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은 올 때마다 마음이 아련합니다. 경복궁 등이 관광객들로 늘 북적이지만 경희궁은 왠지 적막하고 쓸쓸해 보입니다. 조선의 5대 궁궐이었지만 선조 때 불타고 일제강점기 때 부속건물과 문짝 등이 뜯겨져나간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입니다. 그 후로 복원을 계속하고 있지만 곳곳에 시멘트 자국이 남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경희궁은 옛날 직장 건물 바로 앞이라 자주 들렀던 곳입니다. 가끔 후배들과 점심 뒤 커피 한 잔 들고 벤치에서 농담을 주고받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입담이 좋기로 유명했던 한 후배는 끊임없이 농을 던지며 선배 얼굴 주름을 더 늘여주곤 했는데...그 후배는 아깝게도 몇 년 전 저 세상으로 가버렸습니다. 젊은 나이에 오래 투병하다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경희궁에 오면 그 후배의 객쩍은 농담과 환한 웃음이 먼저 떠오릅니다.
오랜만에 찾은 이 날은, 길고양이 한 마리와 까치 두 마리가 호젓한 궁궐을 지키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