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준비
2017년 12월 19일에서 27일까지 8박 9일 동안 캄보디아의 시엠립과 프놈펜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아마 신혼여행까지 합쳐서 우리 부부가 가장 길게 다녀온 여행이 아니었다 싶다.
2017년은 부부가 제대로 여행도 한번 못 갔기 때문에 연말에 여행 한번 가보자고 했다. 난 무조건 더운 나라 가고 싶다고 해서 동남아 쪽 나라들을 찾아봤다. 태국, 인도네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등등을 찾아보다가 앙코르와트에 둘 다 한 번은 가 보고 싶었기에 앙코르와트의 나라, 캄보디아로 여행을 잡았다.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꼬인 게, 내가 비행기 표를 이상하게 예매해버렸다. ㅠㅠ 캄보디아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일단 비행기 표부터 빨리 예매하자는 생각에 바로 비행기 표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는 자신감으로 당연히 수도인 프놈펜 in - 프놈펜 out으로 가장 싼 표를 찾아봤다. 의외로 대한항공이 제일 싸서 "오, 나도 대한항공 한번 내 돈 주고 타보는구나!" 하고 덜컥 표를 예매했는데, 가장 많이 찾는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에도 공항이 있다. 좀 더 여기저기를 뒤져보니 다들 시엠립 in - out 인 여정이더라. 큭 ㅠㅠ
하여간 이미 프놈펜 in - out 이 결정되었기에 결국 여행은 프놈펜 - 시엠립 - 프놈펜 코스가 되어버렸다.
호텔을 예약할 차례이다. 처음 프놈펜 도착한 날은 비교적 싼 가격대의 호텔로 잡고, 시엠립과 다시 도착한 프놈펜 호텔은 괜찮아 보이는 곳으로 잡았다.
이 호텔은 시장 바로 옆에 있다. 시장 구경을 하기 좋지만, 호텔 앞만 나오면 시장에서 풍기는 생선 비린내가 난다. 하지만 호텔 안 까지 냄새가 들어오진 않아서 그다지 신경 쓰이진 않았다. 사진을 보면 옥상에 마치 인피티니 풀이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어린이 풀장 정도의 시설이니 수영장은 기대하지 마시길. 전반적으로 그냥 그럭저럭 인 호텔이었다.
이 호텔은 위치도 괜찮고, 시설도 괜찮았다. 굉장히 큰 호텔로, 우리나라의 무슨 무슨 그랜드 호텔 같은 느낌이랄까. 오래된 호텔의 느낌이 물씬 난다. 하지만 내부 시설은 괜찮았다. 수영장이 꽤 크고, 수심이 1.6미터 정도 되어서 제대로 수영하면서 놀 수 있다. 반대로 수영 잘 못하는 사람이라면 너무 깊어서 놀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이 호텔은 꽤나 고급스러웠다. 옛날 지어진 프랑스 식 건물을 현대적으로 리뉴얼했다고 하는데, 내부 바닥도 타일이라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하고 구조도 꽤 독특했다. 잘은 모르지만 정말 옛날의 유럽 건물에 묵는 느낌? 비가 와서 나무들이 우거진 멋진 수영장을 제대로 이용해 보지 못한 건 아쉬운데, 수영장 주변에 누워서 쉴 수 있는 텐트 같은 휴식 장소가 있어서 매우 좋았다. 살짝 비싸긴 하지만 돈 값어치는 한다고 생각한다.
프놈펜에서 시앱립으로 이동했다 다시 프놈펜으로 이동해야 했기에 이동수단을 알아봐야 했다. 30분 정도 걸리는 국내선 항공편과 6시간 정도 걸리는 버스가 있었다. 처음엔 밤 버스로 갔다 다시 밤 버스로 돌아오려는 무모한 계획을 짰는데, 시엠립에서 그냥 하루를 더 호텔에서 자고 항공편으로 시엠립에서 프놈펜으로 이동하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시엠립과 프놈펜을 오가는 밤 버스는 11시 정도에 출발해서 6시 정도에 도착하고, 내가 찾아본 giant Ibis의 경우 11시와 11시 30분 두 편이 있었다. 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견디는 스타일이라 인터넷 예매 방법을 찾아봤는데, 12Go Asia라는 서비스가 꽤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 버스비는 편도로 15$ 정도 한다. 참고로 예매 취소가 안되기 때문에 예매는 신중히 해야 한다. 난 일정을 바꾸는 바람에 30$ 를 허공에 날렸다.
밤 버스는 trip advisor를 보면 "바퀴벌레가 나와서 깜놀!" / "더러워서 한숨도 못 잤어" 등의 평도 많은데 내가 탄 버스는 고급스럽진 않지만 완전히 뒤로 젖혀진 매트리스가 깔린 2층 침대가 주르륵 배치된 구조로, 굉장히 재밌는 경험이었다. 리뷰 보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을 듯 하지만, 바퀴벌레는 복불복 인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꽤 깨끗한 화장실도 내부에 있다.
프놈펜에선 우버와 그렙을 이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라면 미리 우리나라에서 fakeGPS 등을 이용해 프놈펜으로 위치를 옮긴 다음에 서비스에 가입한 다음, 카드까지 등록해 두면 프놈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시엠립에선 어차피 투어 버스를 타거나 툭툭을 이용하면 되는데, 프놈펜은 치안 이슈도 많고 도로에 차가 너무 많아 툭툭을 타기 좀 무섭다. 내 경우엔 우버에서 하도 프로모션 쿠폰을 뿌려서($5 할인이라니!!) 프놈펜 시내 이동은 거의 돈을 들이지 않았다. 지금도 매주 귀찮게 우버에서 쿠폰이 생겼다고 푸시가 오고 있다. 참고로 그렙으로 불렀을 땐 일반 택시가 왔었고, 우버는 모두 일반 운전자가 왔다.
