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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기노 May 16. 2023

김남국 ‘코인’ 사태와 이재명의 ‘식물 리더십’

이재명 대표가 5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남국 의원 탈당 등 최근 당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남국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전격 탈당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기성’ 거래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석고대죄하며 당의 윤리 의식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론이 우세합니다. 그런데 김 의원의 ‘몰락’ 과정을 지켜본 일부 당 관계자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의 ‘식물 리더십’에 적잖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이 대표의 눈치를 보며 코인 사태를 초기에 수습하지 못하고 수수방관했습니다. 이 대표 또한 자신에게 옭아매진 ‘천형’ 때문에 김남국 사태에 대한 ‘빨간불’을 스스로 점멸시키며 당 지도부의 방관에 ‘동조’를 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느슨해진 도덕적 잣대와 온정주의 때문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기 힘들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앞으로 ‘제2의 김남국 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으므로 향후의 당 대응 전략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10여 일 동안의 김남국 사태를 지켜보면서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그는 “민주당은 윤석열 검찰 정권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다. 검찰이 민주당 의원들을 자신들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한 사람씩 끄집어내 조리돌림을 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정 정국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게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의 발언은 민심에 찬물을 끼얹은 김남국 사태를 물타기 하려는 의도로 비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현재 민주당 지도부가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에 대한 태생적 한계와 그 프레임을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걱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윤석열 검찰 정권은 역대 그 어떤 정권보다 사정 기관을 가장 효율적으로, 그리고 가장 확실하게 컨트롤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단순한 검찰총장이 아니었습니다. 권력과 수차례 맞짱을 뜨면서 대통령 자리까지 거머쥔 대단히 ‘정치적인 검사’입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직 시 국회에서 정치적인 퍼포먼스를 의도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의원들의 질의에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탁자를 치며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극대화했습니다. 이는 ‘윤석열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권력자들과 수없이 ‘대적하며’ 얻었던 나름의 ‘정치 기술’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검찰 정권만큼 여의도 정치인들을 잘 다루는 권력은 없을 것입니다. 현재의 검찰 주류는 윤석열 대통령이 최강도의 그립으로 장악하고 있고 대부분의 요직은 특수부 출신의 ‘정치 검사’들이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정치권력과의 대결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압도적인 전력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5월 14일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등과 관련해 '쇄신 의총'을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김남국 코인 사태가 불거졌을 때 ‘일개 언론’의 취재로 밝히기에는 민감한 ‘개인 정보’가 너무 많이 포함돼 있어 검찰 등의 사정기관 ‘개입설’이 계속 제기됐습니다. 물론 김 의원이 처음 보도된 내용보다 훨씬 더 노골적으로 과감하게 코인 ‘투기성’ 거래를 한 것이 고구마 줄기처럼 쭉쭉 나오면서 탈당 사태로까지 번졌지만 이번 사건이 검찰과 보수언론의 ‘합작품’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기자들이 정치인들의 비리를 취재할 때 검찰 등의 사정기관 ‘도움’ 없이 진척을 이루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과거에는 기자들이 ‘범정’(범죄정보기획관실)으로 통칭하던 대검찰청 산하 정보 담당 부서(정보관리담당관실) 직원들과 면밀하게 교류하며 정치인 관련 민감한 ‘권력형 비리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고 그것이 특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번 김남국 코인 사태도 정치인들의 비리를 오롯이 스크린하고 있는 검찰의 ‘도움’ 없이 순수한 취재로 그 전모가 드러났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이에 대해 “검찰이 사냥감을 정한 후 게임을 하듯 놀이하듯 수사권을 남용하고 특정 언론과 협잡해서 프레임을 짜서 한 사람을 공격하면 그 대상이 된 사람은 패가망신을 피할 방도가 없습니다”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민주당 ‘친이계’(친이재명계)의 단골 메뉴인 ‘물타기 대응 전술’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수사 공정’에 대한 잣대를 생각해 보면 과연 윤석열 검찰 정권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정치인 비리를 다루고 있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최근 경찰은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를 불송치했습니다. 검찰 수사는커녕 경찰 선에서 처리됐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됩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문재인 정권 때 유명무실했던 특별감찰관(대통령 가족·측근 비리 감시 역할)을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해 집권하자마자 임명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지금까지도 ‘공석’으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기존 수사기관이 특별감찰관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게 명분입니다. 


하지만 권력형 비리에 대한 감시망은 일부 기능이 중첩되더라도 상호 견제를 통해 더 촘촘하게 스크린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수사 기능 효율성’ 인식은 ‘내 편은 건드리지 말라’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입니다.


김남국  의원이 5월 14일 오전 국회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출근 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민주당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침체에 빠져 있는 국정운영 지지율에 반응하지 않고 ‘우직하게’ 불통의 리더십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정치인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수사를 가장 많이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정치인을 두드려 잡고, 민심이 어떤 지점에서 반응하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대통령까지 오른 것입니다. 그래서 내년 총선 전까지 윤 대통령이 검찰 등의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장기적이고 주도면밀한 사정 정국을 지속해 조성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특수부 출신 검찰 주류들은 누구보다도 정치인들의 권력형 비리를 잘 다룰 줄 압니다. 그 최정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들은 정치인 대응 노하우를 총동원해 ‘선택적 수사’를 이어 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야당은 만성적인 ‘부패 프레임’에 매몰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민주당 의원들이 깨끗하고 청렴하면 ‘꼬투리’ 잡힐 일이 없지 않으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의 막강한 권력은 기소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를 ‘자의적’으로 하지 않는 ‘선택적 배제의 힘’에서 나옵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검찰 정권에 맞서는 민주당의 전력이 너무 약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김남국 사태로 10여 일 만에 민주당이 초토화된 것은 분명 문제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는 전면에 나서서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는 위기 대응 리더십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김남국 의원이 탈당하고 나서야 사과하며 뒷북을 쳤습니다. 


이 대표는 ‘내 코가 석 자’ 프레임에 빠져서 당이 앉아서 당하는 것을 멀뚱멀뚱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윤석열 검찰 정권은 사정기관 전력을 총동원해 ‘야당 무력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민주당 분위기는 ‘팔다리 잘려도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 되겠지’ 하며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합니다. 


민주당은 왜 검찰총장 출신 정치신인에게 정권을 내줬는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재명 대표부터 야당의 수장으로서 당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 윤석열 정권의 사정 정국 조성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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