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몸과 함께 살아가는, 유쾌하고 향기로운 일기

[1화]《배꼽에서 인사드립니다》

by 누다


" 배민 기사님 죄송해요, 제 배꼽(?)이 예의가 없네요"

퇴근하고 약속이 있었는데, 장이 좀 좋지 않아 일찍 귀가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데, 마침 배민 기사님도 함께였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던 순간…
내 **배꼽(?)**에서 갑자기 우렁찬 소리가
“뿡!”

나는 장루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방법 대신, 배에 난 구멍을 통해 대변이나 가스를 배출한다.
그 구멍에서 나오는 소리는 내 뜻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그 순간 기사님과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에는 당황과 의아함이 가득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른 척하기엔 너무 큰 소리였기에
얼굴은 점점 뜨거워졌다.

그분은 예의 바르게 시선을 돌렸지만…
내 배꼽(?)은 또 한 번 씩씩하게 외쳤다.
“뿌웅!”

11층까지 가는 그 짧은 시간이
왜 그리도 길게만 느껴졌을까.
나는 속으로만 몇 번이고 외쳤다.
‘배꼽아, 제발 참아줘!’

장루 장애가 있어도 이렇게 살아가는 일상 속 순간들.
부끄럽기보단 웃어넘기며,
오늘도 한 칸 한 칸 올라갑니다.

11층보다 더 높은 마음의 용기를 가진 우리 모두, 파이팅이에요!




[조금 더 이야기해볼게요]

혹시 이 글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셨나요?
저는 장루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가끔 **배꼽(?)**에서 예상치 못한 소리가 나고,
주머니에서 작은 사고(?)가 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일들도 제 일상의 일부일 뿐,
저 역시 다른 사람들과 같은 하루를 살아갑니다.
웃고, 걱정하고, 때로는 민망하지만
그 모든 순간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고 있어요.

조금 다를 뿐,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이웃이고 친구이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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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해하신 분 계실까 봐 살짝 고백할게요.
글 속 ‘배꼽(?)’은 실제 배꼽이 아니고요,
제가 사용하는 **장루(stoma)**를 유쾌하게 표현한 거예요.
배에 난 인공 통로에서 소리가 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민망하지 않게, 조금 웃으며 나누고 싶었어요.

조금 특별한 몸이지만,
오늘도 향기롭게, 나답게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내일도, 향기로운 걸음으로 만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