장하는 보편적인 내용들이에요. 비즈니스 상황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지요. 하지만 때로는 보편적인 것들을 실천하기가 더 어려워요. 잘 알고 있고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자주 무시하기 일쑤죠. 보편적인 것들은 잘 변하지 않아요. 기술들이 발전하고 시대가 변해도 통용되고 유지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보편적인 것은 어렵지만 아주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어요.
관계란 어려운 거잖아요. 이상형을 만나 첫눈에 반하듯 한 번에 서로 인정하는 관계가 되면 좋겠지만, 인간의 삶이, 비즈니스 세계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우리 홍보마케터들이니 각자의 영역에서 시간을 들여 더 멀리 내다보는 관계를 구축해 나가길 응원합니다! 오늘도 마케팅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전쟁을 치르고 있을 홍보마케터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상 친절한 마녀였습니다.
※ 본 글은 친절한 마녀가 디지털 미디어 '블로터'에 기고한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터리] 얼마면 되니? 글의 원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