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정국이 격랑 속으로 휩쓸려가고 있다.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민주당 의원들의 압도적인 반대 속에 부결되면서 향후 이재명 대표에 대한 동의안도 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범죄 피의자’들을 다수의석으로 막아주고 있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검찰의 노골적인 야당 죽이기 수사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돼 있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도 ‘당연히’ 부결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애초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들의 자유 투표에 맡길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당론이 정해지지 않아 민주당의 일부 이탈표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민주당 의원들이 대부분 반대표를 던지며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 민주당은 거대야당의 ‘방탄 국회’ 비판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컸지만 당장 ‘검찰 정국’을 돌파할 묘수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절박한 한수’이기도 하다.
사실 민주당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이 대표만한 차기 대권주자 대안도 없는 상황이라 ‘이재명 사수’ 외에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다 검찰의 편파적인 수사로 민주당 의원 전체가 심각한 정치적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방탄 국회’ 비판을 무릎 쓰고 향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도 일사불란하게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가 다분히 정치적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며 강경대응으로 확실히 방향을 잡아 앞으로 여야 간 극심한 난타전이 예상된다.
그런데 민주당이 사전 당론을 정하지 않고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했음에도 이렇게 반대표가 대부분 결집된 이유 중의 하나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본회의장을 지켜본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8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앞서 한 장관이 직접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조목조목’ 들이대며 의원들 전체를 마치 ‘피의자’ 다루듯이 고압적으로 설명해나간 ‘태도’에 대해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이 상당히 불쾌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한 장관이 ‘녹취록’까지 언급하며 면전의 3선 노웅래 의원을 ‘창피 주기’하려는 ‘술수’에 대해 상당히 격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장관은 마치 ‘범죄자’를 앞에 세워 놓고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공소장을 읽듯이 검찰이 확보한 증거를 조목조목 들이밀었다. ‘이러고도 당신이 빠져나갈 수 있겠느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아직 검사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아 예의 피의자를 추궁하던 ‘야성’이 되살아난듯 보였다. 특히 한 장관은 “노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녹음파일이 있다.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돼 있다”며 현장 상황을 마치 생중계하듯이 자세히 설명히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렇게 표결에 앞서 한 장관이 피의사실과 직결되는 증거들을 대거 공개한 것을 놓고 ‘피의사실 공표’ 논란도 일고 있다.
과거에도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체포동의안 표결 전 의원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했었다. 하지만 국회 속기로 기준으로 300여자 정도로 요약되고 무미건조한 행정서식을 읽는 수준이었다. 해당 의원의 혐의와 체포동의 요청 경과를 정리해 전달하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다. 그런데 28일 한동훈 장관의 발언은 녹취록 기준으로 1900자 이상이었고 한다. ‘한 장관의 설명이 장황하고 해당자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 법무부는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표결의 근거자료로서 범죄혐의와 증거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국회법 제93조에 따른 법무부장관의 당연한 임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맞짱’을 뜨면서 의도적으로 확전을 유도해 자신의 정치적 몸값을 높이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장관이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을 미리 예상하고 동의안 이유 설명을 간단하게 마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과 저항을 유도해 자신을 ‘방탄 국회’ 거악과 맞서는 ‘정의의 투사’로 이미지 메이킹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민주당 의원들을 자극해 체포동의안에 대한 압도적인 반대를 유도함으로써 ‘방탄 민주당’의 오명을 확실히 씌우려는 의도된 도발을 했을 수도 있다.
사실 한 장관은 평소 바른말 잘 하는 모범생 스타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에 출석해 답변을 할 때마다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민주당 의원들과 신경전을 벌여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상태였다. 하지만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때 장황하게 설명한 것들은 ‘다분히 사감이 들어간 감정적인 인신공격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부 잘 하는 모범생이 잘못을 저지른 학생을 선생님에게 쪼르르 쫓아가 고자질 하듯이 이날 한 장관은 ‘건수 하나 잡았다’는 식으로 아주 득의만만하게 노 의원의 체포동의 이유를 설명해 민주당 의원들을 자극한 것은 확실히 장관의 선을 넘은 의도적인 도발행위였다”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장관은 이미 국민의힘 대표 차출론까지 거론될 정도로 정치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본인도 정치 야망을 가졌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그동안 한 장관이 국회에서 보여준 야당 의원들에 대한 답변 태도와 정치적인 멘트 등을 볼 때 사실상 ‘윤석열 호위무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국민의힘 보수지지층 사이에서는 ‘여권에 한동훈만큼 야당에 당당하게 논리적으로 맞서는 정치인이 없다. 이번에도 국회에서 민주당 169명 의원들을 상대로 혼자 백병전을 치렀다’는 칭찬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에 한 장관도 ‘깨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한껏 고무돼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한 장관은 최근 들어 오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집을 찾아온 더탐사 강진구 기자를 포함한 관련자 5명을 공동주거침입 및 보복범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강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기자의 ‘취재행위’에 대해 조직폭력배들이나 저지를 법한 보복범죄 혐의까지 적용해 경찰에 고발한 것은 한 장관의 ‘악의적이고 오만한 대응’이다”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보복범죄는 ‘어떤 것에 앙심을 품고 보복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말하는데 형사적으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해당돼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중범죄에 속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동훈 장관의 이번 체포동의안 ‘과잉공격’에 대해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자승자박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 장관이 야당 의원들에 맞서는 논리와 전투력, 정치센스는 있겠지만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한 장관의 정치력 부재와 ‘단죄하는 정치’의 단점과 한계를 이번에 국회에서 확실히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한 장관이 당장 체포동의안 ‘증거’를 줄줄이 읽으며 기분을 내기는 했지만 야당의원을 얕잡아보는 ‘깐죽거림 본능’을 고스란히 드러내 ‘한동훈은 대권주자 감이 아니다’는 역효과도 낳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