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실컷 본 삿포로
일본 삿포로에 4박 5일로 다녀왔다.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1일: 입국 / 체크인
2일: 노보리베츠 / 도야호 투어 - 곰목장 메인
3일: 오타루 / 시로이고이비토 / 시코츠호 얼음축제 - 얼음축제 메인
4일: 쉬엄쉬엄 눈놀이 / 쇼핑 - 나카지마 공원 걷는 스키 메인
5일: 체크아웃 / 귀국
삿포로는 이미 몇 번 가봤지만, 늘 여름에만 갔기에 겨울은 처음이었다. 신기하게 일본은 도쿄 빼고 변두리로만 가보게 되네. 삿포로 간다면 비에이 쪽을 다들 꼭 넣을 테지만, 나와 아내는 여름에 가 봤고 아들은 들판의 나무엔 관심이 전혀 없을 거라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죄다 삿포로와 그 서쪽으로만 돌아다니고, 액티비티 위주로 짜 봤다.
현지 한국인 투어들이 참 알차긴 한데, 너무 알차서 어른에게도 힘든 수준이다. 곰 목장이나 얼음축제 같이 메인 액티비티는 즐겁게 했는데, 그 외에 사이로 전망대나 오타루 거리 관광 등은 괜히 버스만 오래 타고 힘들었다. 젊은이들에겐 정말 알차고 좋겠지만, 다음번엔 좀 여유로운 투어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또 막상 안 가면 아쉽고 그런 거 아니겠어?
숙소는 아내가 대욕장과 조식이 있어야 한다고 하여, 오도리 공원과 스스키노 사이의 라젠트 스테이에 묵었다.
https://maps.app.goo.gl/3FhXiUmKQHzDwCa99
어매니티를 로비에서 가져가는 시스템이 신기했다. 매일 대욕장을 잘 이용했는데, 다른 일본 여행에서도 느꼈지만 탕의 온도가 왠지 한국 사우나의 탕 보다 꽤 뜨겁다. 한국의 열탕 수준? 아드님은 뜨겁다고 발 끝만 겨우 넣었는데 마지막 날 정도 되니 쓱~ 들어오더라.
조식은 좋았다. 연어알, 새우, 참치회 등등 얹어서 셀프로 카이센동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물론 밖에서 제대로 된 카이센동을 먹으면 또 다르겠지만, 이것도 충분히 좋았다.
호텔 위치는 오도리 공원역과 스스키노 사이라서 살짝 애매했다. 먼 건 절대 아닌데, 아들내미 손잡고 길 곳곳에 쌓인 눈 언덕을 넘어 다녀야 하니 이 얼마 안 되는 거리도 좀 피곤하더라. 처음에 좀 더 먼 호텔들도 생각해 봤는데, 그런데 잡았었다간 아내에게 계속 혼났을 듯. 겨울엔 가까운 게 최고다.
북해도 여행 카페를 모니터링하다 보니 폭설 소식이 많아서 걱정이 되었다. 공항에서 아예 시내로 들어오질 못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거나, 그 비싼 일본 택시로 한참 갔다거나 하는 얘기들이 보였다. 여행 내내 거의 눈은 계속 왔으나 폭설 수준은 아니어서 딱 좋았다.
공항에선 국제선 터미널에 버스 정거장 있다고 해서 찾다 헤매고, 다시 국내선 쪽에서 버스 정거장 1층이라고 했는데 이상한 1층에 내려서 2번 헤매서 잔소리를 들었다. gemini에게 물어본 내 잘못이다... 일본 여행 갈 때마다 매번 혼나고 있어서 다음부턴 공항에서 숙소 이동은 gemini에게 안 물어보리라. 공항에서 숙소 이동은 그냥 기차 타고 삿포로역까지 간 다음, 택시 탈 걸 그랬어. ㅠㅠ
첫날 저녁은 숙소 코앞에 있는 꼬치집인 쿠시도리에 갔다. 거리도 가깝고, 금연이라서 선택했다. 구글맵에서 평은 그냥저냥 무난하다고 봤는데 아들이 쯔쿠네랑 떡 베이컨말이를 엄청 잘 먹어서 기분 좋게 첫 식사를 마쳤다. 근데 사람 많고 복잡해서 서비스는 별로였다. 물 한잔 받는데 10분쯤 걸린 듯. 하도 안 갖다 줘서 카운터 쪽에 나와서 물 달라고 하니 자리로 가시라고 인상 쓰면서 손짓해서 좀 기분 상했다. 하지만 맛있게 잘 먹었다.
