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순백의 아침 교황님을 만나다

WHITE

by 원성진 화가

2025/01/01/07:00


여행 내내 편안함과 실용성을 우선으로 했던 나의 옷차림은, 2025년의 첫날 아침을 맞이하며 특별한 변화가 필요했다. 이 날은 평범한 하루가 아니었다. 바티칸시국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교황님의 미사에 참석하는 날. 이 순간을 위해 여행 중에 구매했던 블랙 코트를 꺼내 들었다. 그것을 입는 순간, 마치 나 자신도 조금 더 특별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깨끗하고 정갈하게 차려입고 숙소 문을 나서는 발걸음에는 긴장이 뒤섞여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순간은 묘하게 길게 느껴졌다. 새벽 공기는 차가웠고, 길 위에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휴일이라 운행하지 않는 걸까? 아니면 새벽 시간대에는 운행이 뜸한 걸까? 시계 초침이 빠르게 흘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초조한 마음이 나를 사로잡았다. 바티칸에 늦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망설일 틈도 없이 숙소로 다시 돌아가 자동차를 가져가기로 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도로를 달리며, 지금 향하는 곳의 의미를 곱씹었다. 성 베드로 대성당.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며 마음속에 품었던 꿈같은 장소였다. 하지만 단순히 그 웅장한 건축물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교황님의 미사라는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한다는 사실이 더 겸허하게 만들었다. 차 안의 고요한 공기 속에서 기도처럼 다짐했다. 오늘은 내 삶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날이 될 거라고.


성당 근처의 주차장에 차를 세웠을 때, 시계를 확인했다. 미사까지는 아직 세 시간이 남아 있었다. 주차장을 벗어나 성당 광장으로 방향을 바꾸는 순간, 이미 성 베드로 대성당 앞은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그들은 줄을 서 있었고, 대성당은 여전히 거대한 침묵으로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그 침묵은 우리를 압도했고, 그 안에서 우리는 하나의 경건한 기다림으로 묶여 있었다. 줄에 서서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이 시간이 기다림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미사라는 생각을 했다. 차가운 공기 속에 기다리며, 내 앞과 뒤에 선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각자의 언어, 각자의 기도, 각자의 사연을 품고 이곳에 모였을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경건함과 기대감이 서려 있었고, 그 속에서 나는 조용히 나 자신도 그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이윽고, 새벽빛이 어둠을 밀어내고 하늘이 옅은 푸른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대성당의 돔은 점점 빛을 받아 환히 드러났고, 그 거대한 모습은 마치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성문처럼 보였다. 내가 이 줄에 서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역사적인 순간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이미 충분히 축복받았다고 느꼈다. 그날의 첫 햇살이 대성당의 돔 위로 쏟아지던 순간, 나는 내가 삶에서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되뇌었다. 그건 바로 이런 찰나의 경이로움, 인간이 모여 만들어낸 경건함, 그리고 그것을 마주한 내 마음속 깊은 울림이었다.

아침 8시가 되자, 성 베드로 대성당의 입장이 시작되었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입장할 수 있는 순간이 왔다. 차례대로 줄을 따라 들어가며 문턱을 넘는 순간, 나는 한 발짝 내딛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마치 이 공간이 시간을 넘어 이어져 온 기도의 무게와 신성함을 품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성당 내부로 발을 들이는 순간, 오늘 또, 그 웅장함에 압도당했다. 높게 뻗은 천장은 마치 하늘과 맞닿은 듯했고,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빛은 성당 내부를 성스럽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 빛은 이곳에 머무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늘의 축복을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조각과 그림, 금빛 장식으로 가득한 내부는 신앙의 역사와 인간의 경건함을 담은 시각적 기도였다.

서둘러 중앙 통로 가까운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운 좋게도 중앙 통로 뒤쪽에 앉을자리를 찾았다. 지나고 나서도 생각했지만, 사실 이곳이 가장 좋은 자리였다. 성당이라는 공간 안에서 느껴지는 경건한 에너지가, 마치 이 자리가 오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성당 안을 둘러보며 빠르게 더 좋은 자리를 찾아보기도 했으나,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했다.

