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책임 있는 사용

기술은 누구의 손에 있는가

by 원성진 화가

칼은 도구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을 쥔 손이 의사라면 생명을 살리고, 범죄자라면 생명을 해친다. 인간의 손은 도덕적 선택의 매개체다.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행위는 언제나 가치판단을 품는다. 그러므로 도구의 운명은 결국 인간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기술 그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중립이라는 말은 기술을 오해하게 만든다. 기술은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그것이 놓이는 사회적 맥락은 언제나 권력과 욕망으로 기울어진다. 중립은 허상이며, 사용은 현실이다.


책임 있는 사용이란, 기술의 중립성 뒤에 숨은 인간의 의도를 끝까지 묻는 태도다. 묻지 않는 순간, 책임은 사라진다. 책임 있는 사용이란 ‘누가,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일이다. 그것은 도덕의 마지막 보루다.


오늘날 우리는 무인 드론이 전쟁터에서 날아다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은 주식시장의 변동을 예측하며, 심지어 범죄 가능성을 점수로 매긴다. 기술은 이미 신들의 영역에 도달했다. 그러나 신화와 달리, 이 신들은 아무런 자각도 양심도 없다. 오직 인간의 지휘와 지시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이런 순간마다 떠오르는 질문은 단순하다. “이것이 과연 옳은가?”
단순한 물음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물음이다. 기술의 진보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옳음의 무게다.

책임은 언제나 인간에게 있다. 기술이 스스로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칼이 자신을 정당화하지 않듯, 드론과 알고리즘도 자기 자신을 변호하지 않는다.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대상은 어디에도 없다. 인간만이 응답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프로메테우스 신화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대가로 혹독한 형벌을 받는 이야기다. 불은 문명을 가능하게 한 선물이었지만 동시에 파괴의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불은 단순한 불꽃이 아니었다. 그것은 문명과 재앙을 동시에 품은 양날의 선물이었다. 기술의 기원은 언제나 이 이중성의 그림자와 함께 시작된다.

기술은 늘 이중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을 쥔 인간은 언제나 책임을 져야 한다. 선물은 축복일 때만 선물이 아니다. 그것을 다루는 태도에 따라 축복은 재앙으로 변한다. 그러므로 책임 없는 손은 가장 큰 위협이다.


책임 있는 사용이란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 모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은 기술을 사용할 때 그것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성찰해야 하고, 기업과 국가 역시 사회 전체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책임은 개인의 양심만이 아니라 제도의 질서로도 구현되어야 한다.


윤리 없는 개인은 위험하지만, 제도 없는 사회는 더 큰 위험을 낳는다.

데이터는 편리하지만 남용될 수 있고, AI는 효율적이지만 차별을 강화할 수 있다. 바로 그 모순이 기술의 진실이다. 인간은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차별을 정당화하기도 하고, 편리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포기하기도 한다.

책임이란 바로 그 균형을 잡는 윤리적 줄타기다. 줄타기는 흔들린다. 그러나 흔들림 속에서 균형을 찾는 순간이야말로 인간이 기술을 다스리는 순간이다.


책임 없는 사용은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환경 파괴적 기술은 기후 위기로, 무분별한 감시 기술은 자유의 침해로, 전쟁 기술은 인간성의 붕괴로 이어진다. 기술의 그림자는 언제나 인간의 그림자와 겹쳐진다. 피해자는 결국 우리 자신이다.

반대로 책임 있는 사용은 신뢰와 지속 가능성을 낳는다. 그것은 단순히 법적 의무가 아니라, 공동체를 지키는 도덕적 기반이다. 책임은 의무를 넘어선다. 그것은 미래 세대와 맺는 보이지 않는 계약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최소한의 약속이다.


기술은 누구의 손에 있느냐에 따라 미래의 모양이 달라진다. 미래는 기계가 쓰지 않는다. 미래는 인간의 손에서 빚어진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지금 기술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


질문은 칼날처럼 날카롭다. 그러나 이 질문을 피하는 순간, 기술은 인간을 삼킨다.

그 대답이 모여 인류의 운명을 결정한다. 운명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사용, 우리의 책임, 우리의 결단 속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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