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생활 초창기만 하더라도 "상헌아, 태국은 어때?"라는 질문을 꽤나 받았었다. 아마도, 태국의 영어 이름과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 그리고 대만의 본래 명칭 타이완이 혼동되어서였을 것이다. 사실 나도 대만이라는 나라를 잘 모를 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기에 그분들의 실수를 애써 이해하려 하지만 그래도 대만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괜한 섭섭한 감정이 문득문득 스쳐 지나가고는 했었다. 그렇다면 수많은 한국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타이완, 타이베이, 태국(타일랜드)' 이 세 단어 중에서 태국을 제외한 '대만과 타이베이 여행이 다른 이유'는 뭘까?
타이베이 여행이 대만 여행이 될 수 없는 이유
아시다시피 타이베이는 대만의 수도이다. 한반도로 치면 서울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타이베이를 감싸고 있는 신베이까지 포함하면 대만 인구의 1/3이 모여있는 가장 활발한 도시이기도 하다. 대만으로 입국하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이곳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이곳.
하지만 타이베이에만 머물렀다고 해서 대만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우선 대만 내에 머물렀으니 대만 여행을 한 것은 맞다. 그러나 타이베이 만 여행하고 대만 여행을 했다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나름 대만 이곳저곳을 다녀본 사람으로서 또 여행이라는 관점에서! 대만을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대만 여행은 타이베이를 벗어나는 순간 시작된다.
한국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인천 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대다수는서울 위주의 여행을 하고 돌아가는 것처럼 대만 여행이라고 방문하는 대다수의 외국인들 또한 타이베이 위주로 방문 후에 돌아간다.
어떤 나라에 첫 관문은 수도 혹은 경제도시 방문하는 것이 정해진 일정에 그나마 많은 곳을 둘러보고 한 국가의 함축적인 모습을 담아갈 수 있기에 대만을 처음 방문한다면 당연히 수도이면서 '세계 5대 박물관으로 불리는 국립 고궁 박물관' 이 있는 타이베이 여행을 추천한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서울 여행만 하고 돌아가면 뭔가 한국을 다 못 보여준 것만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부산의 야경은 어떻고 제주도의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좀 더 극단적인 표현을 하자면 평창 올림픽 기간 동안 평창에만 있었던 외국인이 '한국은 지하철도 없습니까?'라고 말하면 "엥? 너 서울은 가 봤어? 강남 몰라?"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말하는 대만 여행을 원한다면?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블로그를 검색하면 나오는 뻔한 동선을 벗어난 조금은 모험적인 여행을 해보고 싶거나, 관광객들에게 집어삼켜진 관광특구보다는 좀 더 대만스럽고 날 것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바로 타이베이를 벗어나는 것을 조심스럽게 추천해 본다.
만약 타이베이로 입국을 한다면 남부 지역은 힘들어도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기차나 버스를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이란, 루오동, 자오시'를 추천해 본다.
이란은 타이베이에 비하면 혼잡함이 거의 없고 쌀 경작지로 유명해서 오토바이를 빌려서 텅 빈 도로를 달리면 넓디넓은 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와~" 소리가 나온다. 대만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할까? 그리고 저녁에는 자오시에 있는 온천을 들린 후에 루오동에 있는 야시장에서 한국인 입맛에 호불호가 없다고 자부하는 소고기탕과 볶음밥을 먹는 것을 추천한다.
<이란에서 점심으로 먹었던 점식 식사. 2명이서 먹으면 제법 배 부른 양인데 다 합쳐서 4,000원 정도이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개 지역은 큰 틀에서 이란시 안에 있기에 1박 2일 정도 일정이면 어느 정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온천 호텔 같은 곳에 머물 경우는 좀 더 느긋한 일정이 좋다)
어디든 날 것을 느끼고 깊숙이 경험하려면 그 지역에서 1박 정도는 하는 것을 추천해 본다. 타이베이를 벗어날수록 조금은 심심하지만 대만다운 밤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니 말이다.
이란에서 화롄 그리고 타이동까지
이란에서 하루를 머문 후에 다시 기차를 타고 동쪽으로 2시간 정도 달리면 화롄(한국에서는 몇 년 전 강진으로 익히 알려진 곳)으로 도착을 한다. 사실 화롄은 3박 4일 일정의 타이베이 여행 패키지로 올 경우 당일치기로 포함시킬 정도로 유명한 명소지만, 이곳 또한 당일치기로 경험하기엔 아쉽긴 마찬가지다. 특히 화롄에서 유일무이한 동대문 야시장에서는 매일 밤 원주민들의 공연도 볼 수 있는데 규모 면으로만 비교한다면 타이베이 스린 야시장 하고 견주기 힘들 정도로 커다란 미로처럼 되어 있다.
이에 이유를 찾자면 상대적으로 도시가 아닌 지역으로 갈수록 대형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거의 없기 때문에 소위 놀거리들이 야시장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대만 소도시의 야시장들은 불이 꺼지는 날도 사람이 없어서 조용할 날도 없다.
그렇게 하루를 머문 후, 일정이 허락한다면 또다시 기차를 타고 동쪽으로 이동을 하면 '동쪽의 중심 타이동'에 도착할 수 있다.
<타이동을 대표하는 열기구 축제, 캐릭터를 좋아하는 대만인들 특유의 귀여움이 곳곳에 묻어난다>
타이동을 대표하는 축제가 바로 열기구 축제인데 나는 타이동을 3번 정도 방문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서 실제로 축제를 경험한 적은 없다. 하지만 축제가 아니더라도 타이동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곳이 진짜 대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다. 넓은 들판과 바다가 공존하는 대만 속 작은 대만 그 자체다.
그래서 나는 첫 타이동 여행을 끝낸 후에 그 소감을 아래와 같이 말했었다.
타이동을 여행하지 않으면 그건 대만을 여행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타이동에서는'전 세계에서 단 두 곳밖에 없다는 해수 온천'이 있는 뤼다오(녹도) 섬으로 갈 수 있는 항구가 인접해 있어서 꼭 들리는 것을 추천한다. 더불어 정치범 수용소도 둘러볼 수 있는데, 지금이야 섬마을 사람들이 살아가고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 되었지만 한때는 고립된 섬이니만큼 정치범 수용소로 적합한 곳이기도 했던 대만의 역사도 함께 배워 갈 수 있다. 더불어 물이 좋고 꽤나 낯선 열대어들도 이곳에서는 볼 수 있어서 스킨 스쿠바를 하기에도 최적화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물을 무서워하는 나에게는 오토바이로 섬을 뱅뱅 도는 것이 전부였지만)
P.S
매일 밤 같은 숙소에 머물면서 정해진 동선대로 움직이는 것이 처음 방문하는 국가를 여행할 때 가장 무난하다. 하지만, 인생도 너무 정해진대로만 살면 재미없는 것처럼 여행도 조금은 '좌충우돌' 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사람마다 각자의 전제 조건이 따르겠지만 적어도 치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대만의 치안은 한국과 더불어 매년 전 세계 TOP5 안에 드는 국가이니 길거리에서 텐트를 치고 잠들어도 다음날이면 짐도 사람도 모든 것이 그대로인 안전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