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잠시와 영원

스쳐가는 순간과 가슴에 남는 시간

by Kirei

스쳐가는 순간의 아름다움


삶은 매일같이 지나가는 잠시의 연속이다. 해가 뜨고 지는 하루, 스쳐 지나가는 인사, 우연히 들린 노래 한 소절, 햇살 아래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본 하늘. 이처럼 짧은 찰나의 순간들이 때로는 오히려 영원보다 더 깊이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어릴 적, 친구와 나눈 짧은 웃음 속에서 세상의 전부를 느끼기도 했고, 길거리에서 만난 낯선 이의 친절 하나에 오래도록 따뜻해지기도 했다. 그 순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지만, 그 안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녹아 있다.

잠시라는 시간은 늘 작고 사소하지만, 오히려 그 짧음이 순간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우리가 사진을 찍고, 기억하려 애쓰는 이유도 결국 그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삶은 언제나 앞으로 흘러가지만, 마음은 가끔 그 찰나의 순간 앞에 멈춰 선다.


영원을 꿈꾸는 인간의 마음


하지만 우리는 또, 영원을 갈망한다. 사랑이 영원하길, 관계가 변치 않길, 오늘의 평안이 오래가길 바란다. 어쩌면 인간의 가장 큰 욕심은 영원을 소유하려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물건을 남긴다. 영원이란 시간보다,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랑하는 이와 보낸 한 계절을, 떠난 이의 따뜻한 손길을, 나 자신이 웃고 있던 어느 날을 우리는 마음속 깊이 간직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원은 종종 잠시 안에 담긴다. 오래 지속된 관계가 아닌, 단 한 번의 진심 어린 말, 한순간의 눈빛이 삶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니 진짜 영원이란, ‘시간’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억은 잠시를 영원으로 만든다.


누군가는 잠시의 감정이라며 가볍게 넘기지만, 누군가에겐 그 짧은 순간이 평생의 위로가 된다. 우리는 사랑이 끝나도, 사람이 떠나도, 그들이 남긴 장면 하나로 살아간다.

추억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따뜻했던 오후의 햇살, 누군가의 미소, 어깨를 토닥이던 손길, 벚꽃이 흩날리던 거리. 우리는 그 순간들을 반복해 떠올리며 다시 살아낸다.

그러니 삶은 늘 현재로 가득 차 있지만, 마음은 어딘가 그 ‘잠시’의 순간을 끌어안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리움도, 회한도, 기쁨도 결국은 찰나로부터 비롯된 감정이다.

기억은 잠시를 붙잡아 우리 안에 영원으로 머무르게 한다.


잠시라도 진심이면, 그건 영원이다.


사람의 마음은 거짓 없이 흐른 순간에 반응한다. 꼭 오래 함께하지 않아도, 깊게 사랑하지 않아도, 단 몇 초간의 진심이 누군가의 삶을 따뜻하게 만든다.

우리는 삶의 크기를 ‘길이’로 재려 하지만, 사실 삶의 깊이는 ‘순간’으로 결정된다.

마음으로 나눈 대화, 눈빛에 담긴 진심, 차마 말하지 못했던 울림 같은 것들.

그 모든 순간은 어쩌면 영원보다 더 길게 우리 곁에 머문다.

그러니 우리는 순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잠시라도 웃었다면, 진심이었다면, 그건 누군가에게 영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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