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실수와 용서

나를 다치게 했던 것도, 나를 치유한 것도 결국 사람이었다.

by Kirei

누구나 실수한다는 말, 하지만


살면서 우리는 수도 없이 많은 실수를 한다. 사소한 말실수부터 되돌릴 수 없는 선택까지. 그때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라는 말이 들리곤 하지만, 정작 그 말이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실수는 때로 관계를 끊고, 마음을 아프게 하며, 삶의 방향을 크게 틀어놓기도 하니까.


가장 힘든 실수는, 나 자신에게 한 실수다. 남에게 실수했을 때는 미안하다고 말하고, 그 사람이 용서해 주길 기다리면 되지만, 내가 나를 실망시켰을 때는 그 미안함을 어디로 돌려야 할지 몰라서 더 괴롭다. '왜 그랬을까', '조금만 더 생각했으면', 그렇게 자책하다 보면, 실수보다 더 큰 고통이 따라온다.


용서라는 이름의 시간


용서는 흔히 ‘좋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실은, 용서란 마음이 다 다스려지고 난 뒤에 오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여전히 아픈 상태에서, 상처 입은 채로 스스로를 설득해야 하는 일이다. 용서는 '그 일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말이 아니라, ‘그 일로 모든 것을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내가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누군가가 나의 실수를 진심으로 용서해 줄 때, 그 관계는 단단해진다. 어쩌면 실수는 관계를 시험하는 불청객이 아니라, 신뢰를 증명하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너를 믿고 있어’라는 말이 오갈 수 있다면, 실수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법


살면서 가장 오래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은 의외로 '자기 자신'이다. 과거의 실수 하나를 몇 년이고 끌어안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순간에 혼자서 다시 아파하는 사람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보면, 실수는 흔적을 남기지만 그 흔적 위로 새로운 삶이 쌓인다.


자신을 용서한다는 건, 그때의 나도 최선을 다했다고 인정해 주는 일이다. 모든 걸 알고 선택한 사람은 없었다. 그 순간에는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기에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다. 그걸 받아들일 수 있어야, 앞으로의 삶도 다정하게 이어갈 수 있다.


결국, 사람으로 인해 사람은 다시 일어난다


실수를 통해 누군가는 멀어지고, 누군가는 더 가까워진다. 용서는 결국 관계의 진심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나는 내게 실수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내가 실수했을 때 누군가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그 속에서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를 발견한다.


그러니 실수를 두려워하기보단, 그 실수와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에 집중하고 싶다. 용서를 바라기보다, 먼저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누군가의 실수를 감싸안는 손이 될 때, 언젠가 나의 실수도 따뜻하게 품어줄 손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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