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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권에 묶인 이재명의 탈출전략은?

by 성기노
209590_412676_827.jpg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횡보’를 거듭하면서 캠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추락에 따른 ‘낙수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계속 35%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후보 측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뚜렷한 실책을 저질러 지지율이 추락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도 못하는 ‘횡보’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기관이 지난 10~12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37.0%로, 전주(36.0%)와 거의 같았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선을 넘나들던 지지율은 다시 30% 중·후반대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반면 30% 초반대까지 하락했던 윤 후보의 지지율은 40%대를 가볍게 찍는 등 상승세입니다. 일부 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를 벗어나 우위를 점하는 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외형상으로 보면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급락을 하는 게 맞습니다. 최근 김건희 씨 녹취록 공개 파문에다 선대위 갈등과 후보의 리더십 부재 등의 악재에 잇따라 노출되었지만 지지율은 다시 반등하는 미스터리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 ‘데드크로스를 넘어 골든크로스’를 노리던 이재명 후보는 이상하리만치 지지율 그래프에 탄력이 없습니다. 새해 들어 ‘경제 대통령’ 전략에 올인 하며 ‘오로지 민생과 경제’를 외치고 있고 탈모 정책 등 잇단 ‘소확행’ 전략으로 포인트를 쌓아가고 있지만 기대만큼 큰 지지율 반향은 없습니다. 실수는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골도 못 넣는 있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재명 캠프 측에서도 바로 이 부분에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먼저 이 후보의 현재 지지율은 정권재창출에 응답하는 비율에 거의 수렴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정권재창출을 원하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이 후보에게 거의 결집이 된 상태라는 것입니다.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지난 11~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38.8%, 이 후보는 32.8%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이때 ‘정권 재창출’은 35.6%, ‘정권 교체’는 57%로 나타났습니다. 이 후보의 지지율과 정권재창출이 3%포인트 차이로 엇비슷합니다. 하지만 윤 후보의 지지율과 정권교체론은 아직도 ‘갭’이 크게 존재합니다. 이것은 이 후보가 정권재창출을 바라는 진보 지지층을 거의 흡수한 상태라는 것입니다.


역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던 요인은 평균 35%대에 이르는 민주당 중심의 전통적인 진보지지층에 중도층의 지원이 더해졌을 때입니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승리했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51.55%를 얻었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48.02%를 얻었습니다. 이때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는 12월 16일 사퇴했기 때문에 문 후보의 득표율은 진보층과 중도층 일부를 끌어 모은 ‘최대치’였습니다. 19대 대선에서 당선된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41.08%였습니다. 이때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6.17%를 득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촛불정국의 호재 속에서도 문재인+심상정의 진보진영 득표는 47.25%였습니다. 18대 대선과 19대 대선의 진보진영의 ‘총합 득표’는 48%가 거의 맥시멈이라는 얘기입니다.


209590_412677_112.jpg (사진=연합뉴스)


이보다 거의 1%포인트(정확하게는 0.89%)를 더 획득했던 16대 대선의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득표율은 48.91%였습니다. 역대 대선의 진보진영 후보의 득표율은 50%를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보수진영은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51%를 기록한 바가 있습니다. 보수진영의 대선후보 득표율이 더 탄력적이고 확장성이 있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3자가 분열됐던 19대 대선 때의 보수진영 후보 총합은 52.20%였습니다. 우리나라 유권자의 투표 성향이 보수쪽으로 약간은 기울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기울어짐을 주도했던 층이 바로 중도층입니다. 이번 대선도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 여부에 따라 보수진영 단일후보가 50% 이상을 득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19대 대선의 문재인 후보 득표율(41%)에 근접하거나 그 이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이재명 후보는 50% 득표에 거의 근접했던 2002년 노무현 승리 모델을 따라야만 ‘확실히’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여전히 정권재창출론의 35%대 벽을 넘어 40%대를 안정적으로 뚫어내는 탄력적인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러다 무난하게 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이에 대해 “이제 이재명 후보가 보여줄 것은 거의 다 보여주었다. 그동안 윤석열 후보가 드러낸 비전과 리더십 부재로 이 후보의 비교우위가 확실히 드러났고 지도자로서의 역량과 실적도 뛰어나다는 것을 대중들이 인지하기 시작했다. 대통령감으로서의 이재명 후보 능력치는 최대한 발현된 셈이다. 그런데도 여론이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재명의 정책과 비전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전략을 수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정권재창출론으로 대변되는 민주당 지지층이 최대한 결집됐고 이재명 후보의 리더십과 능력도 최대로 부각되었지만 여전히 지지율은 40%대를 확실히 뚫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 후보가 그동안 엉뚱한 구멍을 파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여전히 중도층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이 후보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도덕성과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이 완전하게 클리어 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더구나 이 후보 측이 윤석열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취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대목입니다.


