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환하게 빛나던 단 한 자리
아침 8시 그리고 밤 11시.
독서실을 운영하면서 지켜본 수험생들의 하루 일과표였다. 단순히 체류 시간으로 보면 하루 평균 15시간. 다시 말해서 평균 8시간을 수면 시간이라고 가정했을 때,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 있는 셈이었다. 그래서 나의 출근 시간 또한 자연스레 그들의 일과에 맞춰, 아침 8시까지 출근하고 밤 11시 이후에 퇴근을 하였다. (참고로, 지문 등록으로 출입이 가능하기에 24시간 자유롭게 이용은 가능한 곳이다)
하루는 어느 때처럼 도착했는데, 한 곳에 불이 켜져 있었다. '전날 자정이 넘도록 불이 꺼지지 않던 자리'였다. 처음에는 "불 끄는 것을 잊으신 건가?"라고 생각했는데,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항상 불이 켜져 있었다. 그래서 하루는 작정하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와 보기도 했지만, 그 자리는 단 한 번도 불이 꺼진 적이 없었다. (알고 보니 좁디좁은 공간에서 하루에 16 ~ 17시간을 공부에 몰두한 것이었다)
내가 왔을 때 이미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자리.
모두가 떠날 때까지 불이 꺼져 있지 않던 자리.
내심 수험생의 일상을 가볍게 봤던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감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는 "공부하는 게 뭐가 힘들어?"라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어느 날부터
매일 불이 켜져 있던 자리에 익숙해지고 정이 들던 찰나. 어느새부턴가 불이 계속 꺼져 있었다. 며칠이 지나도 꺼져 있는 불을 보면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때마침, 연장 시기도 겹쳐서 겸사겸사 연락을 드리며 알게 된 진실은. 지난주에 시험은 끝났으나 뒤늦게 찾아온 몸살과 코로나 증상으로 집에서 나올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시험 한 달을 앞두고 수면 시간을 3시간까지 줄여가며 공부를 했었다'라고
알고 보니 항상 나보다 일찍 와서 늦게 가던 분은 결코 체력이 좋아서 그러했던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미래의 체력까지 미리 끌어다 쓴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한 사람의 '간절함과 노력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사실은 '시험이라는 것이 노력만으로 순위를 채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실의 잔인함에 나 또한 속상함이 밀려들었지만,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 순간 가장 힘든 것은 오늘도 어두운 터널을 작은 불빛 하나에 의지하며 느린 걸음으로 지나고 있을 수험생 자신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 사람이 앉은자리는 지금 이 순간도 환하게 빛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결코, 꺼지지 않을 그 불빛과 열정. 나는 그 사람의 그 시절을, 시간이 지난 지금도 너무나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