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그 계단에서 느낀 '작은 낙'
초등학생 시절, 집으로 가는 길이면 항상 마주하는 계단이 있었다. 학교 뒷문으로 나가서 놀이터를 지나서 구석진 골목을 들어가면 울퉁불퉁하고 끝이 없는 계단이 나를 맞이한다. 우리 집은 그 계단을 지나 거의 맨 꼭대기쯤에 위치해서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했던 관문이었다. 여름에는 항상 땀범벅이 되어야 했고 겨울에는 계단이 얼어 엉덩방아를 찢으며 엉덩이를 단련시켜줬는데 나에게 있어서는 정말 고된 여정과도 같았던 구간이었다.
어느 때처럼 길이 같은 친구와 함께 그곳을 올라가고 있던 때였다. 올라가는 중에는 점점 말이 없어지고 표졍이 굳어져만 갔다. 그때, 머리 속에 파악 스치듯 생각이 떠올랐고 나는 고개를 돌려 친구에게 말했다.
"야, 우리 가위, 바위, 보 게임할래?"
그때부터 우린 그곳에 다다르면 가위, 바위, 보 게임을 시작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비장하게 가위, 바위, 보를 했다. 이긴 사람이 계단을 올라가는 게임으로 바위가 1칸, 가위가 2칸, 보가 5칸, 해서 올라가는 규칙이었다. 몇 년 동안 친구와 그곳에서는 당연한 듯이 게임을 시작했다. 하다 보면 시간도 잘 가고, 힘들었던 것도 잊게 된다. 이게 뭐라고.. 지면 또 괜히 분하다. 삐져서 친구를 무시하고 간 적도 있었다. 너무 분해서 울었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순수하고 찌질한 아이였구나 하고 피식한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스릴 넘쳤던, 인생의 작은 낙이었다.
울퉁불퉁하고 거칠었던 긴 계단이지만, 힘들고 고된 순간에서도 '작은 낙'을 찾아 즐긴다면 어쩌면 그 순간에서도 정말 '가위, 바위, 보 게임'과 같은 작은 즐거움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누구는 보를 내서 5칸을 쑤욱 올라갈 수도 있다. 누구는 한 칸씩 조금조금씩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계속 져서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위, 바위, 보를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집에, 자기가 바라는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누가 먼저 도착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에는 다들 그곳에 도착할 테니까. 자기가 간절히 원하는 목적지에 말이다.
땀범벅이 된 내가 문을 박차게 열고 들어오면, 식탁에 시원한 우유 한 컵이 놓여 있었다. 나는 무거운 가방을 풀어헤치고 우유를 단숨에 들이키며 엄마에게 말한다.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