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 5를 2014년 11월 쯤 사서 잘 쓰고 있었다. 음, 잘 쓰고 있었다는 건 좀 거짓말인데, 이놈의 폰이 다른 건 다 좋은데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아서 추가배터리 없인 바깥에 들고 다니기 힘든 지경이었다.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인 나는 근무시간 내내 USB에 이 폰을 꼽아 개발을 하는데, 퇴근하기 위해 폰을 뽑아 들면 배터리가 30% 정도인 상태다. 아니, 계속 꼽아뒀는데 이게 뭐야!
여하튼 2년 지나 약정도 끝났겠다, 새로운 폰을 찾아보고 있었다. 넥서스 5x, 6p 가 나왔는데 5x는 별로라는 평들이 있다. 6p도 끌리긴 하는데, kt엔 출시가 안되고 제값 다 주고 사야 한다. 하여간 kt는 참 오랫동안 쓰고 있지만, 나에겐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고민고민 하다가, 맨날 넥서스만 쓰다 보니 정작 사용자들이 많이 쓰는 삼성폰도 한 번은 써 봐야겠다 싶어서 노선을 확 틀어 s7를 사기로 했다. 처음엔 s7 사려고 했는데 에라, 사는 김에 엣지 사자하고 s7 엣지를 사기로 했다.
모델은 정했는데 어디서 살지가 다음 고민이다. 뭔가 온라인에서 사면 쌀 것 같은데, 뽐뿌에서 알아보면 그렇게 싸지도 않은 것 같고 해서 그냥 하이마트에서 사버렸다. 92만원인가에서 뭔가 뭔가 할인받고, 하이마트 현대카드로 사면 5달 동안 통신비 4만원 할인된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했다. 핸드폰도 2년 이상 쓰다 보니, 살 때마다 어떻게 사는지 까먹어서 맨날 새로 공부하는 기분이다.
그렇게 한 1주 정도 사용해 본 소감을 적어본다.
원래 테마니 뭐니 하나도 안 깔고 쓰는 순정파이다 보니 넥서스와 이 삼성폰은 뭔가가 굉장히 달랐다. 설정 메뉴도 다르고, 런쳐도 구글 Now가 아닌 뭔가 다른 녀석이다. 물론 테스트폰 사용하느라 이미 만져본 런처이지만 확실히 내 폰이라고 생각하니 다르게 느껴졌다. 이게 나쁜 건진 모르겠는데, 몇 년 동안 익숙해진 구글 런쳐와 다르다 보니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넥 5에서 쓰던 Now 런쳐로 돌아갈 수도 있긴 한데 기왕이면 돈 주고 사 뒀던 노바 런쳐를 다시 깔아서 설정했다. 오랜만에 다시 깔았는데 여전히 빠릿빠릿하고 좋네.
넥서스와 백/overview 버튼이 달라 아주 헷갈린다. 홈 버튼도 물리 버튼인 게 정말 오랜만이었고. 백 버튼을 오래 누르면 옛날에 있었던 메뉴 버튼으로 동작하는 정말 쓸데없는 기능도 있다. 아니 대체 왜 백버튼은 제조사마다 다르게 설정하는 거야! 설정으로 바꿀 수도 없어. LG는 된다고 하는데. 하지만 일주일 지난 지금은 얼추 익숙해졌다.
다들 카메라가 훌륭하다고 하는데, 난 원래 사진을 막 찍어서 잘 모르겠지만 또 남들이 좋다고 하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난 팔랑귀니깐!
다른 건 모르겠고 어두운 곳에서 찍은 사진은 정말 넥서스 5랑 비교가 안되네.
이건 이전에 쓰던 폰이 넥서스 5라서 더 크게 감동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배터리 수명이 넥 5랑은 비교가 안된다. 싸모님은 아이폰6를 쓰는데, 같이 외출을 하면 항상 싸모님보다 훨씬 일찍 배터리가 다 닳았다. 일찍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게, 거의 나가서 한두 시간 지나면 빨간 불이 들어오는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며칠 전엔 같이 폰을 들고나갔지만 싸모님은 중간에 추가 배터리로 충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 후에도 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루 종일 밖에 있었는데도 핸드폰이 꺼지지 않다니, 이런 놀라운!