기다림은 내게 익숙한 초조함도 동반했다. 중간에 화장실을 두 번이나 다녀오며, 혹여 중요한 순간을 녹화하지 못할까 하는 마음에 서둘렀다. 그러면서도 용기를 내어 이탈리아어로 번역한 메시지를 진행 요원들과 신부님들에게 보여주었다. 교황님 가까이에서 미사를 보고 싶다는 이런저런 이유를 적은 간절한 마음을 담은 문장이었다. 하지만 그 요청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내 자리에 돌아와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미사가 시작되었다. 자리 잡고 앉아 주변을 둘러보던 중, 은은한 향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의 냄새는 이곳에 깃든 성스러움과 경건함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향내는 마치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다리 같았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무언가 거룩한 의식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교황님의 상징이 등장하며 엄숙한 행렬이 시작되었다. 성당 안은 고요했고, 향로를 흔들며 연기를 피워내는 사제들과 촛대를 든 사도들, 그리고 각 나라를 대표하는 추기경들이 나아가는 모습은 거룩해 보였다. 금빛으로 빛나는 장식과 의상들이 거룩함의 상징이었다.

이 웅장한 순간을 두 눈과 마음에 새기며, 손에 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동영상 촬영을 이어 갔다. 물론, 사진으로 이 순간의 진정한 경외감을 담아낼 수 없음을 안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 너무나 오고 싶어 했던 이를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어쩌면 또, 이 모든 것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었다.


미사가 시작되자, 성당 안의 모든 공기는 경건함으로 가득 찼다. 마치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영원 속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늘을 위해 겪었던 작은 불편함과 기다림은 모두 사라지고, 마음에는 오직 감사와 평온만이 가득했다. 교황님이 들려주시는 말씀은 영혼으로 스며들었다. 그분의 목소리는 우리 모두를 한순간에 하나로 묶어주는 따뜻한 울림이었다.

이 모든 경험은 내게 묻고 있었다. “너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나는 대답 대신 촬영을 이어갔다. 이곳에서, 이 순간, 나는 내 삶의 어느 순간보다도 더 온전하게 하늘을 향해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것 만으로 충분했다.


내 생애 첫 미사의 참석은, 바티칸 시국의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2025년 첫날에 교황님을 알현하며 드리는 미사가 되었다. 교황님은 내 눈에 점처럼 보였고, 휴대폰의 줌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도 겨우 흐릿한 형체로만 나타났다. 그 마저도 화면 속 작은 형상이었기에 실제로 가까이에서 그분을 뵌다는 감각은 그저 희미한 상상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촬영을 계속했다. 자리에서 제대로 앉지도, 서지도 못한 채 부산하게 촬영을 이어갔다. 아마 주변 사람들이 보기엔 내가 번잡스럽게 보였을 것이다. 낯선 공간, 낯선 의식, 그리고 낯선 행동들로 나는 여전히 이 장엄한 순간 속에 익숙하지 못한 손님 같았다.

미사에 참석해 본 적도 없었던 터라 모든 것이 새롭고 어색했다. 미사의 순서를 따라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저 눈앞의 상황을 따라 하려 애썼다.

그때, 옆에 앉아 계셨던 미국에서 오신 수녀님께서 내가 서투르게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고 알아차렸던 것 같다. 곁에 있던 미사책을 펼쳐 보이셨다. 수녀님은 책장을 넘기며 미사의 순서를 하나하나 짚어 주셨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듯했다. 그녀의 도움 덕분에 처음 접하는 성스러운 의식 속에서도 나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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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미사의 장엄한 종소리가 성당의 높은 천장을 타고 울려 퍼질 때, 그 울림은 공간을 가로지르며, 마음 깊은 곳을 두드리고, 영혼의 문을 열어젖히는 성스러운 초대 와도 같았다. 성가대의 찬송은 천상의 목소리가 지상으로 내려온 듯 내게 다가왔다. 처음으로 성체 성사의 은총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수녀님께서 알려주시는 대로, 두 손을 모으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마치 한 걸음 한 걸음이 그리스도께 더 가까이 다가가는 여정 같았다. 모든 것이 고요했고 조심스러웠다. 사람들의 발소리와 낮은 속삭임조차 멀리서 희미하게 들릴 뿐, 내 마음속은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집중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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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손끝에서 빵이 내 손바닥 위로 내려올 때,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몸이었다. 그 의미의 무게가 내 손바닥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나는 천천히 그 빵 조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입안으로 들어온 그 빵은 신성한 생명의 기운이었다. 천천히 입안에서 녹아드는 그 순간, 오직 감사와 사랑만이 자리했다. 그것이 단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내 삶의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왔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날의 성체 성사는 나를 새롭게 하는 경험이었다. 성체 성사를 통해 그 순간의 평온함은 시간이 지나도 내 마음속 깊이 남아 나를 위로하고 지탱해 줄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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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가 끝날 무렵, 중앙 복도로 교황님께서 지나가실 겁니다. 그때가 가장 가까이에서 뵐 기회예요.”라는 그녀의 말에 나는 어디서 어떻게 촬영을 해야 할지 판단들이 빠르게 스쳐갔다. 내가 앉은자리가 성당 뒤쪽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교황님 과의 거리가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갑자기 성당의 중앙 복도에 긴장이 감돌았다. 참석한 신도들이 중앙 복도 쪽으로 향하며 일어서고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는 그날 미사를 집전하신 교황님께서 휠체어를 타고 신도들에게 다가오셨다. 복도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시는 교황님의 모습은 위엄을 넘어, 한없이 따뜻하고 온유한 아버지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분이 내 앞을 지나가실 때, 그분의 얼굴을 단 1미터 거리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순간은 위치를 잡기에도 바쁘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바빴지만, 오로지 촬영에만 집중했다. 어린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시며 따뜻하게 웃으시던 교황님의 모습과 그 눈빛은 나에게도 닿았다. 그분의 손짓과 미소,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자애로움은 하느님께서 사람을 통해 세상에 전하는 사랑과 축복의 메시지였다. 나는 교황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하늘이 우리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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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촬영하느라, 결국 그 수녀님께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다. 미사가 끝난 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미사가 끝날 때쯤 찾을 수 없었고, 나는 그 인연이 얼마나 특별했는지를 그제야 느꼈다.

