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우체통을 보니 우편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생각해보니 손편지를 썼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편지는 감정을 숙성시키고 차분하게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여과지 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모바일이라는 떼낼 수도 없는 족쇄에 묶여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메시지들을 발산하는 것 같습니다. 텅 빈 우체통을 보면서 '다시 편지의 시대는 올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텔레비전이 등장하고 라디오의 시대는 갔다고 했지만 최근 들어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새롭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편지의 시대'도 다시 올 수 있을까요. 그 시대가 온다면 그것은 '보이는 라디오'처럼 어떤 새로움으로 다시 우리들 앞에 서게 될까요. 여러분의 마지막 편지는 언제였는지요...
거의 매일 보는 것이지만 밤에 문뜩 보니 무서움(怯)이 밀려옵니다. 반쯤만 가려진 '창살'이지만 누구도 이 곳을 탈출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내가 속한 '이 곳'도 반쯤은 열려있지만 나는 그 곳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의 경계에서...
오늘도 도시는 무엇인가를 허물고 있습니다. 언제 어떤 것이 사라졌는지 관심도 없습니다. 인간은 개발에 소외돼 있습니다. 그녀는 그 개발의 흔적을 무심하게 지나갑니다. 그를 비추는 건 가로등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