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어부 Jan 02. 2017

인도를 노래하다

#33 made of you

made of you(엘로라)


나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당신의 눈길 한번

손길 한번 닿았을 때마다

따스한 숨결과 찬란한 아름다움을 

나는 빛을 보았고 나의 길을 찾았다

아주 오래라는 시간 동안

당신이 주었던

눈길과 손길, 마음과 믿음

이제는 내가 당신에게 돌려주어야 할 때이다

나의 이야기 나의 노래로







똑똑똑

훈, 


이른 아침부터 잠을 깨우는 영감님 타타

 

아침 먹으러 가자고 베개에 붙은 잠을 다 떼어내지도 못한 실눈으로 주섬주섬 챙겨 나섰다


숙소 옆엔 꽤 괜찮은 아니 아우랑가바드 최고의 비주얼과 나름의 맛을 자랑하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아쉽게도 오픈이 11시라 아쉬움을 머금고 어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아우랑가바드의 아침


특별할 게 없는, 별 그런 상점이 없는 흙먼지 가득한 비포장도로

멀리 기차역이 보이고 줄지어 릭샤와 과일상들이 즐비해있다


어제 타타님 생일이라 몰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케잌을 샀던 곳이다


푸드 익스프레스

이름 한번 쌈박하다


창 너머로

웬 동양인들이 앉아 있어 반가움에 눈길과 손길이 갔지만


나는 금세 알아봤다


북방계의 골격과 이른 아침부터 5옥타브 이상의 소프라노 보이스

단번에 알아봤지

중국님들이라는 걸


그 사람들도 문을 여는 수간 전부 눈길이 나에게로 왔다가

몇 초간 머물더니 다시 자기네들의 테이블로 돌아갔다


중국사람으로 보이질 않았을 것이다

다행스럽게 난 아직 중국계라는 소린 듣지 못했다

불행인 건지 일본인 소리는 거의 들었지만


한국에 있을 땐 한국계 일본인

인도에 있을 땐 인도계 일본인 

태국에 있을 땐 태국계 일본인 

이방인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작은 마을에선 아메리칸이라는 소리도 들었고

어젠 러시아계 혼혈인 소리도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비로소 느꼈다..)




지도에서 중간 지점

소음과 흙먼지

소란스럽고 혼란스러운

인구가 1000만 명은 되지만 

그저 시끄럽고 시끄럽고 시끄러운 대도시


그래도 대도시다 보니 아무것도 없는 마을보다는

아침메뉴 선택의 폭이 무한정이다 할 만큼 넓어졌다

국물이 먹고 싶을 땐 토마토나 야채 스프를 먹으면 되고 오믈렛이나 샌드위치도 좋다


단,

짜이 맛은 많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짜이는 남인도가 진리임엔 틀림없는 사실

작은 마을일수록 더더 향이 좋았다

들어보지도 못한 스모가타운이나 스나바나벨라골라가 그러했다

(짜이 때문에 며칠을 더 머물 수도 있을 정도였으니)


무지막지하게 시킨 샌드위치 사이로


오늘의 스케줄을 물어보시는 타타님

엘로라라고 하는 곳에 가려하옵니다 타타사마


실례가 안되면 같이 가도 되냐고

고민할 틈도 없이

"why not"

여기까지도 동행해 왔는데 엘로라 그 뭣이라고 

같이 갑시다


타타님의 무지막지한 샌드위치는 흔적을 지워버리지 못하고

알뜰살뜰하게 은박으로 반짝거리는 종이에 일용할 양식을 담았다

 

자체 포장을 끝내고 

기차역으로 가서 내일 이동할 기차 시간을 알아보니 

오후 4시 기차뿐 

선뜻 결정을 못하고 다시 창구로 들어서는데


키가 코딱지만 한 머리 큰 인도 놈이 새치기를 하고 들어온다

툭툭 치며 뒤로 가라고 하니 알 수 없는 방언을 터트리며 핸디캡 핸디캡을 연신 외친다

무슨 병신 같은 소리야

(키 작아서? 머리가 커서? 그럼 나도 외국인에 영어 벙어리다 시키야)


꺼지라. 뻑 뻑 거리니 폭포수 떨어지듯 욕지거리를 쏟아부으며 옆으로 꺼진다

매너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예의 없는 미친 인도는 늘 나에게 자비란 없다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시간만 알아놓고 길을 나서는데

자꾸만 땅꼬마 같은 놈이 생각나

화가 난다


나는 언제쯤 어른이 될까요..



