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유아동 패션 MD?

by Grace

인턴에서 정규직 MD로 전환된 날, 환희가 밀려왔다. 비록 식품 MD가 아닌, 뜻밖에도 유아동 패션 MD로 배정됐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식품 MD로 옮길 수는 없을까요?" 간절하게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한 "No."였다. 그렇게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의 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처음 맡은 브랜드들은 아담한 규모의 제품들뿐이었다. 양말, 잠옷, 머리끈 같은 아이템들. 그래도 "한 번 키워보자!" 하는 마음으로 애정을 쏟아보기로 했다. 브랜드 관계자들에게 직접 연락을 돌려가며 함께 홍보 행사를 기획하고, 밤늦게까지 자료를 준비했다. 기대하지 않던 작은 브랜드가 내 손에서 조금씩 반짝이기 시작했고, 팀장님도 그런 내 노력을 알아봐 주셨다. 작은 브랜드라 해도 진심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인정받는 것, 그 기쁨은 말로 다 못할 만큼 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확신이 서지 않았다. 유아동 의류를 하나하나 살피면서도 내 마음은 식품 MD를 그리워했다. 영아용 패딩 재질이나 아기 옷 색상을 확인하는 일이 낯설고, 쉽게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수록, 스트레스는 쌓였다. 이전 동기들과의 점심시간이 기다려졌던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색함이 묻어나는 사무실에서, 친밀감을 쌓기에도 부담스러운 시간이 되어 버렸다.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는데도 "이렇게까지 해서 여기 남아야 하나?"라는 의문이 자꾸 마음을 울렸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식품 MD’로 가기 위한 자소서를 다시 정비하기 시작했다. 지원서를 내고 나니 한 줄기 희망이 생긴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도착한 서류 합격 통지, 그것도 ‘idus’라는 회사였다. 사실 이름만 들어서는 잘 몰랐지만, "식품 MD"라는 직무명이 얼마나 반갑던지. 강남에서 홍대까지 허겁지겁 반차를 내고 달려갔다. 준비해 둔 면접 질문지를 펼쳐 봐야겠다는 생각도 잠시, 눈에 보인 갈비탕집에 들어가 무작정 식사부터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왠지 긴장이 풀리는 듯했고, 그제야 나도 모르게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idus 사무실에 들어서게 되었다.

idus 사무실은 예상 밖이었다. 천장까지 이어진 나무 인테리어와 자유로운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다. 과자와 음료가 가득한 진열대, 편하게 게임을 하는 직원들까지. 이곳이 정말 회사가 맞나 싶었지만, "이곳에서 일하면 재밌겠는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드디어 면접실에 들어가, 준비해 둔 PT 자료를 꺼냈다. 그리고 준비한 깜짝 아이템, 노래가 있었다. 당시 내가 준비한 곡은 악동뮤지션의 "똑같은 것들 사이에 튀는 무언가, 우린 그걸 작품이라고 불러"라는 가사가 담긴 노래였다. 이 가사가 idus의 브랜드 철학과 딱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에, 면접 자리에서 틀었다. 면접관들이 미소 짓는 모습에 '이제 됐다'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한껏 간절했던 만큼 더 신나게 발표했고, 첫 면접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깊이 이 회사에 다니고 싶다는 열망이 차올랐다.

면접이 끝나고 면접관이 직접 1층까지 배웅해 주었다. 그 세심한 배려와 웃음 속에서 '아, 나도 여기서 즐겁게 일할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새로운 도전이 서서히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과연 나는 합격할 수 있었을까? 그 다음 이야기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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