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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녁 Feb 18. 2017

청춘 18

넷째 날

07:30

늦어도 새벽 5시에 일어나 하코다테 아침 시장을 가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늦잠을 자버려서 결국 10분 남짓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돌 수밖에 없었다. 해산물이 듬뿍 올라간 카이센동은 그저 가게 앞에 붙어 있는 사진으로만 감상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아침 시장의 뜨거운 열기를 기대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열차 시간에 겨우 도착한 덕분에 창가 자리를 보기 좋게 놓쳐버렸다. 출입문 쪽에 기대어 서서 홋카이도의 아침 풍경을 바라보며 도쿄를 향해서 가고 있다.





11:00

세이칸 터널을 통해 홋카이도에서 혼슈로 넘어왔다. 아오모리 역에 도착하여 역 바로 앞에 있는 네부타의 집 와랏세를 방문했다. 마쯔리에서 우승한 네부타가 전시되어 있었다. 실내에서 전시되어 있는 모습만으로도 박력이 대단했는데, 실제로 마쯔리 할 때 봤다면 어땠을지. 촉박한 시간 탓에 30분 정도 간단하게 관람하고 다시 열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향했다.





12:50

아오모리에서 아키타로 가는 열차 안. 열차는 평소 도쿄에서 타는 것과 그다지 차이가 없지만 창 밖으로 내비치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거친 산과 나무들 위로 눈이 쌓여 있고, 띄엄띄엄 조그만 집들의 모습이 이어진다. 열차 안은 사람도 거의 없고 의자 밑으로부터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이번 여행길에 들고 온 단 한 권의 책인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 매번 읽다가 중간에 그만둔 탓에 이번 여행에 열차 안에서 완독 할 생각이었다. 역시 책이 제일 잘 읽히는 장소는 열차 안인 것 같다. 이야기 속에 푹 빠져 있는 사이 열차는 쉬지 않고 남쪽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14:20

아키타 역에 도착했다. 다음 열차까지 한 시간가량 시간이 남아 역에 있는 백화점을 구경하고 아키타의 명물 오야코동을 먹었다. 평소 오야코동을 좋아해서 꽤 기대를 하고 먹었는데, 생각보다 평범한 맛에 실망을 감출 길이 없었다. 가격은 보통 먹는 오야코동의 두배가 넘었다. 내 입맛이 저렴해서 좋은 음식을 몰라봤던 걸 지도 모르겠다. 밥을 먹으며 문득 오늘이 토요일인 것을 깨달았다. 어찌 보면 요일이나 날짜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8:00

일이 잘 풀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열차에서 자리를 잘 못 잡은 덕에 세 시간을 서서 왔고, 가이드 북에서 소개한 해안 풍경은 해가 진 탓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 호텔을 싼 값에 얻었다고 좋아했지만 모르고 흡연실로 잡아놔서 오늘 하루 종일 몸에서 담배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20:00

쓰루오카에 도착했다. 인적 드문 동네. 정말 거리에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거리에는 이슬비가 촉촉해 내리고 있었다. 무서우리 만치 조용한 동네라 산책을 하는 것도 그리 쉽지가 않았다. 상점가는 모두 문이 닫혀 있고, 거리에는 사람이 없다. 하는 수 없이 마트에 들러서 저녁에 먹을 음식과 맥주 몇 캔을 사서 호텔로 돌아와 먹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지나가려 하고 있었다.




<청춘 18 4일 차 경로>

하코다테(6:53)----에사시 선---->(7:54)키고나이(8:03)----가이쿄 선---->(8:50)가니타(8:57)----쓰가루 선---->(9:43)아오모리(10:37)----오우 본선---->(13:53)아키타(15:16)----우에쓰 본선---->(17:08)사카타(17:22)----우에쓰 본선---->(17:08)쓰루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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