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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기노 Jun 22. 2023

김은경 혁신위, ‘만만한’ 주제만 고른다?

지난 6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 1차 회의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자리에 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본격 출범했다. 한차례 위원장이 바뀌며 홍역을 앓았던 혁신위는 김은경 위원장 체제로 지난 6월 20일 공식 문을 열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저는 정치권에 빚이 없는 사람”이라며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의 첫 번째 의제로 지난 2021년 전당대회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오고갔다는 의혹인 ‘돈 봉투 사건’을 다루기로 했다. 애초 김 위원장은 돈 봉투 문제에 대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가 이재명 대표의 ‘아바타’ 아니냐는 거센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 김 위원장에 이에 대해 “돈 봉투 사건의 자료를 보니 심각한 사건인 것을 확인했다. 해당 의원들과 그분들이 몸담고 있는 민주당에 정치적이고 법률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부분을 확인했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면서 “기존에는 사적으로 학교 수업하는 곳으로 운전하다가 전화를 받고 사적인 얘기를 한 것이었고 지금은 공당의 혁신위원장으로서 드리는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자신의 ‘검찰 조작 가능성’ 발언은 개인적 의견일 뿐 돈 봉투 문제를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당 쇄신의 상징적 의제로 삼아 집중 점검해나갈 예정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은 개인의 일탈로 보이고, ’돈 봉투 사건‘은 조직의 문제인 것 같다. 이런 (돈 봉투 사건) 종류의 사건에 민주당은 매뉴얼을 만들어 잘 대응했는지 등을 봐야 제도적 쇄신안이 나올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돈 봉투 문제에 대한 쇄신은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어 ‘클린 시스템’을 강화하는 쪽으로 쇄신을 이뤄나가면 당내의 별다른 저항은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두 번째로 강조한 공천 시스템 혁신은 당내 기득권과의 전쟁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정당 공천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은 국민에게 정치 혐오를 일으킨다.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체제를 혁파하고,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기용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6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혁신기구 1차 회의에 이재명 대표와 김은경 위원장, 그리고 혁신위원들이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공천 개혁은 그 명분과 취지는 옳은 방향이지만 방법론에 있어서 대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민주당이 현재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친명계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파를 초월한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기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은 야당 대표의 가장 강력한 권한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이상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혁신위의 공천 개혁 의제에 대해 친명계가 갖은 현실논리와 ‘야당의 특수한 상황’ 등을 내세워 이리 저리 빠져나갈 경우 김 위원장이 그 ‘미꾸라지’들을 잡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또한 김 위원장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당 혁신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명확하게 선을 그으며 터치를 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법 리스크는 사법적 판단(영역)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 문제를 우리가 관리할 이유는 없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이 주로 밝힌 3가지의 ‘미션’ 의제를 놓고 보면 결국 돈 봉투 사건 정도는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부패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 정도일 뿐 나머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그에 따른 리더십의 불안정성, 그리고 공천 개혁은 아예 다루지 않거나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 위원장이 비명계에서 당의 ‘고질병’으로 지적돼 온 강성 팬덤 ‘개딸’ 문제는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고 ‘만만한’ 돈 봉투 사건만 콕 집어 손을 보겠다고 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 위원장이 골치 아프고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강성 팬던 문제는 일단 뒤로 물리거나 의제 자체로 삼지 않게 되면 혁신위의 존재이유 자체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무엇보다 우려하는 대목은 김 위원장이 정당정치를 경험해본 적이 전무하기 때문에 쇄신안의 완전성과 혁신의 한계를 어디까지 두고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낼지 본인도 그 범위를 명확하게 모른다는 점이다.


6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혁신기구 1차 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와 김은경 위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이해식 민주당 의원을 제외하면 현역 국회의원도 없기 때문에 혁신안이 어떻게 쇄신작업에 적용되고 그것에 대한 실질적인 실천방안이 어떻게 작동될지 혁신위원들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자칫 이론만 거창한, 허울뿐인 혁신안들만 쏟아질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아무리 탁월한 결과가 나와도 이를 수용할 이재명 대표의 ‘인증’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2015년 김상곤 혁신위 체제도 수많은 성과물을 내놓았지만 결국 그 뒤 모두 유야무야 돼 버렸고 문재인 대표 체제의 위기모면용에 그친 바 있다. 설령 이 대표가 혁신안을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약속을 해도 그것들이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지는 게 기득권 정치의 현실이다.


혁신위원 선정을 놓고도 뒷말이 오간다. 민주당은 혁신위원으로 김남희 변호사, 윤형중 LAB2050 대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이진국 아주대 교수, 차지호 카이스트 교수 등 외부 인사 5명과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 여사의 배우자실장을 지냈던 이해식 의원과 이선호 울산광역시당위원장 등 내부 인사 2인을 선임했다.


이 가운데 일부 인사들은 이재명 대표를 과거 지지한 경험이 있거나 대선 때 방송 찬조 연설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은경 위원장은 “(위원들의 과거 활동이) 계파와 관련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친명계로 의심받는 혁신위원들의 경우 향후 활동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쇄신 강도나 의지가 드러날 것이고, 오히려 친명계 색채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더 중립성을 견지할 가능성도 있어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김은경 혁신위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민주당의 얄팍한 술수가 이번에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굳이 섬뜩하게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지 않아도’ 이재명 대표가 ‘성역은 없다’는 메시지 하나만 확실히 던져준다면 혁신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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