친구의 시연으로 삼성 페이 동작하는 건 한번 봤는데, 이건 정말 21 세기스러운 물건이다. 신용카드 등록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티머니 카드의 경우엔 즉석에서 발급까지 해 주니 요건 정말 놀라웠다. 다만 게으른 나는 주거래 신용카드가 한두 개이고, 이 녀석들을 지갑에 꼽아두고 다니기 때문에 폰 꺼내고 지문인식까지 해서 삼성 페이를 쓰게 될까? 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멤버십 카드들도 싹 다 등록할 수 있으니 멤버십 용도론 정말 좋을 듯하다. 시럽의 전신인 스마트월렛은 참 잘 썼는데, 시럽 월렛이 하도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이고, 비콘 연동한다고 시시때때로 블루투스 켜 대는 통에 지워버린 후 대안이 없었는데 삼성 페이가 빈자리를 잘 채워줄 듯하다.
새 폰도 역시나 개발폰 역할을 하는데, 맥에서 usb 연결을 할 때마다 android file transfer 깔라는 팝업이 뜬다. 이 팝업은 없앨 방법도 없어서 연결할 때마다 일일이 확인을 눌러줘야 해!
주변 개발자분들에게 물어봐도 모르겠다고 하고, 오죽 짜증 났으면 고객센터에 메일까지 보냈는데 답변이 참 걸작이었다.
추가 문의하신 팝업은 휴대폰 컨셉에 의한 기본 동작으로 해제 불가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컨셉을 바꿔주면 안 되겠니!
넥서스 시리즈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더러운 통신사 앱들이 없다는 것인데, 생각보단 더러운 앱들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package disabler 앱을 이용해서 안 보이게 만들 수도 있다. 근데 1900원쯤 주고 이 앱을 샀는데, 지금 보니 마켓에서 사라져있네-_-;;
난 올레마켓, 올레 wifi, 삼성 브라우저, 이메일, 플래너, dmb, briefing 등을 꺼버렸다. 적고 보니 되게 많네
갤럭시 앱스에서 엣지용 패키지들을 받을 수 있고, 기본 제공되는 것들도 몇 가지 있는데 난 별로 엣지는 쓸데가 있는지 모르겠다. 전화를 많이 거는 영업맨이라면 즐겨찾기 전화부등이 쓸만할 것 같은데 난 전화도 별로 안 하고. 하지만 앱들 바로가기는 꽤 편리하다. 날씨도 슥~ 쓸어서 보기 좋고. 근데 나에겐 그게 전부야.
싸모님의 아이폰 지문인식에 비해서 뭔가 좀 덜 매끄럽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지문등록을 잘 못 했나 싶어서 몇 번을 해 봐도 명쾌하게 잘 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70% 성공률? 그리고 잘못 기억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이폰에 비해 등록 지문 개수가 4개로 더 적은 듯 하기도 하고. 삼성 페이를 지문인식으로 쓰는데 당장 카드 결제해야 하는데 지문인식 안되면 "에이 씨" 하고 카드를 꺼내 쓰게 될 듯하다.
집과 회사 와이파이 접속이 확실히 넥 5에 비해 굼뜨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어도 잘 붙질 않아서 결국 와이파이 설정 패널을 열면 그제야 화들짝 놀랐는지 와이파이에 붙는데, 이게 굉장히 짜증 난다. 아주 안 붙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여하간 늦어. 이것도 CS를 넣어봤는데 최신 펌웨어에서도 계속 그러면 센터에 가보라는데 또 딱히 어디 가서 수리를 맡길 일도 아닌 것 같고 애매하다.
쭉 쓰다 보니 android file transfer 팝업도 익숙해졌고, 와이파이 연결 게으른 것도 익숙해져 버렸다. 오히려 적응 안 되는 건 애매하게 되었다 안되었다 하는 지문인식 기능이다. 뭔가 잘 될 거라 기대한 상황에서 안되면 좀 짜증이 난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럽고, 특히나 배터리 수명이 넥 5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게 늘어 아주 씬난다. 비싼 돈 주고 산 최신형 기기라서 당연히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