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나의 제주. 프롤로그.

by 꾸마

2011년.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보다 많았던 시절. 카카오톡보다는 문자를 주고받는 것이 보통이었던 때.. 나의 스무 살. 나는 무려 '밀레니엄 빼빼로데이'에 수능을 봤었고 재수하기 싫어 대학을 갔다. 파릇파릇한 신입생의 대학생활은 처음에는 적응하기에 힘들었지만 조금씩 동기들과 친해지면서 즐거워졌다.


지금은 SNS에 소식을 올려야 안부를 알 수 있는 사이가 되었지만 이 인연이 오랫동안 유지될 것만 같던 몇몇 동기들이 있었다. 함께 학교 근처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고, 노래방에 가서 조금 미친 사람처럼 노래 부르고, 시험기간에는 함께 공부를 하고, 시험이 끝나면 또 닭발에 소주를 먹었던..-그때 조금 더 망나니처럼 놀 걸 하고 가끔 후회한다. 어느 날, 누군가 제주도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제주를 가고 싶다기보다는 이 사람들과 제주를 가고 싶었다. 부푼 마음을 안고 여행 날짜를 조율하는데 이 날은 이 사람이 이래서 안되고 저 날은 저 사람이 저래서 안됐다. 결국 우리의 제주도 여행은 무산되었다.


너무 기대한 탓인지 실망이 컸다. 속상한 마음은 '그럼 나 혼자라도 가겠어!'하는 오기로 변했다. 한 번도 혼자 여행해본 적 없던 내가 무슨 용기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나름 최신폰이었던 베가 야누스로 찍은 사진.


처음으로 혼자 비행기표를 예매했고, 여행 계획을 짰다. 혼자서는 처음 타 보는 비행기, 처음 타 보는 제주 버스, 처음 가보는 게스트하우스, 처음 가보는 길....

처음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 조금 줄어들 때쯤, 다시 모든 것이 처음인 곳으로 떠났다.


그렇게

5년째 이어가고 있는 나와 제주의 인연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