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닭갈비였으나 끝은... -1-

닭갈비로 시작한 후천적 돌+아이들의 어딘가 이상한 방황기.

by Kiris Kim

2010년 어느 여름.

매일매일 피방에서 조우하던 얼간이들의 식사시간.


친1 : "닭갈비 먹고싶다."

이건 웬 뜬금없는 닭갈비 타령이람?


친1 : "ㅋㅋㅋ, 춘천 갈래?"

얼씨구, 춘천을 가겠다고?


친2 : "그러던가."

이놈은 항상 그냥 "그러던가"밖에 말하지 않는다.


나 : "읭? 춘천? 진짜 감? 오버 아니가?"

에이 설마 진짜 가겠나...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ㅋㅋㅋ)

마침 휴가나오는 한놈까지 합세했다.


그리하여 어딘가 모자란 대화속에서, 우리는 춘천으로 가자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목적은... 그저 닭갈비였다.

처음엔... 그랬다.



그리하여 2010년 7월의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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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각자 배낭을 메고 경인선의 모 전철역에 나타났다.

군바리 한명은 군인정신으로 무장하여 맨몸에 PSP만 들고 나타났다.


우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전철역에서부터 삐걱대기 시작한다.


표 발매기 앞에서

"야, 청량리가 지상이냐 지하냐?"

"낸들 아냐..."

"아, 어디지?"

...지상이다 이놈들아...


헛소리로 얼룩진 전철을 타고,

이래저래 지상 청량리에 도착했다.




2010년에는 아직 경춘선 전철과 ITX가 없었다.

지금은 없는 춘천가는 무궁화호 기차.

무궁화호 표 4장을 끊고나니,

출발전에 점심을 먹고싶은가보다.


"콩국수 먹고싶다."

"난 냉면."


결국 청량리 지상역 근처의 식당을 찾다가,

배고픈 두명은 각자 냉면과 콩국수를

중국집에서 해결하게 된다.


중국집에서 뜬금없는 콩국수와 냉면...

그땐 왜 그 상황이 그렇게도 어이없었을까...



점심은 해결했고, 기차에 탑승했다.

기차여행 하면, 넷이 모여 헛소리를 늘어놓거나, 바깥 경치를 구경하거나,

뭐 그러는게 대학생 청춘 여행의 로망 아니던가.


로망은 개뿔.

한명은 출발도 안했는데 잠들고, 한명은 PSP를 들고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로망따위는 후천적 돌+아이 남정네 4명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었다.

...기대한 내가 바보다.

결국 나도 잠시 눈을 붙혔다.



결국 로망은 쥐뿔도 없이,

두시간여를 달려 남춘천역에 도착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지?"

"낸들 아냐..."

오늘 낸들 아냐를 몇번을 듣는거냐...

이 대책없는 놈들...

그래서 나는 그당시 최첨단 스마트폰을 꺼내서

"남춘천역 근처 닭갈비"를 검색한다.

검색해서 얻은 결과는, "닭갈비 골목"


한국의 한여름은 무시무시하다.

걷기엔 매우 짜증이 예상되니,

택시를 잡아타고, "닭갈비골목이요..."



그렇게 닭갈비 골목에 도착했다.


"야 나 현금이 없어서 돈 뽑아야되는데..."

"옆에 K은행 있네. 가서 뽑아."


"수수료 비싸. N은행 어디 없냐?"

"야 없을거야. 그냥 뽑아."


눈물의 수수료를 머금고...

친구는 K은행에서 돈을 뽑아온다.


다시 걷는도중,

혹시나 싶어 나는 내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느려터진 앱을 틀어 농협을 확인한다.


미안하다 친구야. 농협이 있었다.

뭐, 나도 후천적 돌+아이들의 일원이니까...

미안하다. 하하하!



명동 닭갈비골목에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주머니들의 호객행위가 끊이지 않았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마치 자동차를 딜러에게 사는 것 처럼

옵션과 가격을 따지기 시작한다.


"학생 여기 맛있어!"

맛있는건 둘째다. 어디든 맛은 같을 거 아닌가.


"학생! 음료수랑 아이스크림 공짜!"

"야, 음료수 공짜래. 가자."


너무 자연스럽게, 음료수 공짜에 이끌려

어느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식당에 들어갔다.

그땐 이상하게, 엄청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동네 닭갈비집이랑 별다른건 없는데...

다 먹고 퍼먹은 아이스크림도 굉장히 맛있었다.

사실 이것도 그냥 소프트아이스크림이었는데...


아무래도, 다같이 여행을 왔다는,

정신적인 플라시보 효과 같은 것이었으리라.



적당히 배가 불렀고, 적당히 춘천이나 둘러보다가 집에 가면 되겠거니... 했는데

이놈들, 뭔가 바로 들어가긴 아쉬운 모양이다.


혹시나 해서 1일짜리 가방을 가져오긴 했으니, 문제는 없다만.

그래서 길에서 광합성을 하며 고민을 하다가, 뜬금없이 버스터미널로 발길을 향했다.


어딘가 갈 곳은 찾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그리고 우리는 웬 말도안되는 행선지로 향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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