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서실을 샀다

그리고 '사람과 행복'을 얻었다

by 타이완짹슨

넷플릭스가 등장하기 전. 너도 나도 인터넷에서 영화를 다운로드하여 볼 수 있던 시절. 돌이켜보면 청춘의 일부분을 영화와 드라마로만 채워가던 어느 날. 그럼에도 그 시절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느끼게 만들어주는 영화 한 편이 있는데, 바로 멧 데이먼과 스칼렛 요한슨(그때는 몰랐었던) 주연의 'WE BOUGHT A ZOO'라는 영화이다. 제목 그대로 '우린 동물원을 샀다'라는 잔잔한 여운이 남는 가족 영화였다.


그리고 제법 시간이 흘러 나는 제목 그대로 '독서실을 사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였지만, 언젠가는 위 영화 같은 이야기의 현실 속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막연한 꿈이 잠재되어 있었던 것 같다. 폐업 직전의 동물원이 다시 사랑받는 이야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시금 회복되는 가족 관계. 나는 이 독서실에서 그런 영화 같은 꿈을 꾸며, 설레는 마음으로 인수를 마음먹었다. 이곳을 이 지역에서 가장 사랑받는 공간으로 지켜내고 싶다는 간절함과 함께

동물원의 주인이 사람이 아닌 동물인 것처럼, 독서실의 주인은 내가 아닌 이곳을 채워주는 회원들이기를 바랐다. "팬이 없는 축구장에, 축구 선수가 주인공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나는 동시에 거주지를 옮길 준비를 했다. 그것도 대한민국 최북단에 위치한 파주. 그곳에서도 북한과 물리적 거리 약 5km 남짓에 위치한, 문산이라는 인구 5만 남짓 되는 소도시에서 살게 될 줄은, 내 인생에서 고려조차 하지 못했던 결정이었다.

하지만 내게 대만이 그러하였듯. 이 또한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이 기회라면 기회였고, 운명이라면 운명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해서 이루어졌다.


본격적으로 이곳의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노파심에 해두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이야기는 독서실 관리 노하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낯선 지역에서 생활하며 견디었던 이야기가 중심이 될 예정이다.

남들이 독서실에서 미래를 치열하게 준비할 때 '영화나 드라마'로 시간을 소비하던 나에게.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사연과 불안한 감정.

더 나아가 직장인들의 삶보다 몇 배는 건조하기 그지없는 그들의 하루를 함께하며, 평일과 주말의 경계 없이 한주를 견디고. 0.3평이라는 작은 책상 하나에 의지하여 한달을 버티고, 때로는 365일을 함께했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은 내가 아닌 나와 접점이 있었던 여러 사람들이며 그들 이야기가 모인 공간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