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소중함과 당연함

놓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by Kirei

당연한 것들의 자리


하루를 시작하면 눈이 떠지고, 창밖으로 햇살이 비추고, 곁에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린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수도, 시끄럽게 짖는 이웃집 강아지, 알람보다 먼저 깨우는 아침 햇살까지. 이 모든 것들이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익숙함은 편안함을 주지만, 동시에 무딘 감각을 만들어낸다. 우리 삶의 대부분은 그런 익숙한 당연함 속에 흘러간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당연했던 것들이 사라진다. 너무 바빠서 가족과 밥 한 끼를 같이 못 먹는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몸이 아픈 날, 소소한 일상이 무너지는 날. 그제야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언제나 곁에 있던 것들이, 늘 거기 있어줄 것 같던 존재들이, 사실은 기적처럼 소중했던 순간들이었다는 걸.


소중함은 사라지고 나서야 빛난다


사람은 잃어야만 깨닫는 존재일까. 가까운 친구가 멀어지고 나서야, 그 사람이 내게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를 깨닫는다. 늘 나를 기다려주던 가족이 지쳐 등을 돌리고 나서야, 그 인내가 얼마나 깊은 사랑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우리는 반복해서 놓친다. 그저 거기 있던 것들, 너무 가까워 보이지 않던 것들을.


소중함은 현재형이지만, 자주 과거형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 회한은 때로 늦은 후회로 남고, 한 사람의 삶을 뒤흔들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 이 순간의 ‘있음’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 지금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 내 이름을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 그 모든 것이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를, 소중한 지금이다.


무뎌지는 마음


당연함은 사람을 무디게 만든다. 처음엔 설렘이었고, 고마움이었고, 벅참이었던 일들이 어느새 그냥 ‘그런 것’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는다’는 말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이별과 상실을 겪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남긴 삶의 조언이다.


사랑도, 건강도, 일상도 마찬가지다. 늘 곁에 있기에 잊게 되고, 잊는 만큼 소홀해지고, 결국 소홀함은 사라짐을 부른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자주 묻자. 지금 내가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건 무엇인지, 그 안에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은지.


당연함에 가려진 감사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불을 켰을 때 불이 들어오고, 냉장고 문을 열면 먹을 게 있으며, 피곤한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사실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기본’이라 여기며 산다. 감사의 감각은 곧 소중함을 인식하는 힘이다.


지금 누군가의 손길, 말 한마디, 나를 위한 작은 배려들. 그것을 자주 떠올릴수록 삶은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고마움을 자주 느끼는 사람은 삶을 섬세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그런 사람일수록 ‘사라짐’ 앞에서도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미리, 충분히 그 순간을 살아냈기 때문이다.


소중함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당연한 존재였고, 또 누군가를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그렇기에 더 조심해야 한다. 소중한 것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도록. 누군가를 향한 고마움을 더 많이 표현하고, 일상의 평온에 감사를 전하며, 지금이라는 시간을 더 따뜻하게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


소중한 것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기억하는 것이다. 삶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고, 익숙한 모든 것들이 내일도 똑같이 있겠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니 오늘, 지금, 곁에 있는 것에 마음을 기울이자.

그 순간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진짜로 소중함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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