https://maps.app.goo.gl/fT1BMqUQ9q84FEpe8
마이리얼트립에서 투어 예약해서 다녀왔습니다. 버스 이동시간이 상당하네요. 첫 도착지가 마코마나이타카노 영원이었고, 여기 있는 두대불전을 가볼까 했는데 시간이 10분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아서 입장은 포기하고 부처님 정수리만 보았다. 노보리베츠 쪽은 식당들이 다 별로라고 가이드님이 얘기해서 그냥 곰목장에 바로 올라가서 곰목장 식당에서 카레와 돈가스 카레를 먹었는데 꽤 괜찮았다. 타키모토칸에서 곰목장 티켓을 사니 할인도 받고, 셔틀로 곰목장 케이블카 정거장까지 데려다줘서 아주 좋았다.
곰목장에서 먹이 주기 체험도 해 보고, 오리 경주와 곰 운동 구경 등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도야호 쪽은 별로 기억에 남는 건 없었다.
저녁은 삿포로역 돈가스 와코에서 먹었습니다. 다른 것들 먹어보고 싶었지만 대기줄이 짧아서 선택했는데, 무난히 맛있었다. 장국에 재첩같이 작은 조개들이 들어있어서 그런지 맛있었다.
https://maps.app.goo.gl/aS1e6nrcPCm79y9ZA
예전 여행에선 오타루가 꽤 재밌었는데 이번엔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여러 번 와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예전 기억엔 시식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 가니 르타오에서 한 조각 정도밖에 못 얻어먹었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바뀌어서 그런가? 오르골당도 1층만 구경 가능했고, 여름엔 지나다니면서 옥수수도 먹고 조개구이도 먹었는데 그런 것들이 없다 보니 재미가 없었다. 내가 늙어서 그런 건가?
점심은 간단히 카마에이에서 어묵 사서 먹었는데, 하나만 먹어도 든든했다. 원래 공장에서 어묵 만드는 거 구경할 수 있는데, 이날은 공장이 업무를 쉬는 건지 공장 구경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아들에게 공장 보여주면 재밌었을 텐데.
https://maps.app.goo.gl/BcyAvXoQYast2nPT7
시코츠 얼음축제를 가는 길에 시로이고이비토 파크를 들러서 가는데, 시로이고이비토 파크도 아숴웠다. 파크 체류시간이 짧아서 유료로 하는 내부 구경은 못하고 파크 주변만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갈 땐 천천히 내부 투어를 해서 재밌었고, 사탕 만드는 것도 구경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쪽 코너도 케이크 코너로 바뀌어 있었다. 아들이랑 그냥 눈놀이만 조금 하다 나왔다.
메인인 얼음축제는 재밌었다. 주변에 얼음벽을 둘러서 그런가,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아주 춥지도 않고 여기저기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카페에서 마시멜로 하나 사서 (마시멜로 한 덩이에 500엔이라니...) 화롯불에 구워 먹는 재미도 좋았다.
이날은 딱 얼음축제 갔다 오는 투어만 신청하고, 자유여행을 할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들었네. 그래도 또 그렇게 갔으면 심심했겠지?
