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몸과 함께 살아가는, 유쾌하고 향기로운 일기

[11화] 나는 내 단점을, 이제야 조금씩 껴안기 시작했어요

by 누다


나는 한때,
걷는 걸 참 좋아했다.


하루에 16킬로미터씩 걷는 것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바람 따라 걷는 시간은
세상과 나 사이를 맑게 해주는
고요한 선물 같았고,
그렇게 걷고 또 걷는 동안
나는 온전한 나였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걸음이 조심스러워졌다.


장루를 하게 된 이후
배가 땅기듯 아프고
상태가 좋지 않은 날엔
몸도 마음도 쉽게 지쳐버린다.


방사선 치료로 생긴 요실금은
외출을 망설이게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점점 내 몸에 갇혀가는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도
예전처럼 편하지만은 않았다.


어디선가 들리는
“무슨 냄새지?”


그 무심한 한마디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날이 있었다.


그 말이 나를 향한 게 아님을 알아도,
불현듯 올라오는 불안과 죄책감은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컸다.


‘혹시 나 때문일까?’
‘내가 민폐가 되는 건 아닐까?’


그럴 때면
나는 조용히 숨을 죽였다.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도
점점 안으로만 숨어들었다.




그렇게 움츠러들며
나 자신을 자꾸만 놓아주던 시기에,


복지관에서
블로그 동아리 활동을 알게 되었다.


‘뭐라도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은 글 한 줄을 쓰기 시작했고,


선생님들의 권유로
브런치에도 글을 올려보게 되었다.

처음엔 많이 서툴렀다.


글도, 마음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내 안에 갇혀 있던 감정들이
조금씩 숨을 쉬는 느낌이었다.


글은,
나에게 참 많은 걸 알려주었다.

누군가 “나도 그래요”
“그 말이 위로가 됐어요”
라는 말을 건넬 때마다


나는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나를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예전 같지 않은 내 몸,
불편함과 불안이 섞인 하루들,
그리고 그 속에서 여전히 살아가는 나.


그 모든 단점들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고, 따뜻했다.




복지관에서의 시간도
나를 세상과 다시 연결해 주었다.


사람들 틈에서 웃고,
조금씩 이야기 나누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며


나는 내가 여전히
‘어딘가에 필요하고,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걸
조금씩 다시 느끼게 되었다.


예전처럼 빠르게 걷진 못해도
예전보다 더 깊이
내 삶을 바라보게 된 건 분명하다.



나는 지금도
완벽하지 않다.


몸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불완전함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려 한다.


감추고 싶었던 것들 속에서
내가 다시 살아가는 이유를 찾았고

그 단점들은
이제 나의 용기이자
조금은 아름다운 상처로 남아 있다.




오늘도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냈다.


걸음은 느렸지만
그 안엔 멈추지 않은 용기가 있었고

불편함은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로 존재했다.



오늘 하루도 잘 걸어왔어요.
우리 내일도, 향기로운 걸음으로 만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