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우리 각시는 못하는 게 없어” – 말 한마디로 살아내는 하루
요즘의 나는
많은 이름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학생이 되었다가,
글을 쓰고,
커피를 내리고,
작은 집안을 돌보며
하루를 천천히 채워간다.
그리고 그 모든 사이,
나는 누군가의 아내로 존재한다.
늦게 시작한 배움은
조금 더 애틋하고,
조금 더 조심스럽다.
하루를 다 써버린 밤이면
문득 마음이 묻는다.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이 길이 맞는 걸까.”
그럴 때,
가장 먼저 내 마음을 알아채는 사람이 있다.
그는 말보다 마음이 앞서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해준다.
“우리 각시는 못하는 게 없어.
진짜, 최고야.”
밥을 했다고,
글 하나 올렸다고,
책을 펼쳤다고…
그는 어김없이 같은 말을 건넨다.
처음엔 민망해서 “에이~ 됐어” 하고 웃었지만
그 말은 이상하게,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그 짧은 말 하나가
흔들리는 하루를 붙잡아주고,
나는 다시 나를 다잡는다.
눈빛 하나, 말 한마디,
그게 누군가에겐 하루를 살아내는 이유가 된다면
그건 정말,
작은 기적 아닐까.
그는
조용한 사람이다.
말이 많지 않고,
감정을 내색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가 아플 땐
그 누구보다 다정한 사람이 된다.
결혼 후,
나는 수많은 수술을 견뎌야 했다.
병실에서 계절이 몇 번이고 바뀌었고,
회복실 창밖으로 햇살이 드는 걸
그저 누워서 바라만 봐야 하는 시간도 많았다.
수술실 불빛 아래서
마음이 무너지고,
몸은 또다시 깨어졌다.
그 모든 시간 동안
그는 살림을 하고,
일을 하며,
말없이 내 곁을 지켰다.
지쳤다는 말 한마디 없이.
힘들다는 얼굴 한 번 없이.
가끔, 내가 잠든 사이
그는 작은 숨소리로 눈물을 삼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가 울음을 터뜨리는 걸 본 적이 없다.
그의 다정함은
항상 조용했고,
그래서 더 단단했다.
시부모님도 그와 닮았다.
젊은 며느리가 늘 아픈 걸
그저 안쓰럽게 바라보시며
한 번도 부담을 준 적은 없었다.
지금은 어머님이 안 계시지만,
아버님은 여전히 내게 말씀하신다.
“무리하지 마라.
쉬엄쉬엄 해라.”
그 말 속엔
묵직한 사랑이 담겨 있다.
소리 없는 마음들이
그렇게 내 곁을 지켜주었다.
얼마 전,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각시, 이제 글도 잘 쓰고
블로그도 잘하니까…
유튜브는 어때?”
진심 반, 장난 반.
나는 웃었다.
웃으면서도 마음이 뜨거워졌다.
그는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를
먼저 믿어주는 사람이다.
내가 감히 상상하지 못한 가능성들을
조용히 마음속에 펼쳐두고 있는 사람.
어쩌면 나는,
그의 그 믿음 안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다시 나아간다.
“우리 각시는 못하는 게 없어.”
그 짧은 말 속에
깊은 믿음과
내가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가 담겨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