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길에서 찾은 나의 관심사

by Grace

나는 대학 시절 상담심리를 전공했다. 심리학이라는 분야는 항상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인간의 마음, 그 복잡한 감정의 세계를 탐구하며 누군가의 고통을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설레게 했다. 강의실에서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언젠가는 상담사로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품었다. 그러나 그 꿈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했다.


이후 관련된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다. 특별히 가고 싶은 학교가 미국에 있었고, 그 학교만을 바라보며 준비했다. 그곳은 내가 수많은 책과 논문을 통해 동경하던 장소였다.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 그리고 그곳에서 만날 동료들과의 수많은 대화가 나의 상상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렇게 내 미래를 한정지었던 것 같다. 모든 계획과 목표가 그 한 학교에 맞춰져 있었다.


‘Marriage and Family Therapy(MFT)’라는 과정에 들어가기 위해 막학기에는 연구조교(RA)로 활동하며, 그 과정에서 심리학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이 연구조교의 역할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수많은 자료를 정리하고, 논문을 쓰며 학문적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와 동시에, 토플 시험을 준비하며 느꼈던 긴장감은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면접을 보던 날, 긴장된 마음으로 말문을 열었고, 이 모든 과정이 내가 원하던 길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단계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원하던 미국 대학원에 합격했다. 내가 이룬 성취에 대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상상했던 미래가 이제 눈앞에 펼쳐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학비 문제는 내 예상과 달리 해결되지 않았다. 부모님께서는 약 1억 원이 넘는 미국 대학원의 학비를 부담스럽게 느끼셨고, 결국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셨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내 마음은 허탈했다. 모든 꿈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았으나 문과 전공자로서 장학금을 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내가 진학하려던 학과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이라 장학금 혜택에 더 많은 제한이 있었다. 결국 나는 대학원을 포기하게 되었고, 3일 동안 방에 틀어박혀 울었다. 그날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었다. 세상이 나를 외면한 듯한 고립감이 엄습했다.


현실을 받아들여 대학원이 아닌 취업의 길을 선택했다. 그 선택은 내 마음의 상처를 덮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상담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대학 생활 속에서 내가 진정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눈을 반짝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생각의 중심에는 ‘음식’이 있었다. 음식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나에게 감정의 원천이자 소통의 도구였다.


어린 시절, 힘든 일이 있을 때 집에 돌아오면 엄마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간식을 먹고 이야기하던 기억이 난다. 엄마의 요리는 언제나 나에게 위안과 안식을 주었다.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신 간식은 나의 고단한 하루를 녹여주는 특별한 요리였다. 아마도 그때의 감정이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처음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갔을 때 다양한 셰프들의 음식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던 순간도 생각난다. 그 화려한 요리들은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음식을 통해 세상을 탐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때 느꼈던 설렘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여행을 가면 장소보다 맛집을 먼저 찾았고, 사람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해도 음식 메뉴는 한 번 보면 외웠다. 그곳에서의 경험은 늘 나에게 새로운 감동과 영감을 주었다. 길은 잘 찾지 못해도 음식점을 기억해 그곳으로 길을 찾곤 했다. 음식점에 들어서는 순간, 내가 이전에 겪었던 모든 기분이 되살아났다. 음식은 나의 일상 속에서 특별한 기억과 순간을 만들어주었다.


음식은 나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그래서 나는 무작정 ‘음식’과 관련된 일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나의 삶은 계획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만약 내가 원래 계획대로 대학원에 갔다면, 평생 음식에 대한 나의 관심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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