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도시에서 만난 아이맥스 영화

프라하, 시네마 시티 Cinema City Flora

by 제엠

중세 유럽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이 도시에서 뜬금없이 블록버스터, 그것도 아이맥스로 영화를 보게된 배경은 순전히 나의 충동과 날씨가 빚어낸 결과였다. 동유럽 여행 중 개봉한 <원더우먼>이 당시 DCEU 영화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호평이 자자했기 때문에 귀국하자마자 이 영화를 보리라 결심하고 있던 차였다. 그러던 중 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프라하에서 비가 쏟아졌다. 어짜피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그저그런 카페에서 시간을 죽이기보다는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는 쪽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Cinema City Flora


시네마 시티는 동유럽에 많은 지점을 거느린 멀티플렉스 체인이다. 현재 구글맵 기준으로 프라하에만 세 개의 지점이 나오는데, 내가 방문한 시네마 시티 플로라는 프라하 1,2지구에 비하면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3지구 Atium Flora 쇼핑몰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프라하 주요 관광지를 모두 거치는 지하철 그린라인에 Flora 역이 있기 때문에 여행객도 방문하기 어렵지는 않다.


https://maps.app.goo.gl/fzAX4kzAjL9iYDEz8


플로라 지점에는 없지만, 프라하에 있는 시네마 시티 영화관에는 4DX 상영관이 있다. 내가 방문한 당시 영화가 시작되기 전 4DX 광고가 라이브됐는데 프라하 한복판에서 뜬금없이 애국심이 고취되는 순간이었다.(아시겠지만 4DX는 우리나라 CJ가 독자 개발한 4D 상영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번쯤을 봤을 4DX 광고, 프라하에서도 동일한 광고가 상영됐다.


상영관에서 인상깊었던 기억은 한 가지 더 있다. 영화를 상영하기 전 나타난 직원이 스크린 앞에 서서 마이크를 들고 발표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체코어였기에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했는데 중간에 '모바일'이라는 단어를 줏어 듣고 영화 관람 전 휴대폰 전원을 끄라는 말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아날로그로 접하는 극장 에티켓 안내라니, 세계 어디든 멀티플렉스는 다 똑같을 줄 알았던 나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아이맥스 상영관 in Cinema City Flora


20170606_134203.jpg
20170606_134155.jpg
IMAX® theatre in Prague


프라하 시네마시티의 아이맥스관 사이즈는 25x20m로 수용 관객 인원은 약 380명이다. CGV 천호 아이맥스와 비슷한 스크린 사이즈로 70mm 필름 상영기를 사용한다. 아이맥스 70mm 필름 영화의 화질은 18K까지 구현 가능하며 전세계 30곳만이 존재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CGV 용산 아이맥스의 경우 4K까지의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ifzk21eh9mlb1.png 전세계 70mm 아이맥스 필름 상영관, 중간의 연보라색 컬러가 프라하 아이맥스 상영관이다. (출처 : 레딧)


나는 이 사실을 이 포스팅을 쓰던 중에서야 알게 됐다. 아이맥스 필름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는 건 내 오랜 소망 중 하나였는데 알고보니 이미 7년 전에 꿈의 상영관에 다녀왔던 것이다. (물론, 원더우먼1은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가 아니기에 앞서 설명한 아이맥스 필름의 화질로 영화를 감상한 건 아니다.)

미리 이 사실을 알고 이곳에 방문했다면 더 큰 감흥을 느낄 수 있었을까? 새삼 상영관 스펙에 그토록 집착했던 내가 얼마나 부질없었는지를 깨닫는 순간이다.



3D 안경은 선택사항입니다 고객님


원더우먼 IMAX는 3D로 상영됐다. 그런데 예매 당시 특이한 옵션을 볼 수 있었다. 일회용 3D 안경을 포함하거나, 비포함 하는 두 가지 옵션으로 티켓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3D 안경을 가지고 있는 관객이라면 개인적으로 안경을 지참해 관람할 수 있는 점이 인상깊었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다회용 안경을 사용하던 곳들이 꽤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대부분의 상영관이 일회용 3D 안경을 지급했다. 특별관 관람 비중이 높았던 2022년 개봉작 아바타2의 경우, 약 570만 개 가량의 일화용 3D 안경 쓰레기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새삼 당시 우리나라 영화관에 프라하 시네마 시티와 비슷한 시스템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편의성을 고려했을 때 3D 안경을 별도로 판매하는 시네마 시티의 정책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이었을지는 모르겠다.(나 역시 3D 안경을 포함한 티켓으로 결제했으니) 지난해 재고로 남아있는 일회용 안경을 재활용하고 점차 다회용으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한 CGV의 방침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보이긴 한다. (출처 : 인사이트 코리아) 하지만 당장에 다회용 안경으로 교체할 수 없다면 최소한의 옵션이라도 제공하는 쪽이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은 여전히 버릴 수 없다.


20170606_130122.jpg 시네마 시티 Flora 영화 티켓, 3D 안경 포함 가격은 249 코루나(한화 기준 1만 4천원)
매거진의 이전글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관에서 영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