아우랑가바드의 버스정류장

이방인을 바라보는 눈은 외계인을 보는 듯 신기하기만 하다


언제나 분주한


엘로라로 가는 버스를 알아채는 것도, 승차하는 것도 힘이 든다

(영어가 제일 쉬웠어요..)


믿음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지만

재차 확인을 하고 또 하고 또 해서 엘로라행 버스에 탑승을 했다

에어콘 하나 없는 구닥다리 버스

흙먼지를 뭉게뭉게 피워내며 4.50분은 달린 듯하다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흙먼지가 많이 이는 아우랑가바드


탁 트인 바깥 풍경이 이쁘고 이슬람 양식들이 많이 밀집되어 있다 

이유야 있겠지 종교전쟁 때문이라는 것도


엘로라가 명확히 무엇인지 알 수는 없으나

많은 이들이 밀집되어 있고

더 멀리 사원 같은 것들이 보인다


유적지 앞 입장료 부스트 옆으로 알 수 없는 흰디어와

친절하게 영어로 적혀 있는데

보아하니

인도인들은 10루피, 이방인들은 250루피라고 적혀 있다

무려 25배..

한화로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이지만 대놓고 눈탱이를 치는 것 같아 마음이 꽤 상했다


숫자라는 게 사람 마음을 참 오묘하고 교묘하게 만든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눈물을 머금고 티켓팅을 했다


와중에 타타님

티켓팅 부스 앞에서 큰소리치며 1인 시위 중이다

 

솔직히 조금 부끄러웠다


언제 그 시위가 끝이 날지 몰라서

천천히 둘러보고 있겠다 말하고 길을 나섰다

괜찮다며 신경 쓰지 말라는 그 말이 무색하게 밝은 걸음으로 뛰듯 거닐었다


멀리서도 여전히 1인 농성 중인 타타님 

부상병을 뒤로하고 후퇴하는 패잔병의 내 모습 

조금은 아닌 것 같아도 막연하게 기다릴 수가 없었다

끝이 보이질 않았으므로


살아간다는 건 사람이나 짐승이나 지극히 가장 중요한 것


입구에선 여느 사원답게 원숭이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많은 피켓들이 조심을 알린다

뱀 조심. 곰 조심. 호랑이 조심. 등등이 있었는데

(이 말대로 라면 이건 리얼 사파리 수준이다)


뭘 어떻게 조심하라는 건지


창조라는 것은



한땀 한땀 사랑과 정성을 다하여



영혼을 불어 넣는 것



처음으로 마주한 16번 동굴

여기 엘로라의 대표 동굴이다

 

카일라시 동굴

월래는 거대한 바위 었는데 

150년간 정과 망치로 한톨 한톨 깎아서 만들었다고

그 자체만으로 인도인들이 얼마나 무식하게 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최고로 신성시되는 장소임에 분명하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와 함께 힌두 양대 산맥이라는데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뭔가 비슷한 듯 다른 느낌


통바위를 깎아서 만들었다고 하는 

메리트

그 자체가 그냥 신기하고 신비로울 뿐이다



저기 멀리서 보이는 타타와 올가 

승전고를 올린 영웅처럼 위풍당당하게 걸어온다


훈, 나 10루피에 들어왔어

웃음이 환하여 사원안이 밝아 오는 듯했다


엘로라처럼 대단한 인물이다 샨티 교주와 신도


승리자와 패배자는 함께 할 수 없는 법


엘로라엔 1 - 36번까지의 동굴이 있는데 

전부 한 땀 한 땀 깎아서 만든 동굴

그 옛 시절 무굴제국의 전쟁의 끝이 바로 여기 엘로라라는 것 

끝없는 정쟁을 하고 결국 멸망한 곳



더럽고 더러운 다른 인도의 지역보다도 +@ 유독 흙먼지가 많았던 곳

 

