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는 그리워하는 마음, 거기에 한 글자 '병'을 더하면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그리움의 의미가 된다. 그때의 모든 것이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건 아니고, 순간이 어쩌다 떠오를 뿐이다. 나에게 호텔은 향수병까지는 아니고 심심치 않은 향수로 정의된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다. 나의 기준에서의 삶은, 나라는 존재의 만족이 오르락내리락했을지언정 지나온 흔적을 돌이켜보면 무언가 느낌있는 내공이 쌓였다고 생각된다. 그렇게 나의 첫 발걸음이 시작되었으니까.
- 못할 건 없어!
"좀 더 있다가 가라 세상 살기 어렵다.." , "무슨 그렇게 심한 말을.. 나가서 떡볶이 장사를 하더라도 나가서 하렵니다. 먼저 갑니다~" 들으면서 웃었다.나도 곧 따라가리. 직업이 무엇이던 지금보다는 낫겠지. 나가서 시작하자. 세상 두려울게 뭐 있나? 그렇게 군대에서 나와 세상과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뭐든 다 할 수 있었다. 마음만큼은.
- 즐거움과 그 이면
맨파워는~, 이벤트 오더를 보면~, 오늘 개런티는~, 인차지는~, 세일즈와 협의를~ 등등 새로운 언어들과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이 말하지 않았던가. 호텔리어를 향해 만든 명언 같았다. 남들이 보기에 화려한 무대와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을 하고, 멋드러진 정장을 차려 입고 더울 때 시원하고 추울 때 따듯하게 근무하는 환경, 이 모든 걸 떠나서 외적으로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면이 더 강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화려한 무대에 주인공을(=소위 고객) 지원하기 위해 구두를 신고 10시간 이상 서있어야 했고, 힘들지만 얼굴엔 항상 미소가 있어야 했다. 어느 순간 미소가 사라졌지만 말이다. 그 절정은 기념일에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다른 가족들을 만족시킬 때에, 나의 가족과는 기념일 같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올바른 상황인가 혼동이 되었다.
- 성수기와 비수기
성수기와 비수기가 극명하게 나뉘었다. 성수기는 말도 안 되는 업무량으로 버티는 자가 승리했다. 별을 보고 출근해서 별을 보고 퇴근을 하고, 비수기는 어느 정도 쉬다가 너무 쉬어서 방학인 줄 알았다. 힘든 여정 속 이러한 비수기는 물을 구경 못하는 사막에서 겨우 찾아낸 오아시스였다. 하지만 그 방학이 끝나면 새로운 루틴을 맞이하기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쉽게 말해서 행복하지 않았다. 물론 일이라는 것은 남을 위해 일을 하여 보상을 받는 것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해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다 먹다 삼켰다.
- 안녕은 또 다른 안녕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저의 길을 가도록 할게요. 젊은 패기로 2년을 머물렀던 곳, 문을 박차고 나왔다. 문 밖에 행복이 마중 나와 있을 줄 알고. 달려 나가니 새로운 세상이 내게로 다가왔다. 다음번에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하나 잊지 못하는게 있다. 몸은 힘들었지만 네 탓 내 탓하지 않고 서로를 이끌던 인간미로 으쌰 으쌰 하던 그때가 가끔 생각나기도한다. 이 부분이 향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