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이던 시대가 있었다. 한 회사에 입사에서 대리가 되고, 과장이 되고, 부장이 되고 은퇴하던 것이 당연시되던 세상이었다. 회사가 주는 안전한 테두리에서 월급이라는 열매를 받아먹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해갔다. 평생직장은 사라진 지 오래이고, 30대 중반만 넘어가도 앞날이 막막해지고, 은퇴를 고민하는 시절이 되었다.
‘이 길이 맞는 것인지? 이 회사 계속 다녀야 하나?’
하루에도 수없이 스쳐가는 고민이다. 쿼드마이너 창업자 VEN도 30대 중반에 고민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IBM이라는 굴지의 기업에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같은 고민을 반복하고 사직서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고 한다. 결심이 쉽게 서지 않았다.
VEN은 이때 '니꺼 아닌 내꺼 같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때 VEN의 시야에 미국 시장이 들어왔다. 미국에서 시작된 네트워크 블랙박스의 성공 가능성을 읽었다. 탁월한 직관이었다. 국내외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쌓은 경력에 세일즈를 통해 다져진 경험이 버물여지면서 Insight가 만들어졌다. 평소의 고민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네트워크 블랙박스의 사업화를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이디어 일뿐 기술력에 대한 감이 부족했기에 과감히 사업화하지는 못했다. 이때 VEN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공동창업자인 데니스를 만나게 된다. 선배의 장례식장에서 시작된 스몰토크가 이어지고, 사람들이 연결되면서 사업의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한국형 네트워크 블랙박스의 탄생이자, 쿼드마이너의 시작이었다. 쿼드(4명)가 모여, 한국형 블랙박스 시장을 개척(마이너)하기 시작했다.
QUAD(4명)가 모여 한국형 네트워크 블랙박스 사업의 닻을 올렸다.
네트워크 블랙박스는 기업 내 모든 네트워크 행위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공하며 ‘전체 패킷의 저장 및 분석’, ‘파일 복원’, ‘패킷 검색’, ‘악성 사이트 및 첨부파일 검사’, ‘모든 사용자 행위 재현’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많은 기업에 필요한 보안 솔루션임에는 틀림없지만 아직까지 그들의 솔루션을 팔 시장이 없었다. 쿼드마이너의 가치를 알아주는 고객이 많지 않았다.
처음에 품었던 꿈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만할까? 재취업해야 하나?’를 고민했다고 한다. 통장의 잔고는 점점 말라갔다.
“그때 통장잔고가 딱 100만 원이었어요.”
이때 VEN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배팅을 한다. 전 직원을 데리고 홍콩 라이즈 컨퍼런스 2018에 투자자를 찾기 위해 나선다.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알아봐 줄 투자자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가진 것은 없었지만, 품은 꿈은 넘쳐흘렀던 그 시절 in 2019 홍콩 라이즈 컨퍼런스
국내 한 컨퍼런스에서 투자 유치를 위한 PT를 진행하는 공동창업자 데니스
버티고 버티면 결국 기회가 오는 것일까? 그들의 절박함은 결국 결실을 맺었다. 쿼드마이너의 가치를 알아보는 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기관 투자 및 국내 대기업의 투자가 이어졌다. 국내 대기업에서 계약이 줄을 이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쿼드마이너의 도약이 시작된다.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고, 매년 20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쿼드마이너의 통장에는 이제 100만 원 대신 1,000배가 넘는 잔고가 넘쳐 흐른다고 한다. 소위 잘 나가는 스타트업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힘든 시기를 버티고 버텨 지난 11월 00일 두 돌을 맞은 쿼드마이너]
그런 쿼드마이너의 수장 VEN에게 5년 후의 비전을 물었다. 잠시 고민에 잠긴 VEN은 쿼드마이너의 비전 대신 이런 대답을 한다.
“아직도 잠이 오지 않아요”
마치 히딩크 감독이 2002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염원이었던 1승을 거둔 뒤 ‘아직도 배가 고프다’라고 말한 의미와 비슷했다. 계속해서 성정하고 있지만, 이미 VEN의 머릿속에서는 그다음, 그다음을 고민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지만, 한 기업의 수장으로서 쿼드마이너의 성장통을 몸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 성장통의 크기만큼 쿼드마이너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쿼드마이너의 위대한 사명이 국내를 넘어서 세계 곳곳에서 마이닝되기를 바란다
위대한 기업에는 위대한 사명이 있다. 그들만의 존재 이유가 있고, 그 존재 이유를 중심으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철학이 있다. 쿼드마이너의 사명이 궁금해졌다. VEN이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이야기한다.
“사람은 믿으세요. 의심은 블랙박스가 합니다.”
보안 솔루션 업체 쿼드마이너. 기술 집약적인 산업의 중심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적인 가치는 휴머니즘을 향하고 있었다. 사람은 사람답게 일하고 보안이나 이상행위에 대한 분석은 네트워크 블랙박스가 한다. 조직 내 불신과 배신,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다른 사람들까지 오해받는 세상 속에서 사람은 사람답게 일하고 보안이나 이상행위는 기계가 책임진다는 가치를 품고 있었다. 기계와 사람 사이의 편에서 사람 손을 들어주며, 묘한 아이러니를 만들어 내고 있는 쿼드마이너, 그들의 가치가 대한민국에 더 많이 퍼지고 세계로 뻗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