전쟁의 패장병들이 그토록 원하던 삶이 승리의 목마름이 흙먼지가 되어 갈망해 그런지도 모르겠다


점심도 아니 먹고 해가 중천일 때부터 한참을 걸었던지

약간의 허기짐과 현기증에 한층 무거워진 몸


승리병 타타와 올가는 보이질 않고

패잔병인 나는 당 보충 차 짜이를 한잔하고 입구에서 승리자들을 기다린다

커다랗고 많은 사람들 중에 누구를 찾는다는 건

월리와 김서방을 찾기보다 힘들다는 것

 

그러길 1시간

승리의 나팔을 불고 나타나야 할 타타와 올가를 뒤로하고

다시 돌아서는 패잔병의 모습을 보았다


정류장에 사람이 우두커니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쳤고 또 한참을 장승처럼 기다렸다

특이한 운송수단을 많이도 봤지만 인도에선 픽업트럭을 개조하고 또 개조하여 버스만큼의 인원을 싣을 수 있는

(동남아의 썽태우는 양반일 정도다)

지쳐 계단에 걸터앉아 픽업트럭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나이트클럽 삐끼처럼 외국인들에게 영업 중이다

주판알을 튕겨보니 버스비보다 싸다

택시인 모양이다 

앞칸과 뒤칸은 외국인들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

짐칸 부분은 의자로 불법 개조를 해놓은 듯 8명의 인도인들을 짐처럼 꾸겨 넣었다


버스나 이 택시 같은 거나 승차감은 별반 차이가 없지만

조금 더 저렴하다는 것, 정류장이 없다는 것


탈 때는 모든 것을 다해줄 듯 꿀에 발린 말만 하더니 

한참을 달려 릭샤가 한가득 있는 공터에 차를 새웠다

왜 이곳에 세울까.. 릭샤와 연계로 두 번 돈 벌려는 속셈이었다

처음 영업할 땐 모든 것을 다 해줄 듯 꿀 발린 소리만 하더니

역시나.. 여긴 인도다

아주 잠시 착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이방인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자 

자기가 더 어이없는 듯 헛웃음을 짓더니 다시 차를 몰았다 


10여분을 더 달려 도착한 버스 스탠드 


근처.. 


종착지 점도 개사기를 쳤다


역시나.. 인도다

대단하다는 말뿐


엘로라에서 만난 한국 비구니 3분께 굉장한 정보를 얻었다 

아우랑가바드에 한국식당이 있다는 1등급 고급 정보를

해도 기울었고 점심도 못 먹은 터다


온몸에 부상 입은 패잔병의 모습

 

한식을 먹어야 해. 한식을 먹어야 해. 


2km를 물어 물어 도착한 한국식당


전혀 고급 져 보이진 않지만 

한글로 적힌 메뉴판에 환희의 웃음과 울컥하는 애잔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닭볶음탕과 참치김치찌개 공깃밥을  추가했다 

제발 제발 하는 기대감이 절로 묻어났고

한참을 기다려 음식이 나왔다



너무나 다른 재료로 너무나 비슷한 맛과 비슷한 비주얼 

아쉬움이 조금은 남는 순간이지만 또한  그 순간이 최고의 순간였음을


불빛 사이로 엘도라도가 있을테다


장미 식당도 엘로라처럼 내 마음속에 유네스코다


숙소로 돌아오니 엘로라처럼 커다란 승리자 타타님방에 불이 켜져 있다


사실 오늘은 타타의 생일

어제 걷다가 발견한 베이커리 집에서 케잌을 미리 사놨었다

미안한 마음에 돌아와서 케잌에 초를 꽂고 노크를 했다

 

해피 벌스데이 투 유~ 

하얀 이를 보이고선 빨개진 얼굴로 웃는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서로 엇갈려서 그렇게 됐다고

타타님과 올가님은 옆에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하고 

나는 같이 앉아 차를 한잔 하며 오늘 어땠냐며 묻는데 

올가님 정말 최고였다고 연신 엄지 척을 하신다 

(엘로라 사원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도)


괜히 내가 다 감사하다 

그러면서 타타님과 올가님 

너무 좋아서 그러는데 며칠 더 같이 동행을 하고 싶다고.. 으으으응..?


why not. (타타가 샨티 다음으로 많이 하던 말)


그래 그 뭐라고 같이 하면 되지


지금 이 순간은

우리 모두가 화목하게 웃고 행복하니

모두가 승리자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도를 노래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