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의원이 ‘코인’ 사태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지만 야당에 긴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악화된 주요 원인으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김남국 코인 사태에 대해 거대야당 대표로서 존재감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하고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남국 코인 사태까지 터지자 ‘비명계’(비 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지도부 사퇴론’도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이 대표 체포 동의안 정국 때 제기된 사퇴론과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입니다.
체포동의안 정국 때는 이 대표의 위상이 흔들림이 그리 없었고 ‘결사옹위’ 분위기가 탄탄하게 떠받치고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대선에서 아깝게 패한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공감대가 있었고 그것이 ‘대안 부재론’을 지탱하는 논리였습니다. 여기에다 윤석열 검찰 정권이 대장동 사건에서 이 대표의 ‘수뢰’ 등 직접적인 비리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정적 죽이기’라는 프레임도 덧씌워져 ‘이 대표를 지키자’는 분위기가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김남국 코인 사태는 본질적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 체계와는 결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때도 초기에 사태를 수습하는 단호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송영길 전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를 이 대표에게 물려준 인연 등으로 ‘내편’에게 관대한 대응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돈봉투 사건에 대해서는 이 대표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리더십 리스크’도 크게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김남국 코인 사태를 맞으면서 그동안 잠복해 있던 이 대표 지도력에 대한 불신과 ‘무능’ 리더십이 제대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체포동의안 정국과 돈봉투 사건 등을 거치며 누적된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분출하는 양상입니다.
이런 이 대표에 대한 ‘반감 기류’는 이번 쇄신의총에서 3년 동안 공개발언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던 한 의원이 코인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작심발언을 쏟아낸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침묵하던 다수의 초선 의원들도 이번 쇄신의총에서 이례적으로 공개 발언을 많이 했습니다. 이들 또한 당 지도부의 무기력한 지도력에 쓴소리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집니다.
민주당 ‘중립성향 의원’들은 김남국 코인 사태를 내년 총선 때 청년 표심 악화 가능성과 연결 지으며 선거 패배의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금배지에 목을 매는 의원들 사이에서 ‘내년 총선이 위험하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이재명 대표 리더십에 치명적인 걸림돌입니다.
당내에서 ‘이대로 이 대표를 믿고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는 데 이번 김남국 코인 사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당 일각에서는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능력 제일주의의 이 대표 위상과 리더십에도 근본적인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대표에 대한 ‘결사옹위’ 분위기도 지난 체포동의안 정국 때보다 훨씬 그 ‘결착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를 지난 대선에서 불과 24여만표 차이로 아깝게 패한 확고부동한 대선주자이자 집권 가능성이 높은 ‘미래권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번 김남국 코인 사태를 거치면서 그 ‘맹신’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윤석열 검찰 정권의 ‘칼날’과 사정정국 조성 전략을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만 계속 이어지면 가만히 있어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무사안일한 정국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것입니다.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곧바로 당 대표에 올라 자신감이 아닌 자만심이 많이 깃든 것 같다. 이 대표 외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다는 걸 본인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야당을 대충 이끌어도 어떻게 되겠느냐는 안일한 인식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특히 이번 코인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가 자신의 측근이 연루된 경우 너무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고 봅니다. 김남국 의원은 이 대표의 대선후보 ‘수행실장’으로 그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 바 있습니다. 또한 이 대표의 원조 측근 그룹인 ‘7인회’ 멤버이기도 합니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쇄신의총 2시간여를 앞두고 전격 탈당을 결행한 것에 대해 ‘지도부와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들이 계속 나왔습니다. 이 대표에게도 김 의원의 탈당이 사전 보고됐고 이 대표가 의총 전 ‘탈출’을 눈감아주었다는 관측입니다.
하지만 당에서는 김 의원의 의총 전 탈당이 이번 사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간 주요원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도덕성 해이와 ‘내로남불’ 습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몰지각한 행태라는 것입니다. 당 지도부는 ‘관리 권한’이 없는 김 의원에 대해 아무런 코인 거래 정보도 받지 못하고 먼 산만 보게 됐고 결국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의원들의 비리 사건이 터지면 당 대표가 진두지휘하며 공당으로서 책임 있는 대응을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일단 탈당부터 하고 보는 ‘국민 기만 쇼’가 이번에는 제대로 비판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엄정한 리더십을 보여주었어야 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탈당하려는 김 의원을 막아 세운 뒤 ‘당의 징계절차에 따르라’는 단호한 리더십을 보였어야 그나마 실추된 민주당의 이미지도 바로세울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대표는 김남국 의원이 자신의 ‘수행실장’이라는 이유에서였는지 당 대표로서 징계를 가하는 가장 확실한 위기 대응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당에서는 “측근에 대한 온정주의 탓에 ‘징계회피용 탈당은 제명 또는 향후 5년간 복당할 수 없다’는 당규를 확실히 적용할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쇄신의총 과정에서 국회 윤리특위 제소 주장이 많았음에도 어떤 이유에선지 결의문에서 빠진 점도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더 깊게 만들었습니다.
비명계 일각에선 코인 사태 책임을 지고 이 대표는 물론 ‘친명계’(친 이재명계)가 다수인 최고위원들까지 총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김남국 의원 사태 후폭풍이 이렇게 큰 데도 당 지도부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옵니다.
이재명 대표와 최고위원들에 대한 비명계 일각의 사퇴 주장은 다분히 ‘정치적 액션’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대선 패배 뒤 곧바로 당 대표직을 꿰차며 차기 대권도전을 기정사실화 했던 이재명 대표에 대한 ‘묻지마 신뢰’와 ‘결사옹위’의 둑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 둑을 무너뜨린 장본인이 이재명을 24시간 따라다니던 ‘김남국 수행실장’이라는 게 이번 코인 사태의 최대 아이러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