미사가 끝나고 나올 때, 나는 성당 의자에서 그날의 미사 책 다섯 권을 챙겼다. 그 순간엔 적당한 수량을 챙겼다고 생각했었고, 더 많이 넣을 주머니도 없었다. 근데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귀국 후 그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고, 좀 더 챙겨 올 걸 그랬나 싶었다. 또 어쩌면 적어서 더 귀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 책들은 내게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의 기억, 그 공간에서 느꼈던 경건함과 고마움, 그리고 낯선 사람의 친절함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매개체가 되었다.


오늘의 모든 순간은 나의 어설픔, 초조함, 그리고 감사함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하나의 특별한 기억이었다. 나는 그날 내가 찍은 영상 속에서 교황님을 다시 보았고, 수녀님께 인사를 건네지 못한 아쉬움 속에서 내가 받은 친절을 곱씹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날 내가 얻은 것은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장엄한 풍경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해지는 작은 사랑의 흔적이었다는 것을. 이후로 매 순간을 더 경건히 살아가고 싶다. 작은 일상에서도 감사하고, 내가 받은 축복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자 다짐한다. 성당의 문을 나서며 광장을 바라보던 그 순간, 나는 분명히 느꼈다.

성당의 문을 나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끝도 없이 이어진 인파, 수십만의 사람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하나의 방향으로 고개를 들고 있었다. 저 멀리 성당 상층부의 작은 창문.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교황님께서 그 창에 나타나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기대와 경건함으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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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제야 느꼈다. 내가 얼마나 특별한 순간과 장소에 있었는지를. 성당 내부에서 교황님과 함께 미사를 드리며 성체 성사의 은총을 직접 경험한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를. 광장을 가득 메운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이 거대한 신성한 순간의 중심에 서 있음을 생각했다.

바람이 광장을 가로질러 불었다. 그 바람에는 사람들의 기도와 희망이 섞여 있는 듯했다. 그곳을 빠져나오면서 기다리는 신도들에게 조금 전 촬영한, 성당 내 미사에서 교황님의 모습을 휴대폰 영상으로 보여드리며 나왔다. 모두들 부러움의 눈으로 또한, 교황님을 직접 뵌듯한 표정으로 교감하며 그곳을 나왔다.

그날의 경험은 종교를 초월한, 인간 본질의 깊은 울림이었다. 미사 중 느꼈던 경건함은 잊고 있었던 평화와 사랑의 본질을 알게 해 주었다. 내가 비록 특정한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사랑과 평화는 모든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하늘의 축복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날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나는 그 축복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 경험은 내 삶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 내가 사랑과 평화를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이 날의 기억은 언제나 나와 함께할 것이다.


런던에서 어제 로마에 도착한 일행과 같이, 그들의 드라이버 겸 가이드가 될 차례였다. 목적지는 로마의 랜드마크들. 계획은 빡빡했지만, 로마의 매력은 충분히 일행들의 피곤을 덜어줄 거라 믿었다.


