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가 논란이 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정권이 출범 1년을 맞아도 지지율 침체 국면이 계속되자 한 보수언론에서 ‘김남국 코인 사태’를 터뜨려 물타기를 한다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건 “김 의원이 코인 투자를 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는 없었는가” 하는 것이다.
김남국 의원의 ‘60억 코인’ 투자 보도가 나온 직후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한 것은 “도대체 그가 무엇을 믿고 주식보다 투자 리스크가 엄청나게 높은 코인에 10억원을 한꺼번에 몰빵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검사 출신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투자를 했다는 게 위믹스 코인이라는 건데 이게 잘 알려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게 아니고 소위 말하는 김치코인, 잡코인이다. 그래서 이게 돈 놓고 돈 먹기식 아니냐. 언제 깡통 찰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저기다가 10억을 때려 박아? 뭐 알고 들어간 것 아니야? 뭐 있는 것 아니야?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 하는 그런 의문이 아직도 해소가 되지 않았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아무리 주식이나 코인 투자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의 첫 번째 격언쯤은 알고 있다. 그런데 김 의원은 주식보다 투기성이 훨씬 높고 손실 위험성도 극단적으로 높은 코인에 주식을 판돈 10억원을 한꺼번에 몰아넣었다. 더구나 김 의원은 운동화 앞부분에 구멍이 나도 개의치 않고 신고 다닐 정도로 검소와 절약이 몸에 밴 인물로 알려진다.
그런 김 의원이 10억원을 한꺼번에 코인에 투자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전세가 만기가 도래해서 전세자금을 가지고 있는 게 6억이고 전세자금을 투자해서 LG디스플레이(주식)를 산 것이다. 전세자금을 가지고 처음에 이제 가상화폐 초기 투자 자금으로 활용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식투자 종잣돈으로 코인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라는 취지다.
또한 김 의원은 LG디스플레이라는 우량주를 팔아 갑자기 투자손실 위험이 높은 코인에 몰빵한 이유에 대해 “상장사, 아주 대형 회사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이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고 저는 판단했다”고 ‘위믹스’ 투자 배경을 밝혔다. 대형 회사 코인이라 신뢰도가 높았다는 ‘개인적 관점’에서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대형회사가 발행한 코인이 매력적이라고 해도 10억을 몰빵할 정도로 간 큰 투자자는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수천억원을 굴리는 전문 투자업체라면 10억 정도의 몰빵이 아무런 문제가 아니겠지만 김 의원처럼 전세자금을 빼 투자하는 ‘생계형 투자자’라면 그런 위험한 ‘투기’는 피하는 게 상식적인 투자 전략이는 것이다. 더구나 10원도 허투루 쓰지 않는 김 의원의 소극적인 소비패턴을 볼 때 10억 몰빵 ‘씀씀이’는 더욱 석연치 않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사전에 확실한 ‘정보’를 알고 코인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10억 몰빵 투자에 대해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의 ‘거래’에 대한 석연치 않은 정황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및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김 의원의 지난해 가상자산 지갑 거래를 ‘이상 거래’로 분류해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관련 자료를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 지갑에서 지난 2022년 1월부터 3월까지 ‘위믹스 80만개(최대 60억원)’가 오고 간 거래를 ‘비정상적’이라고 본 것이다. 당시 위믹스는 주로 2022년 1월과 2월에 대량으로 유입돼, 같은 해 2월 말과 3월 초 전량 인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FIU의 판단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A의 보고를 바탕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김 의원이 이용했던 거래소 A가 먼저 그의 가상자산 거래를 비정상 거래로 파악했다는 의미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자금세탁행위 등 불법적인 금융거래가 의심되는 거래를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특히 이들이 김 의원의 거래를 의심했던 배경은 ‘거래 기간’과 ‘거래 종목’에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나치게 짧은 기간 동안 60억원 규모의 ‘코인 80만개’가 이동했고, 이동한 코인의 종류가 당시 대표 김치코인으로 꼽혔던 ‘위믹스’였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의원의 코인 투자가 지난해 대선 즈음에 집중적으로 이뤄져 ‘대선 자금 펀딩’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이 지난해 2월 대선을 앞두고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을 활용한 ‘이재명 펀드’를 기획 및 출시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의원은 3.9 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해 2월 7일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의 선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NFT 기반 펀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재명 펀드는 기존의 선거 펀드와 달리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NFT를 활용한 세계 최초의 새로운 선거 펀드”라고 홍보했다.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는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가상화폐나 NFT로 발행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대표적인 NFT 테마 코인으로 꼽힌다고 한다. 당시 민주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온라인 소통단장을 맡았던 김 의원이 NFT 업계에 호재가 될 만한 대형 선거 펀딩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만큼 추가 ‘이해충돌’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NFT를 활용한 대선 펀드를 출시한다고 발표하자 당시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NFT 테마 코인들이 상승세를 타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위믹스는 김 의원 발표 전날 7501원에서 발표 당일 7750원, 다음 날 8135원으로 가격이 뛰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슷한 성격의 NFT 테마 코인들도 세계 최초 NFT 정치후원금 소식에 하루 새 3∼15%가량 상승했다고 한다.
이처럼 코인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은 김 의원이 NFT 선거 펀딩 발표 전에 관련 코인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했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이 김치코인으로 불리던 위믹스에 굳이 몰빵을 했던 점도 민주당의 NFT 선거 펀딩과 관련이 있을 개연성도 있다. 그래서 코인 업계에서는 “공직자 권한을 이용해 개인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이해충돌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코인 투자와 대선자금 관련 의혹에 대해 “ATM 출금 내역을 확인한 결과 대통령 선거일 전후 3개월 동안 인출한 현금은 총 440만원이었다. 대선을 440만원 가지고 치렀다는 말이냐”며 관련성을 강하게 부정한 바 있다. 그후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8억원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은행에 이체했다”고 추가 해명을 내놓았다. 현금인출기로 인출한 액수는 440만원이지만 8억원은 은행 이체를 통해 ‘현금화’한 것이라는 얘기다.
김남국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지난 며칠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다. 더 일찍 사과드렸어야 했는데, 억울한 마음에 소명에만 집중하다 보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어제(8일) 입장문을 통해 자세히 소명했지만, 모든 거래는 실명 인증된 계좌를 통해서 제 지갑으로만 투명하게 거래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거나 상속·증여받았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허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의원은 코인 보유 중 가상화폐 과세 유예법안도 공동발의한 것으로 알려져 이해충돌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김 의원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의 NFT 선거자금 펀딩도 직접 기획하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신의 코인 보유와 선거자금 펀딩 간의 이해충돌 논란에도 불이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