프놈펜의 경우 대표적인 코스가 킬링필드 투어이다. 킬링필드 투어는 수용소인 투옹 슬랭과 집단 매장지인 총에크를 둘러보는 코스인데, 호텔에도 코스 신청 서류가 있고 myrealtrip 등에도 올라와있다. 난 myrealtrip에서 예약했다. 잘못 예약해서 같은 투어를 두 번 예약한 후, 하나를 취소하는 과정에서 myrealtrip 의 환불 대응이 좀 매끄럽지 않은 건 불만스러웠는데, 투어 자체는 비용도 적절하고 매끄럽게 잘 운영되어 좋았다.
두 장소를 직접 이동하긴 편하지 않아서 가급적 투어를 이용해 편하게 다녀오길 추천한다. 이 투어는 교통편만 제공하긴 하는데, 두 곳 모두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정말 잘 되어있어서 굳이 비싼 가이드 투어를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시엠립의 경우, 처음 코스를 짜 보려고 지도를 펼쳐보니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앙코르 와트" 만 생각했지만 사원도 엄청나게 많고, 각 사원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도대체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싶었다. 우선 동남아 여행 커뮤니티인 태사랑에 가서 좀 뒤져보다가, 칸쵸&달봉 투어에 빈자리가 있어서 얼른 신청을 했다. 칸쵸&달봉 투어는 핵심유적 투어, 뱅밀리아&톤레삽 투어 두 가지 투어가 있어 둘 다 신청했다. 각 투어가 모두 하루 짜리 투어이고, 참여 인원에 따라 비용이 바뀌게 되니 잘 모니터링해 보시길.
이렇게 하고 나니 시엠립 중간에 하루가 비었다. 그래서 이 날은 자전거 투어를 해 볼까 하고 처음엔 자전거 투어를 예약했다가 핵심유적 투어(흔히 얘기하는 스몰 투어에 해당한다)에 포함되지 않은 유적들을 방문하는 그랜드 투어를 별도로 신청했다. 여긴 getyourguide라는 서비스를 이용해서 예약을 했는데, 취소 환불도 깔끔하고 별도의 앱도 제공해서 번거롭게 바우쳐를 출력하지 않아도 되는 등 꽤 인상이 좋았다. 참고로 구글의 여행 서비스인 trips의 쿠폰 쪽을 보면 여기 20% 할인 쿠폰도 있으니 잘 챙겨보시길.
https://www.getyourguide.com/siem-reap-l274/full-day-banteay-seat-in-coach-tour-t73267
이름만 보면 좀 헷갈리는데, 이 투어가 그랜드 투어에 해당한다. 처음엔 "뭔 사원을 이틀씩이나 보나. 지겹지 않을까?" 싶었는데, 반떼이 쓰레이 사원이나 정말 멋진 이스트 바레이 저수지 등을 보고 나니 투어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프놈펜의 메콩강 저녁 보트 투어도 신청했었는데, 이건 거의 가격이 사기급이라 취소를 했다. getyourguide엔 30$ 정도로 올라와있는데, 말도 안 되는 가격인 듯.
캄보디아는 비자가 필요하다. 비자 발급비는 $30이고, 입국장에서 비자 심사할 때 한국인만 골라 $1씩 팁을 요구한다고 하는데 이젠 그런 건 거의 없어졌다고 하는 글이 많이 보인다. 비자 발급은 대사관에 직접 가던가, 인터넷으로 e-Visa를 발급받아 출력해서 가던가, 공항에서 직접 만드는 방법이 있다. 역시 뭐든지 미리 다 준비해 가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e-Visa를 택했다. 이 경우 수수료로 총 $36 이 드는데, $6 더 들여서 속 편한 길을 택했다. 비자 만들기 위해 물리적으로 사진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이점도 있기도 하고.
캄보디아 e-Visa로 검색해보면 사이트가 여러 개 뜬다. 미국 입국 시 필요한 esta만 해도 가짜 사이트들이 있어서 뭐가 진짜인지 헷갈리는데, 난 뭔가 공신력 있어 보이는 https://www.evisa.gov.kh/ 에서 만들었다.
사이트는 꽤 잘 만들어져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비자를 만들 수 있었다. 참고로 e-Visa 발급 사이트에도 나와있지만, 꼭 2부 씩을 출력해서 입국할 때 한 장, 출국할 때 한 장 내야 한다. 한 장만 출력하면 어떻게 되는진 안 해봐서 모르지만, 이런 건 굳이 알고 싶지 않다.
캄보디아는 리엘이라는 화폐를 쓰지만 달러면 다 된다. 그래서 그냥 달러로 환전하면 된다. 난 예전에 여행 갔을 때 환전했던 달러가 남아서 별도로 환전할 필요도 없었다.
현지 usim이 싸고, 잘 터진다고는 하는데 두 명이라서 포켓 와이파이를 알아봤다. 오, 다행히 캄보디아용 포켓 와이파이를 대여해주는 업체가 있구나. 쿠팡에서 알아보고 대여 신청을 했다. 여행 내내 잘 터져서 인터넷을 편하게 쓸 수 있었다. 다만 이번에 빌린 기계는 배터리가 좀 빨리 줄어들어서 배터리 관리에 신경을 좀 써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