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그는 수십억원의 코인 거래 논란에 휩싸여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후 11일째 잠적중입니다. 한때 가평휴게소에서 김 의원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지만 그 후에도 공개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의정활동도 하지 않는데 세비를 왜 주느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 14일 탈당 뒤 열흘 넘게 국회 회의에 불참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활동 흔적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간을 끌며 논란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전형적인 ‘물 타기 지연 작전’입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자신 때문에 만들어진 법안 표결에 대해서도 불참을 해 더욱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김남국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자윤리법과 국회법 개정안까지 통과됐지만 그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김남국 방지법은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과 국회의원의 사적 이해관계 등록 대상에 가상자산을 추가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21대 현역 의원은 2020년 5월 임기 개시일부터 이달 31일까지의 가상자산 소유현황을 다음 달까지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 등록해야 합니다.
김 의원이 상임위 질의 과정에서도 무분별하게 코인 거래를 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의원들이 가상재산 보유 신고까지 하며 투명한 의정활동을 ‘강제 서약’한 셈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논란을 부른 장본인인 김남국 의원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소속 상임위인 법사위 전체회의에도 불참했습니다.
김 의원의 행방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들이 나옵니다. 경기 안산 단원을 지역구의 자택에서 칩거 중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탈당한 후 국회 의원회관에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다만 자택에서 10분 거리인 지역구 사무실을 비밀리에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한 김 의원이 천주교 신자라 성당 등에서 종교 활동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야권의 대표적 ‘쓴소리 정치인’인 유인태 전 의원은 ‘김 의원이 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그의 거취를 두고도 말들이 많습니다. 한 때 김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집니다.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김 의원은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여권에서 제기한 ‘불법 대선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는 등 추가 반박 자료 제시와 법적 대응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잠적’에 대해 날선 비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징계가 내려지기 전 ‘꼼수 탈당’을 하고 그도 모자라 공개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숨어 지내며 의혹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있는 행태는 논란의 중심에 선 정치인의 행보로는 최악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렇게 김 의원이 코인 거래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들을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설명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도망을 다니는 행태의 배경에는 민주당 ‘친명계’(친 이재명)의 동정적인 분위기와 ‘개딸’로 대변되는 강성지지층의 온정적인 대응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최근 김남국 코인 사태가 이재명 대표의 책임론으로 확산할 분위기가 보이자 ‘친명계’는 조직적으로 김 의원 ‘변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한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의 ‘김남국 감싸기’ 논란과 관련해 “아픈 사람에게 힘내세요 하는 게 잘못된 것이냐”고 그를 감쌌습니다.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김남국 의원 응원을 지지하는 의사의 표현입니다. 이 대표 팬카페나 민주당의 당원 청원 게시판에는 김 의원의 코인 투자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를 응원하는 메시지도 릴레이 형식으로 꾸준히 업로드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 최고위원은 “김 의원의 행위에 대해 분노할 것은 분노하라”면서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국회의원에게 힘내라고 응원조차 하면 안 되느냐”고 주장하며 당원들의 ‘김남국 응원’ 분위기를 당 지도부가 의도적으로 부추기는 행태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명계’(비 이재명)들은 ‘친명계’의 ‘김남국 감싸기 분위기’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입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김남국 의원을 비판한 당내 일부 인사들에 대해 ‘개딸’들이 조직적으로 욕설 문자 등을 날리며 ‘보복’하는 것에 대해 “행위를 못하게 해야 된다”고 적극 대응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여전히 “더 이상의 부당한 내부공격은 없어야 한다”는 경고 정도의 미온적 대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김종민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강성 지지층과 결별하지 못하는 경우를 두고 “그럼 그냥 가라앉아 늪에 빠지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민주당에서는 김 의원 코인 거래 논란과 ‘김남국 묻지마 감싸기’ 등을 두고 강경 주류와 온건 비주류가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해 대선에서 패배했는데 이번에는 남국의 강마저 건너지 못하고 또 다시 내년 총선 패배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김남국 의원과 최근 전화 통화를 한 안민석 의원은 김 의원의 근황을 전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안 의원은 김 의원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사람들 심정을 알겠다”는 ‘워딩’을 인용하며 그가 심적으로 상당히 괴로워하고 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안 의원은 ‘김 의원에게 반성할 시간을 주자’는 주장을 펼쳐 또 다른 ‘묻지마 비호’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안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나는 정치하면서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김남국 의원의 코인 관련한 여러 가지 의혹들은 수사를 통해서 밝혀져야 될 것이다. 그건 기다리면 될 것이다. 그다음에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그런 부분은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아마 징계가 나올 것이다. 그럼 본인이 마땅히 감수를 해야 된다”라며 “다 떠나서 김남국 의원은 지금은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여의도를 언제 오느냐,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김남국 의원 본인은 떳떳하다고 하는데 반성과 성찰을 왜 하는지, 굳이 한다면 논란이 된 의혹들을 명쾌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거취를 정한 뒤 해도 늦지 않는데 굳이 지금 ‘도망 다니며’ 당의 분열만 더 부추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민주당은 성난 민심을 다독이고 반성하는 것보다 ‘김남국’ 챙기는 것이 더 급한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