앞서의 정치 평론가는 이에 대해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이라야 상대의 부도덕성을 공격할 때 정당성이 확보되고 파괴력이 커진다. 이런 점에서 흠결이 적지 않은 이재명 후보의 네거티브 전략은 그 자체로 리스크가 크다. 최근 이 후보가 ‘군대도 안간 인간들이 멸공, 북진통일을 주장한다’고 했다가 국민의힘 측으로부터 ‘본인도 군대에 안 갔다 왔으면서 유체이탈식으로 본인은 제외하는 것도 이재명답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최근 김건희 씨 녹취록 공개에 야당이 ‘이재명 욕설도 틀어라’라고 반격하는 것도 이 후보에게는 곤혹스러운 장면이다. 이 후보가 네거티브로 상대후보를 공격할 때마다 야당에서는 ‘그럼, 이재명은?’ 전략을 펴고 있다. 이 후보가 상대후보를 네거티브 공격을 할 때 본인도 그 덫에 걸려 들어가는 것인데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효과를 낼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들어 이 후보 측이 김건희 씨 녹취록 파문 등에 말을 아끼며 적극 공세를 펴지 않는 것도 한 묶음으로 엮여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윤석열 후보의 헛발질로 빠져나간 지지층을 오롯이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윤 후보에게 등을 돌린 지지층이 이 후보로 가지 않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로 가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오르고 있습니다. 이렇듯 이 후보의 지지율 상승 요인은 이 후보가 최대치로 끌어올린 자체 경쟁력 덕분이지 윤 후보의 추락에 의한 반사효과는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후보로서는 윤 후보가 아무리 헛발질을 해도 그 반사이익으로는 대통령 자리에 갈 수 없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최근 들어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정권에서 탄압받았다’고 언급한 것도 자체 확장성을 넓히기 위한 고육지책 발언이었습니다. 문재인 정권과의 차별화를 통해 ‘이재명 정부’를 확고히 하겠다는 구상인데 이마저도 문 대통령의 임기말 지지율 고공행진으로 잘 먹혀들지 않습니다.


209590_412678_1153.jpg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이 후보에게 남은 마지막 급등의 비책은 무엇일까요? 민주당 일각에서는 “지지율 점프를 위해 카드를 던져야 할 때”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병원 의원은 11일 “거시적인 과제들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 예로 헌법 개정과 연금개혁 등을 들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마냥 ‘부자 몸조심’ 할 상황은 아니기에 논쟁적 이슈를 던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민주당의 한 당원은 이에 대해 “코로나 사태로 고통 받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등 파격적인 금전 지원책이 나와야 민심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가 고려해 볼만한 또 다른 비책은 결국 ‘통합 리더십’일 것입니다. 그는 한때 윤 후보에게 지지율에서 큰 차이로 뒤지고 있을 때 연정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1월 초 지지율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자 이 부분에 대해 한발 물러선 듯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자신의 통합정부 공약과 관련해 연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을 두고 “연정은 권력 자체를 나누는 것이다. 연정과 통합정부는 구분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국민들이 부여한 권한을 정치적 의도에 의해 마음대로 나누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불가피할 수도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국민이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데 다른 사람이 행사하면 안 된다. 사실 박근혜 정부의 '모 무슨 실 사건'(최순실 사건)은 권한과 책임은 일치해야 한다는 측면을 강조한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의 발언은 국민의힘 안철수,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 등과의 선거 연합이나 연대를 통한 연정 가능성에 완전히 선을 그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자신의 내각에 다른 진영의 인재를 ‘끼워넣기’ 정도는 할 수 있지만 ‘DJP 연합’처럼 내각에 일정지분을 할당하는 연정수준의 대대적인 통합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어려울 때는 연정수준까지 이야기 하더니 집권가능성이 높아지자 마음이 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합니다. 이 후보 입장에서 집권이 유력한데 굳이 다른 정파 인물을 내각에 기용해 불필요한 잡음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승자 독식주의가 횡행하는 현재의 캠프 분위기를 볼 때 ‘친 이재명’ 세력이 목숨 걸고 쟁취한 권력을 ‘타인’과 나눌 의지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장은 ‘통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후보가 얼마나 통 크게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어내느냐가 야권의 통합정치 포인트입니다. 여권도 이재명 후보가 이길 만한 선거임에도 권력균점 전략으로 대통합 전략을 펼쳐나간다면 얼음장같이 꽁꽁 언 중도층에도 봄바람이 불 수도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과연 ‘통합’의 대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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