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늬들 이름이 뭐니?

첫 번째 스타트업, 쿼드마이너 녀석들 스토리

by 갓기획

지금은 그 인기가 조금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스타트업은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직장이다.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직장 생활에 염증을 느낄 때면 한 번쯤 ‘나도 스타트업이나 해볼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는 한다. 기술과 용기만 있다면 나도 당장 시작해 보고 싶지만, 기술도 용기도 부족한 나에게 스타트업은 그저 부러움의 대상이자 딴 세상 이야기였다.


그러던 중 친한 후배의 소개로 한 스타트업을 알게 되었다. 사이버 보안 시장의 신생아이자 네트워크 행위 분석의 선두주자, '쿼드마이너'라는 회사였다. 처음 접하는 스타트업이기에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사무실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말로만 듣던 스타트업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보면서, 슬슬 직업 본능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사무실이며, 사람들이며, 그들이 만들어가는 문화가 독특하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취재기를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대표님께 정중히 의사를 전달했다. 걱정했던 반응과는 달리 오히려 원고료까지 주겠다고 하시면서 기꺼이 반기셨다. 물론 돈 앞에 장사 없지만, 입금이 확인된 순간 내 뜻대로 내 필체로 글을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중히 거절하고 그냥 내 맘대로 쓰기로 했다. 그래서 제목도 내 맘대로 붙였다.


‘쿼드마이너 녀석들 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해 본다.


처음 사무실에 들어선 느낌은 여기가 진짜 사무실 맞나 하는 생각이었다. 인당 2-3개의 모니터는 기본이며,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가 난무했기에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 안에는 장난스러움과 따뜻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심지어 분명 업무 시간인데, 자리에서 작은 소리로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부르는 직원도 있었다. 게다가 곳곳에 있는 게임기, 피규어, 냉장고 한 켠에 가득한 맥주들을 보며 ‘그냥 여기는 놀이터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놀이 삼아 노는 직장이자 놀이터 같았다.



실제로 일을 대하는 그들의 방식도 그랬다. 진중함과 함께 장난스러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물론 고객사 대응 문제, 시스템 문제, 기술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썩고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도 보였지만 매출에 대한 압박이나 관리자들과의 갈등에 의한 스트레스는 보기 힘들었다. 그야말로 잘하기 위해서,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일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15년간 내가 경험했던 기업 문화와는 다르게 조금은 생경하게 다가왔다.


젊은 회사이고, 스타트업인 만큼 여러 가지 특징이 포착되었지만, 2-3시간 정도 머무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서로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두둑했다는 점이다. 빈말로, 의례적으로 하는 칭찬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기에 할 수 있는 말들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마치 주어진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모든 직원이 쿼드마이너의 성공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그들을 관찰한 결과도 그렇고, 실제로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이 입버릇처럼 흘리는 말도 그랬다.


"우리 회사는 잘 될 거예요"


'우리'라는 말에서 남의 회사가 아닌 내 회사라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고, '잘 될 거예요'라는 말에서 미래에 대한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쿼드마이너를 이끄는 대표는 Ven이라는 사람이다. 쿼드마이너 녀석들의 두목이자 수장이다. 사실 대표님께는 죄송하지만, 대표라는 직함이 참 안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본인이 대표라고 밝히지만 않았다면 그냥 장난기 가득한 대리쯤으로 생각했을 것 같다. 이미 40대 초반의 나이이지만, 외모도 동안인 데다가 하는 행동이나 말투에서 40대 나이를 찾기 힘들었고, 더군다나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대표의 이미지는 온 데 간데없었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격의 없이 대하는 모습에서 말로만 듣던 스타트업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괜히 대표는 아닐 거야’라는 생각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니, Ven은 비전 제시 능력과 조직 장악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뛰어나다’는 표현보다 ‘탁월하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 같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표현도 있지만, 이 사람을 보고 있자니, 사람이 먼저고 자리가 나중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 같았다. 그런 자신감이 있기에 잘 나가는 회사 IBM의 실장 자리를 뿌리치고, 쿼드마이너를 창업하지 않았을까 싶다.



쿼드마이너 녀석들에는 Ven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공동창업자 데니스가 있다. 공식 직함은 CTO이다. Ven이 조직 내에서 아빠 같은 역할을 한다면, 데니스는 엄마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얼굴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생김새는 상남자 스타일인데, 마음이 따뜻하고 감성적인 사람 같다. 직원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봐도 보통 Ven이 일을 벌이고, 데니스가 수습을 한다고 한다. 이 둘 모두는 10년 차, 4년 차 유부남이라고 하는데 이 둘의 실제 결혼 생활이 어떤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이 둘이 회사에서 만들어가는 궁합(?)보다는 덜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대표를 보면 미래가 보이고, 조직 문화를 보면 그 회사의 성공 여부를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는 데, 잠시 나눈 이야기, 잠시 머문 공간이었지만, 그 공간 안에는 쿼드마이너 녀석들의 성공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꽉 차 있었다. 도대체 이 근자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고, 쿼드마이너의 정체가 뭐길래 잘 나가는 직장들을 때려치우고 하나둘씩 이 공간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는 걸까?


쿼드마이너 녀석들이 조금씩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는 좀 더 자세히 파고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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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쿼드마이너의 사명과 비전

-쿼드마이너의 창업과 미래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