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깊어지는 나이. 지금은 34살.
#.어쩌다 일본을 왔다.
- 여기는 일본, 규슈의 가고시마현.
가고시마시 JR가고시마중앙역 스타벅스 한쪽 구석.
며칠간의 여행정리, 오늘 다녀온 '미야마 마을'을 마무리 하고 있는 중.
문득 일본어가 들려오면,
'그렇지, 나 일본에 있지.'란 생각이 든다.
#. 나의 여행의 시작.
대학교 친구들은 내가 이렇게 사진을 찍고, 여행을 가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고 했다.
직장 3년차.
다들 회사를 그만두느냐 마느냐의 길 앞에서 고민할때,
나는 취미로 사진과 여행을 선택했다.
처음 회사를 들어가서
매일 12시까지 야근에,
주말에는 자느라고 시간을 보내기를 1년, 2년.
체력을 좀 기를려고 집 앞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이 좀 붙으니 주말엔 잠만자는게 아까워 지기 시작하더라.
돈이 여유가 되니 취미를 찾기 시작했는데,
그게 사진이었지.
"다들 동호회 하나 해봐~."
라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
그것이 나에게는 사진이 되었던 거다.
그리고 사진이 여행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사진과 여행은 따로 생각할 수 없는 단어다.
#. 어쩌다 회사를 그만둬서는...
직장 8년차.
처음 들어간 회사를 7년이나 넘게 계속 다녔다.
'평생 직장'을 외치던 아버지 세대랑은 다르게 요새는 7년만 다녀도
'대단하다'라는 평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나는 7년이 쉬웠다.
일을 하면서 다음 휴일에 '여행'이 이었으니까.
여름 휴가를 5일 받아서는,
가까운 동남아로 여행 계획을 세웠다.
무려 2달이나 뒤에 가는 비행기 티켓이라고 해도,
결제를 하면서 부터는 그 자체가 즐거웠다.
동남아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관광지도.
그렇게 열심히 다니고 열심히 사진찍고,
하나씩 추억을 쌓아 갔다.
겨울은 빼고 봄,여름,가을.
사진을찍고
다음 여행이 있으니 회사는 그냥 다녀지게 되었는데....
욕심이 생긴거지.
기왕 그만두는 거 다른 회사 구하지말고
여행하고 쉬어보자.
3일,5일의 짧은 여행에는 이골이 났으니까.
그래서 난.
남들이 보면 무식한 행동을 했다.
회.사.그.만.두.기.
+ 대.책.없.이.
#. 여행 잡지사의 사이판 원정대에 덜컥 붙었다.
어머, 이건 회사를 그만 둔 운이야~.
회사 퇴사일을 일주일 앞둔 어느 날
원정대 발표 전화를 받았다.
여행을 그렇게 많이 갔어도 휴양지는 가본적이 없었는데,
원정대로 사이판엘 가게 되다니.
나 회사 그만두길 잘했나봐.
가슴이 콩닥콩닥 했다.
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원정대 여행에 당첨도 되는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10명의 원정대 친구들이 생기고,
우리는 열심히 취재를 하고,
사진도 찍고,
여행도 했다.
#. 그리고 동남아 40일 배남 여행을 했다.
나는 예전부터 언니에게 빌붙기로 약속을 했었다.
나는 회사를 그만 두었지만, 회사를 다니는 그 동안에도 주말마다
여행에 돈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모아둔 돈이 별로 없다.
그러니 다들 가라는 유럽여행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나마 동남아는 좀 만만해 보였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다시 동남아를 거쳐 돌아 오고 있는 친한 언니 옆에 찰싹 붙어서
동남아 여행을 하기로 했다.
계획도 없고,
정한 날짜도 없다.
그냥 언니가 있는 방콕행 비행기표만 끊어서 출발하면 될 일 이었다.
용감하게 티켓을 결제 했다.
나는 그렇게 방콕에서 언니를 만나,
40일이나 태국-말레이시아-캄보디아를 여행 했다.
#.어쩌다 일본을 왔다.
태국 여행 중, 끄라비 숙소에서
교수님의 연락을 받았다.
규슈 가이드북을 쓰자는 제안.
여행 가이드북을 쓸 기회가 생긴거야.
말이 되니 이게,
난 이 기회를 덜컥 물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진행하기로 했다.
동남아를 다녀왔으니 이제 나에게 남은 돈이 별로 없다.
취직을 해야 할텐데 걱정을 하면서,
규슈, 후쿠오카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면접을 봤는데 마음에 닿을리 없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결국,
또 대책 없이 비행기를 탔고,
JR가고시마중앙역 스타벅스 한쪽 구석에 지금 앉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