저녁은 스스키노에 있는 카니테이에서 먹었다. 성인 2인, 인당 만육천 엔 코스로 먹었다. 많이 안 먹는 가족이라 아이 메뉴는 따로 안 시키고 셋이 먹었는데 잘 먹었다. 예전 여행에선 아마도 카니쇼군에 갔던 것 같은데, 그땐 배 터지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거기에 비하면 양은 좀 적었던 것 같은데 털게도 나오고 해서 좋았다. 홈페이지 보여드리고 맥주 1잔 드링크 서비스도 받았다. 먹다가 사케 도쿠리도 시켜 먹고.
카니쇼군에 갔을 땐 털게 포함 코스가 너무 비싸서 안 먹었던 기억이 난다. 카니쇼군은 뭔가 화려하고 다양한, 그래서 여행지 식당의 재미가 더 좋았던 것 같고 카니테이는 좀 더 게 자체에 집중하는 느낌이 든다. 식당 분위기도 카니테이는 그냥 동네 대게나라 같은 느낌? 그래서 처음 가는 사람에겐 카니쇼군 쪽이 더 재밌을 것 같긴 하다.
https://maps.app.goo.gl/wzDLSpyzcFaekE378
이틀의 투어가 힘들어서 넷째 날은 쉬엄쉬엄 갔다. 조식도 느긋하게 먹고, 나카지마 공원에 지하철 타고 가서 눈놀이를 했다. 체육센터에 가면 걷는 스키 체험 을 할 수 있다 해서 나카지마 공원 역에 내려 체육센터에 걸어갔는데 저질 체력인 사모님의 잔소리를 들었다. 다음 정거장이 훨씬 가까왔네...
예전엔 걷는 스키 체험이 외부인도 무료였다는데 이제는 성인 1천 엔을 받는다. 하지만 이 가격도 아주 거저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보드 탄 게 20년 전이라 뭔가 마음대로 되진 않았는데, 코스 두 바뀌 도니 꽤 운동이 되었다. 아이도 첫 스키 체험인데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점심은 그냥 간단히 때우고 눈싸움도 하고 호텔에 복귀해서 마지막 쇼핑을 하려고 코코노 스스키노에 갔다. 가다가 아들이 잠에 취해버려서 꿈나라로. 삿포로 왔는데 수프카레 안 먹고 갈 순 없어 코코노 스스키노 3층 푸드코트에 있는 로지무라 커리 사무라이에서 제일 비싼 메뉴 시켜서 아내랑 둘이 나눠먹었다. 밥에 치즈 토핑 얹고 하니 2500엔쯤 나오니, 싸지 않더라. 그래도 야채가 많이 들어 맛있게 먹었다.
https://maps.app.goo.gl/CYmwGJhPny5eo57q8
맛있게 먹고 일어나니 아들이 깨서 쯔꾸네 먹고 가야 한다고 해서 다시 첫날 갔던 쿠시도리에 다시 가서 이것저것 시켜 맛있게 먹었다. 쿠시도리가 가성비 포함해서 우리 가족에겐 최고의 식당이었다.
첫날 입국에서 배운 점이 있어 이날은 그냥 밴 택시로 삿포로 역으로 이동해서 JR 타고 공항으로 갔다. 으... 진작 이럴걸. 비행기 시간이 빠듯해서 공항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바로 출국장으로 가야 해서 아쉬웠다. 가이드님이 계속 괜히 마지막 날 시간 애매하게 보내지 말고 후딱 공항 가서 놀라고 했는데 우린 시간이 너무 일러서.. 부자 되면 다음엔 늦게 출발하는 비싼 비행기 타야겠다.
여름 삿포로와 겨울 삿포로는 완전히 다른 맛이 있었다. 눈 정말 실컷 봤기에 아들도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그리고 아들이 쯔쿠네를 엄청 좋아하는 걸 발견해서, 한국에서도 기회 될 때 사 먹어야지. 그리고 역시... 어린이와 다닐 땐 하루엔 메인 관람 1개만 하는 게 맞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