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아닌 여행

미국에서 만난 나

by 왕구리

미국에 온지 벌써 2주일이 넘어가고 있다.
어딜 가도 차로 이동해야 하는 곳,
소비를 부르는 마트, 쇼핑몰이 매우 많은 곳,
도무지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를 음식이 많은 곳,
하늘이 비현실적으로 예쁜 곳,
나무가 많은 곳.

내가 있는 이곳, 서배너의 한 작은 마을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처형네의 도움이 크다.
여행이 아닌 삶을 살아본다는 것 자체가 귀한 경험이 되고 있다.
조카들은 미국에 적응하면서 느끼고 알아온 것들을 반짝이는 눈으로 알려준다.
그래서 미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빨리, 더 많이 느껴보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미국이란 나라에서 갑작스레 '삶'을 살아가야 했던 처형네의 조심스러움이 나에게도 전해진 듯 싶다.

여행자라면 문화를 몰라도, 규칙을 몰라도 어느 정도 용인이 되지만
일상을 산다면 다르기 때문이다.
삶을 이어가기 위해 자연스레 습득한 기준이 나에게도 전달되었다.
미국이란 나라는 자꾸 사람을 움츠리고, 주눅들게 만드는 곳이다.

(심지어 미국에 올때도 계획이 없었던)
무계획 여행인간인 우리 가족만의 여행 계획을 세운다.
최소한의 것들만 정해놓고 여행을 떠나 즉흥적으로 즐기는 우리에게 이번 여행은 계획이 필요했다.

장소, 숙소, 이동, 먹거리, 볼거리..
평소와 다른 많은 계획의 배경에는 불안이 존재했다.

여러 후보지 중 우리가 선택한 곳은 노잼도시 애틀란타다.
플로리다, 올랜도, 키웨스트 등 멋진 해변이나 재밌는 볼거리가 있는 곳들도 많았지만,
결국 가장 가깝게 갈 수 있고, 처형네가 가본 곳 중 추천하는 곳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가장 안전한 선택을 했음에도, 떠나기 전까지 불안했다.
그래서 평소보단 많은 계획을 세웠다.

차량 렌트를 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식당을 알아보고.
가고 싶은 수족관, 스톤마운틴, 마틴루터킹 박물관을 중심으로 일정을 짰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을 안고 2박 3일간의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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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던져진 우리는 우리만의 여행 스타일을 즐겼다.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 여행이기에, 평소 우리 스타일이 자연스레 드러났다.
서배너에서 느끼지 못한 나름의 도심지를 즐겼달까.
좀 더 자유롭고 젊은 분위기의 애틀란타 벨트라인에 살짝 반해버리기도 했다.
수족관 돌고래쇼를 놓쳐도, 맛있다던 샌드위치를 먹으러 갔지만 그날은 영업을 하지 않아도,
평이 좋은 채식 레스토랑에 가지 못해도 괜찮았다.
돌고래 대신 바다사자쇼를 볼 수 있어 괜찮았고, 샌드위치 대신 미국식 피자를 맛볼 수 있었다.
굶주린 배를 안고 지나가다 들른 타코집에서 먹는 야외 식사는 환상적이었다.

길고 긴 도로를 운전하는 일,
세계 최대의 수족관에서 다양한 수중 생물을 만나는 일,
거대한 돌산을 천천히 걸어 오르내리며 자연을 만끽하는 일,
마틴루터킹의 업적에 대해 알아보고 인권에 대해 나누어보는 일,
멋진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아 애틀란타를 살아본 일,
도시재생으로 탄생한 벨트라인을 거닐며 자유를 만끽해본 일,

무섭고 긴장되었던 운전은 안전했고, 쉬웠다.
미국에서의 시간 내내 답답했던 영어 소통은 생각보다 괜찮았고, 나중에는 재밌기까지 했다.
서배너에선 위험해 할 수 없었던 해가 진 후 길거리는 안전했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즐겼다.

별 것 아니다.
정말 별 것 아닌 사흘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적어도 나에겐 이 별 것 아닌 시간이 살아갈 힘을 주었다.

불안과 걱정은 사실,
별 것 아닐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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