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9년 12월 14일 블로그에 올린 것입니다. 지금 보니 밤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쓴 연애편지를 아침에 다시 읽어봤을 때의 그 화끈거림처럼 부끄럽네요. 하지만 김성식 전 의원같은 정치인이 많아져야 한국 정치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김 전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낙선해 지금은 공공정책전략연구소에서 정책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여의도에서 최고의 정책 통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그의 정치행보는 순탄치 못했습니다. 계산하고 재고 줄서기 하지 않고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킬 수 있는 정치를 추구하다 보니 정치적 부침도 심했습니다. 기득권에 안주하고 적당히 타협했다면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지도 않겠지요.
김 전 의원을 비롯한 김관영 채이배 전 의원은 지난 8월 11일 20대 대선 정책 관련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복지 등 분야별 전문가들과 국민적 의견을 담은 '어젠다K 2022'를 발간했습니다. 시간이 되면 꼭 한번 일독을 권합니다. 가히 역작입니다. 한국 정치의 난제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뒤 그 대안을 적절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몇 달 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에서 영입을 하려고 했지만 거절했습니다. 윤 캠프측은 이들에게 영입을 제안한 사실을 언론에 슬쩍 흘려 자신들의 이미지를 '중화'시키려 했다가 당사자들의 항의를 받기까지 했습니다.
대선에 참여하지도 않는 이들 전직 의원들은 각계 전문가, 관료 출신 인물 60여명을 모아 50여차례 내부 세미나, 토론회를 1년여간 진행해 최종 결과물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누구처럼 남의 치적도 자기 것으로 슬쩍 숟가락 얹는 정치판에서 이들의 정치실험은 우직하고 바보스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힘을 내라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을, 특히 김성식 전 의원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가 이들이 정치의 탄탄한 한 물줄기를 이루게 될 때 한국 정치는 또 다른 희망을 보게 될 것입니다.
지난 2009년 12월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비경제부처 예산심사에서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국가보훈처가 5.18 기념행사에 사용할 기념곡 선정을 추진 중인 것과 관련, "정부가 5.18 행사에서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없애고 5.18 혈맥을 단절시키려는 의도"라며 "새로운 갈등을 만들지 말라"고 말했다.
김성식 의원과는 인연이 오래 됐습니다. 한나라당에서 소장파의 결기를 보여주면서도 보기 드물게 정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보수에 대한 신념도 뚜렷했던 분이었습니다. 점점 비상식적이고 수구화돼가는 당을 뛰쳐나와 지금은 바른미래당에 머물고 있지만 항상 그의 정치적 행로를 관심있게 지켜봐왔고 조용히 응원도 보냈습니다.
한나라당 시절 '천덕꾸러기'같은 말로 주류들 비위를 거스를 때, 그들 입장에서 튀게 보일 때, 취재반 걱정반으로 그에게 전화를 하곤 했습니다. 통화는 주객이 전도될 때가 많았습니다. 기자가 어느새 정치인을 걱정하게 되고, 그는 예의 조곤조곤한 말투로, '주류에 찍히면 자꾸 왕따가 되고 그렇게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내 걱정을 조용히 달래곤 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성식은 별 것 아닌 나라도 지켜주자는 심정에서 좀 살살하라는 내 투정반 부탁마저도 그는 따스한 말로 잘 받아주었습니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이 지난 2016년 5월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5.18 국립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님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인 윤상원, 박기순 열사의 묘를 찾아 참배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기회주의적이고 이해 타산적이고 배신과 쇼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그는 항상 손해보고 이리저리 떠밀려나가는 정치인이었습니다. 정직하고 솔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2000년에 관악갑 지구당위원장을 시작한 비교적 고참 정치인이지만, 2008년인 18대에 처음 등원했고, 현재의 20대 국회에서 활약중인 재선의원입니다.
중간중간 공백기가 많았고 부침도 심했습니다. 그래도 그를 항상 존경했습니다. 적당히 주류에 아부하고 타협하지 않아도 단단한 신념과 뜨거운 소신 하나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것이 쉬운 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억지와 마타도어가 지배하는 정치판에서 그는 여렸고, 때로는 바보같았습니다. 영악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좀 오래전, 지금보다도 젊은 김성식을 접했습니다. 주제는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때 부르던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이었습니다. 기자시절 그에게 현안을 물어볼 때면 더하고 뺄 게 없었습니다.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 그 밑에는 탄탄한 논리가 떠받치고 있어서 그냥 '받아쓰기'만 하면 됩니다.
그는 그 예결위에서 보훈처장에게 이렇게 일갈했습니다.
"행정이 역사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이 한마디에 김성식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위에서 누르는 권력이 민심과 역사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김성식은 꼰대같이 가르치려 들지 않았고, 논리있게 자신의 주장을,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외쳤습니다. 많이 안타까웠겠지요.
몇년전 영상 클립속의 김성식을 보면서, 그가 다시 힘을 내 우리들에게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활발하게 정치활동을 하고 있지만 목소리만 큰, 개인의 이기심과 권력욕과 야욕이 지배하는 저 야만의 여의도 정치판에서 김성식은 너무도 외로워보이네요. 선거법 개정과 같은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오로지 당의 총선승리에만 몰두해 있는 현재의 썩은 정치판을 목도하면서, 안타깝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개인의 대권욕망과 공천욕심이 절대 도도한 민심의 물줄기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역사와 민심이 오로지 권력투쟁에만 빠져있는 썩은 정치판을 끝까지 심판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정치는 목소리높은 억지주장과 위력만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이고 소신있는 주장은 괴물같은 횡포와 데시벨높은 소음 앞에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토요일 아침, 쇼파에 드누워 한가롭게 유튜브 서핑을 하던 나는, 지금 꼿꼿이 일어나, 그를 향한 부끄러운 연애편지를 쓰면서, 나지막히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보고 싶습니다. 역사와 국민을 위한 행진곡을, 김성식이 다시 힘차게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선배! 힘내세요!"
배경설명
지난 2009년 12월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비경제부처 예산심사에서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국가보훈처가 5.18 기념행사에 사용할 기념곡 선정을 추진 중인 것과 관련, "정부가 5.18 행사에서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없애고 5.18 혈맥을 단절시키려는 의도"라며 "새로운 갈등을 만들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김양 보훈처장은 "5.18은 나름의 색깔로 그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에는 5.18이 등장하지 않고, 광주와 연관되는 게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개혁성향의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5.18 기념식에서는 애국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른다. 행정으로 역사에 대처할 순 없다"며 "이 문제로 일거리를 만드는 것은 국민통합을 하려는 대통령 뜻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 뒤 이 '분노의 동영상'은 수십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