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도져서인지
감기 때문인지
늘상 반복되는 작은 이별을 앞둬서인지
씁씁하고 허전한 마음이 가득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져버리고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비관과 자기연민에 또 빠져있다
미친듯이 우울한건 아닌데
발을 동동 구를 정도로
울적한 마음이 가득하다
나는 또 이대로
자빠져서 병든 개마냥
헥헥거리기만하다가
끝나버리고 말 것 같다
채울 수 없는 권태와
붙잡을 수 없는 욕망
그 한 가운데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자꾸만 어리석은 판단들을 거듭하는
내가 무섭다
모든 생각과 판단들을 유보하고
일단 멈춰있는게 맞을까
내가 두렵다
내가 너무 끔찍하다
다시 나만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서
웅크리고 있어야겠다
나는 죄악이다
우울이라는 악성 종양을 전파시키는
암덩어리 그 자체다
정말 나는
애초에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
그런 사람일까
왜 이렇게 아둔하고 무지할까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나면서도
한편으로 측은하고 가엾다
그러면서도 또 너무 밉고
너무 안쓰럽고 애틋하다
스스로가 혐오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아이러니
변태같은 나르시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