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나는 학점도 잘 받고 싶고 성우 공부도 계속하고 싶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고통받던 욕심비만 여대생이었다. 결국 졸업하기 전, 대학생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파서 휴학을 결정했다. 여느 휴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토익공부를 했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KBS 방송아카데미 성우 기초반을 수료했다.
- 아카데미를 수료했고, 9월과 11월. 두 번의 공채시험을 치렀고 -당연하게도-모두 떨어졌다.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나 자신의 부족함을 절절히 느꼈던 터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2015년을 맞이했다.
-꿀 같던 휴학을 마무리 짓고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복학신청을 하고, 수강신청을 했다. 이대로 학교로 돌아가기는 너무 아쉬워서 개강 한 달 전에 제주행 비행기표를 샀다.
-우습게도. 떠나기 며칠 전에 한 방송국에서 공채가 떴다. 대부분의 성우 공채는 1주일의 기간을 갖고 녹음파일과 이력서를 접수받는다. 지망생들은 그 기간 동안 피를 말려가며 녹음을 하곤 하는데 하필 여행기간과 접수기간이 겹친 것이다.
- 나는 시험을 포기하고 제주로 떠났다. 어쩌면 포기라는 말보다 도망쳤다는 표현이 더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엔 내 부족함이 전보다 더 잘 보이게 되어서 시험을 준비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이마저도 예비 백수를 앞두고 있는 지금이라면 사치스러운 생각이겠지만.
스무 살 첫 여행 이후 4년.
다시 홀로 떠난 제주.
다이어리와 캠코더를 말벗 삼아 걷는 길.
새삼스레 제주에 다시 반하고,
인연을 만들고, 그리운 인연을 만났던 여행.
그리고 내가 조금 더 성장했음을 느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