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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Aug 09. 2021

드래프트 비어처럼 속 시원한 일처리 방법, 제로드래프트

제로 드래프트로 제대로 일해보자


얼마 전 모 공기업의 차장으로 일하고 있는 지인을 만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표님. 제가 얼마 전에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뭔데요?”


“아니, 어떤 신입사원이 저에게 와서 팀장님이 업무 지시를 했는데, 왜 그런 지시를 했는지도 모르겠고, 뭘 어떻게 할지도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물어보지 그랬냐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물어보기 그래서 그냥 ‘넵’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는 거예요.”


“이제 재앙이 시작되겠네요 ㅎㅎ”


“사실, 우리 팀장님이 일 시킬 때 좀 막 던지는 경향은 있거든요. 그래도 물어보면 가르쳐 주는데.. 모르는 건 물어보면 좋은데, 신입사원이 일단 ‘네’라고 대답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네요. 업무를 시킨 이유나 정확한 아웃풋도 모른 채 혼자 생각해서 일하는 게, 서로에게 좋은 일인지 모르겠어요. 휴..”


요즘 유행한다는 '넵병'의 실체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상사의 지시에 일단 ‘넵’ 하고 돌아서는 요즘 시대 풍토를 일컬어 넵병이라고 하는데, 최근 다양한 변이를 양산하며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네 넵! : 자신 있는 대답
넵 ㅠ:  굳이 그것까지 왜? 일단 알겠습니다.
넵~: 내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싫지도 않다.
넴: 하기 싫은데, 니가 시키니까 한다.


외에도 수 십 가지가 있다.


‘넵’은 억양이나 어조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느낌을 전한다. 하지만, 말하는 당사자의 속마음과 달리 상사에게 전해지는 메시지는 하나다.


“시킨 내용 알아들었습니다.”


하지만, 철썩 같이 믿고 있던 상사에게 날아든 보고서나 업무 내용은 자신의 지시한 내용과 많이 다르다. 결국 정확히 알지 못하고 '넵'하고 돌아선 당사자는 상사의 싸늘한 반응을 뒤로한 채, 야근을 불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아...귀찮더라도 물어보고 할걸’


은 이미 늦은 후회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늦은 거다. 시간은 시간대로 날리고, 상사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상사는 수많은 ‘넵’을 달리 해석할 감성이 없다. 또한 물어보지 않는 이상 자세한 이야기를 해줄 여유도 없다. 오롯이 정확하게 상사의 의도를 파악해서 업무를 해야 할 당사의 몫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사의 업무 지시가 끝난 후, 다시 한번 내 해석을 거쳐 내 입으로 패러프레이징 하는 방법이다. 출판사에서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다시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해서 원작자에게 넘겨 확인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내 지식과 경험 체계 안에서 해석한 걸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팀장님 이런 이유로 이렇게 하라고 하시는 말씀이 맞죠? A, B, C 내용이 포함돼야 하는 거고요? “


이때 상사가 ‘그래 맞아’라고 하면 그대로 진행하면 되고, 틀린 부분이 있으면 다시 바로잡아줄 것이다. 제대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는 것이다.


First Draft (초안)가 아닌
 Zero Draft (초안의 초안)를 작성하라.



하지만, 업무지시가 끝난 후 짧은 시간 안에 상사가 말한 것을 전부 이해해서 다시 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거나 팀장과 시간을 보내야 파악이 가능하다. 그래서 더 추천하고 싶은 방식은 ‘제로드래프트’ 하라는 것이다. 일단 상사의 지시를 빠짐없이 메모하고 돌아선 후, 자리로 돌아와서 정리한 후 상사에게 다시 확인는 방법이다. 한마디로 어떤 일을 추진하거나 계획을 세우기 전에 초안의 초안을 작성해서 업무를 지시한 상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이다.  


제로 드래프트는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피터 드러커가 주창한 개념으로 요즘 말로 번역하면 v1 이 아니라 v0을 준비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작성한 내용을 1시간 정도(최대한 빠른 시간) 후에 상사에게 가져가서 확인받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일을 할 경우, 상사의 의도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 또한, 일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아니라 일단 업무에 대한 첫 발을 담그는 방법이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다.


Zero Draft로
 Foot in the door 하라.


제로 드래프는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까? 회사 상황이나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아래와 같은 방법을 추천한다. 3W1H 를 통해 일을 입체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유사한 개념으로 B.O.S.S라는 개념도 있다.



이외에도 과업 기술서, 문제 정의서 등으로 그 이름을 달리하는 많은 방법이 있지만, 방식이야 어찌 되었던 핵심은 정확한 목적 및 의도, 그리고 최종 결과물의 형태를 서로 합의하라는 뜻이다. 여기서 방점은 목적도 의도도 최종 결과물도 아닌 '합의'에 꽂힌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말에 이렇게 되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건 리더가 해야 할 일 아닙니까?’, ’ 상사가 업무 지시를 똑바로 해야죠.’라고 말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물론 상사가 더 잘못했다. 반박할 만한 답이 없다. 하지만, 상사는 이미 지식의 저주에 걸려있는 사람으로, 밑에서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사람이다. 또한 믿기지 않겠지만,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바쁘다.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내가 그 자리에 오르지 못하면 알지 못하는 상사들만의 세계가  있다.


상사가 알아서 친절하게 알려주면 베스트지만, 그걸 기대하는 것보다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편이 상사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심리적으로도 편하고, 결정적으로 내가 성장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아마추어는 일이 주어지면, 즉시 바로 시작한다. 하지만, 프로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제로 드래프트를 작성한다. 상사가 지시한 내용을 자신의 머리로 정리해서 3W 1H로 확인하되, 이렇게  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이해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넵'만 하고 돌아서서 혼자 고민하는 행동만은 하지 말자.


point:

1도 이론이라는 말이 있다. 포병이 대포를 쏠 때, 대포에서 1도가 빚 나가면 포탄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1km 빗겨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만큼 시작점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초안의 초안을 생각하며 First DRAFT가 아닌 Zero DRAFT로 업무에서의 1도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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