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유롭게 써볼 순간이다 [브런치 팝업 전시]

처음, 여행, 도전

by 편J

브런치 팝업 전시, 처음 예약을 신청했을 때는 욕심이 시킨 일이었을까?

먼저 큰 업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나도 그렇게 됐으면 하는 생각이 앞섰을 것이다


같이 전시를 보는 사람들에게 말을 트고 브런치 생각과 혼자서 궁금했던 것들을 묻고 나눴다

브런치 작가님들은 낯을 가리면서도 이제 물들기 시작하는 은행잎 같았다

브런치가 절대 혼자 쓰는 공간이 아니라는 느낌, 그리고 우리는 서로 독자가 되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 팝업 전시는 지난 10년의 여정을 축하하고 함께 꿈꾸기를 소망하는 자리였다

1층은 프롤로그로 브런치의 꿈을 2층은 작가의 꿈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Zone1. 내면의 방에서 Zone2. 꿈의 정원으로 역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들과 작가들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브런치에서 당신의 이야기가 작품이 됩니다"

3층에는 흰색의 긴 테이블에 검은색의 펜이 놓여 있었다

작가의 길에서 물어야 할 질문들을 적어볼 수 있게

그리고 에필로그를 남기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면 어쩌지?'

마음속에서 눌러두고 있던 혼잣말

라이트를 비추어 보니 어둠 속에 답이 쓰여 있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때가 가장 자유롭게 써볼 순간이다"


브런치 팝업 전시가 열리고 있는 유스퀘이크의 넓은 창은 계절 풍경으로 꽉 차 있었다

고궁박물관의 지붕과 거리의 나무들, 사알살 나뭇잎이 흔들리지 않게 부는 바람이었다

눈에도 마음에도 하늘색이 물들길 바라며 먼저 하늘을 보는, 계절이 가득한 하늘이 내게 글이 되는 날이다


글감이 적힌 3개의 종이를 뽑았다

처음, 여행, 도전

마련된 종이에 글을 쓰고 싶어진 이유는 하나였다

테이블에 블랙윙 연필이 놓여있었던 것이다

연필을 잡아보고 글씨를 써보고 싶던 바람을 누릴 수 있었다


0. 도전

진하게 종이를 압도하는 검은 날개, 블랙 윙

브런치 팝업에서 만난 연필이다

끝에는 납작붓처럼 예쁘게 지우개가 달려있다

나는 연필이 욕심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1. 처음. 처음이라는 말을 고른 이유는 지금이 그 처음이기 때문일까?

늘 다시 시작하는 때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극적 행성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글의 우주는 너무 캄캄하고 혼돈이라서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

우연과 행운을 기다리며 그 말 밖에는 기댈 것이 없는 발행과 쓰기의 어디쯤.

너무 매달려서 여전히 땅에 붙어 있는 발, 브런치로 책을 출판하고 계속 멀리 나가는 작가들의 스토리는 현실감이 없다

유스퀘이크의 넓은 창으로 비춰오는


2. 여행... 가을 나무와 하늘이 마음을 당긴다

계절에게로 하늘에게로 나간다

햇살은 덤이다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여행이 여유롭다

만약 글쓰기가 여행이라면 지금은 가을에 있다

계절을 품은 여행도 글도 어쩌면 시간이 주는 행운일 거다

브런치 팝업이 불러낸 나의 여행

단지 글자에, 흑백의 흔적에 매달리지 않고 하늘색을 물들이려는 거기도 하다


3. 도전. 앞 문장에서 마지막 글자 '다'에 지우개를 밀었더니 흑연만 사라졌다

도전은 내가 만든 흔적이 남게 되는 일일까?

도전 보다 용기라는 말이 더 좋을 것 같다

글쓰기는 주먹을 불끈 쥔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삶을 살아내는 일, 다정하고 세심한 연필의 걸음,

남겨진 흔적.

어떤 지우개로도 '처음'을 지우지 못한다

블랙 윙, 검은 연필의 날개는 처음에서 여행을 건너 도전에 닿았다


단어로 마디를 정하고 그걸 연결하며 글을 써 보기.

재미있는 실험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