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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지

by 성기노
L1000470.jpg 마지막 편지

낡은 우체통을 보니 우편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생각해보니 손편지를 썼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편지는 감정을 숙성시키고 차분하게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여과지 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모바일이라는 떼낼 수도 없는 족쇄에 묶여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메시지들을 발산하는 것 같습니다. 텅 빈 우체통을 보면서 '다시 편지의 시대는 올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텔레비전이 등장하고 라디오의 시대는 갔다고 했지만 최근 들어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새롭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편지의 시대'도 다시 올 수 있을까요. 그 시대가 온다면 그것은 '보이는 라디오'처럼 어떤 새로움으로 다시 우리들 앞에 서게 될까요. 여러분의 마지막 편지는 언제였는지요...


L1000459.jpg 겁(怯)

거의 매일 보는 것이지만 밤에 문뜩 보니 무서움(怯)이 밀려옵니다. 반쯤만 가려진 '창살'이지만 누구도 이 곳을 탈출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내가 속한 '이 곳'도 반쯤은 열려있지만 나는 그 곳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의 경계에서...


L1000446.jpg 그녀와 가로등

오늘도 도시는 무엇인가를 허물고 있습니다. 언제 어떤 것이 사라졌는지 관심도 없습니다. 인간은 개발에 소외돼 있습니다. 그녀는 그 개발의 흔적을 무심하게 지나갑니다. 그를 비추는 건 가로등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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