좁은 골목을 따라 차를 몰아 도착한 첫 목적지는 판테온(Pantheon)이었다. 골목 끝에 자리 잡은 유명한 커피숍에서 이탈리아의 아침을 상징하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셨다. 짧고 강렬한 커피 한 모금은 마치 로마의 첫인상처럼 강렬하고 짜릿했다.

골목을 벗어나 눈앞에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낸 판테온은 매번 보는 이들에게 같은 감탄을 선사한다. 돔의 중앙에 뚫린 둥근 구멍, 오쿨루스(Oculus)는 단순히 빛을 들이는 역할을 넘어 하늘과 신, 그리고 인간을 연결하는 상징적 통로로 여겨졌다. 요즘 VR작업할 때 이용하는 HMD가 오큘러스 제품이다. 이 회사는 이런 의미로 회사명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판테온의 감동을 뒤로하고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였다. 광장으로 들어서기 전부터 들려오는 물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생동감이 넘쳤다. 일행들은 분수를 배경으로 사진은 찍었지만 동전 하나가 없어 던지지 못했다고 한다.

이내 다시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로마를 상징하는 콜로세움(Colosseum)이었다. 1세기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에 의해 건설된 이 원형극장은 검투사들의 싸움과 수많은 희생으로 얼룩진 역사를 품고 있다. 거대한 외벽을 손으로 느끼며, 인간의 욕망과 위대함이 교차했던 공간을 가까이에서 마주했다. 피로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느껴지는 중압감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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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목적지는 성밖 성 바오르 대성전(Basilica of St. Paul Outside the Walls)이었다. 로마의 네 대주교좌 성당 중 하나로, 초기 기독교 건축 양식(바실리카)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은 웅장하면서도 경건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성당의 긴 기둥 회랑은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듯한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이곳은 성 바오르의 무덤이 있는 성스러운 장소로, 기독교 공인 이후 로마가 새로운 신앙을 받아들인 상징적인 장소였다. 기둥 하나하나에 새겨진 장식과 회랑 끝까지 이어지는 긴 축선은 영혼마저도 압도하는 공간이었다.


긴 하루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작은 식당이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이탈리아 음식을 먹으며 피로를 풀었다. 정확히 무엇을 먹었는지는 떠오르지 않지만, 그날의 맛과 따뜻함은 일행에게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오늘의 로마는 판테온의 신비, 트레비 분수의 생동감, 조국의 제단의 상징성, 콜로세움의 역사, 그리고 성 바오르 대성전의 경건함까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도시 로마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였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로마의 골목골목이 한층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오늘 우리는 로마가 품고 있는 시간과 이야기를 만났다. 건축은 사람들이 쌓아온 삶과 역사의 흔적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았다.


새벽의 대성당


기다림은 기도였고, 침묵은 경배였다.

어둠과 빛이 맞닿는 경계에서

검은 코트 자락은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걸었다.


줄지어 선 이방의 얼굴들,

저마다 다른 언어로 같은 소망을 말한다.

영원 앞에서 이름 없는 순간들은

오히려 가장 깊이 새겨진다.


인간이 쌓아 올린 기적과 신의 침묵 사이,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오늘, 이 순간만은 질문이 아니라 존재가 된다.

나는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하다.


신성한 아침


높은 아치 아래 첫 발을 들일 때,

시간은 멈추고 빛은 기도를 품었다.

창을 타고 흐르는 은은한 광채가

수백 년의 숨결을 내 어깨에 얹었다.


향의 연기가 하늘에 길을 열고,

낯선 언어의 성가가 천상의 문을 두드릴 때,

하나의 질문을 받았다.

“너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무겁게 내려앉던 성체의 기운이

입안에서 천천히 녹아내릴 때,

마음이 먼저 무릎을 꿇었다.

이것이, 나를 초대하는 신의 대답임을.



나의 나침반


성당의 문을 나서는 순간,

빛이 가득한 광장이 나를 맞이했다.

수십만의 영혼들이 하나의 창을 바라보며

고요 속에서 기다림.


그곳에선 바람조차 기도가 되고,

침묵마저도 찬송이 되는 곳.

거대한 존재 앞에서 작은 나를 발견하며

나는 하나가 되고, 동시에 전체가 되었다.


신앙이 아니어도 좋다.

우리는 모두 같은 길 위에 서 있다.

희망과 사랑, 평화와 자애는

어느 한 신념에 갇히지 않는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 순간을 가슴에 새기리라.

내 삶의 길이 흔들릴 때마다,

이날의 평화가 나의 나침반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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