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연장

우리 회사는 DT를 어떻게 도입해야 하나?

by 현실컨설턴트

얼마 전에 집에 배관이 막혔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업체를 하나 찾았습니다. 연락을 드렸더니, 다음 날 젊은 분이 깔끔한 공구통을 들고 왔습니다. 뭔가 전문가 냄새가 나고 잘 정리된 공구통 안을 보니 믿음이 갔습니다. 하지만 이 분은 하루 종일 집안을 들쑤셨지만 결국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날 저녁에 어쩔 수 없이 관리 사무소에 전화를 했습니다. 혹시 다른 집에도 비슷한 일로 사람을 부른 일이 없나 하구요. 한 분이 있으시다고 하더군요. 다음 날, 옛날 중국영화에서 쿵후 사부 같으신 분이 낡은 공구통과 이상하게 생긴 갈고리 비슷한 쇠줄을 들고 오시더군요. 첫 인상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그 이상한 쇠줄로 몇 군데를 쑤시시더니 금방 원인을 찾고 해결한 겁니다.

6편에 이어서 언제 DT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할지, DT를 위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의 핫한 기술을 어떻게 도입해야 할지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 답은 회사마다 다를 수 있지만 평균적인 판단의 기준이 두 가지 있다고 말씀 드렸죠.

첫 번째는 6편에서 말씀 드린, “도구는 도구일 뿐, 목적이 아니다”는 것이었죠. 7편에서는 두 번째 기준을 얘기할 겁니다. 우리 회사의 목적에 맞는 도구(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기술)를 선택해 도입했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시 내공을 뿜어내시던 그 분 이야기로 돌아가보죠.

저는 그 쇠줄이 탐났습니다. 그래서 여쭈었죠. 그거 어디서 사신 거냐고. 산 것이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일을 30년 넘게 하시면서 스스로 고안하고 개선한 결과물이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각 부분이 또 근처의 오래된 아파트에 적합하게 고안되어 있다 하셨습니다.

장인.png 신삥과 고수의 차이

자부심 뿜뿜 뿜어나는 고수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데자뷰 같은 장면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분명 비슷한 경험이 하나 있었습니다. 갓 사회에 나와 햇병아리 시절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자회사에 견학을 갔습니다. 그때는 그런 일이 많았죠. 공장에 들어갔더니 다양한 기계들이 한 줄로 죽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 중에 특히 눈에 들어온 장비가 칩마운터라는 녀석이었습니다. 전자 기판에 미리 프로그램 된 대로 부품들을 자동으로 부착하는 기계였죠. 경험이 없었던 제가 보기에는 그 기계과 거의 모든 일을 다 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마지막 최종검사와 이동만 사람이 하는 듯했죠. 그런데 그 칩마운터는 장비제조 회사에서 사온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이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데, 왜 직접 제품을 만들지 않고 장비를 만들어서 팔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리석은 질문이었죠. 같은 회사에서 생산된 기계들이지만 그 기계를 자신의 회사 제품에 맞도록 변경하고 각 기계들 간의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생산성과 제품의 품질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을 회사생활을 좀 더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높은 수준의 회사일수록 제품을 개발하는 초기에 장비 제조회사와 같이 협업하여 개발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그때 알았습니다. 아무리 범용 장비라 해도 어떤 회사가, 어떤 직원이 쓰느냐에 따라 과정도 결과도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말이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관계되어 있는 수 많은 기술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함께 언급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은 근본적으로는 젊은 배관공이 가진 신삥 공구통일 뿐입니다. 그것을 활용해 고수용 전용 연장을 만드는 것은 배관공의 기량 차이죠. 그리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해 내려면, 먼저 내 안을 살피고 내 제품과 핵심역량에 날개를 달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다양한 기술과 도구를 섞고 조합해 ‘고수의 연장’을 만드는 것이 맞습니다.

자신만의 연장을 만들 때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반드시 자신의 생각과 손을 거쳐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구의 기본 재료는 공구상가에서 살 수 있겠지요. 그러나 조합과 변형에 스스로의 생각이 들어가야 됩니다. 그래야 실전에서 유연성이 생깁니다.

젊은 배관공이 가졌던 새 공구세트만을 가지고는 현장에서 자주 곤란함을 겪을 겁니다. 누구라도 어느 정도의 돈만 지불하면 가질 수 있는 도구이고 그것으로 쌓을 수 있는 노하우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자신만의 도구를 가지셨던 배관공은 다양한 상황에 손쉽게 대응이 될 겁니다. 물론 자신이 만든 특화된 도구의 힘도 크겠지만, 그 도구를 만들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쌓인 노하우를 시의 적절하게 꺼내 사용하실 거니까요. 필요하면 언제라도 도구를 그 자리에서 수정해 사용하시겠죠. 이걸 개인에 적용해 말하면 임기응변 능력이고, 기업으로 따지면 기민성(Agility)이 높다고 하죠. 이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 자신이 필요한 것을 정확히 알고,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도 이 능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픈 교훈을 코로나 사태를 통해 배운 기업들이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디지털 전환의 핵심 선수 중 하나는 단연 공유 경제였죠. 공유라는 기치를 걸고 에어비앤비는 세계 최대의 호텔 체인을 추월했고, 우버는 렌터카 산업을 고사직전까지 몰고 갔습니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하나가 두 기업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타인의 집과 차를 완전히 신뢰하고 사용할 수 없는 상황변화가 ‘비대면’이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거스를 수 없을 것 같던 ‘공유 경제’라는 큰 물결을 막아선 겁니다. 물론 이 싸움의 끝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죠. 이런 상황에서 자신만의 능력과 노하우에 새로운 기술을 빠르고 적절히 적용해 경쟁력을 먼저 확보하는 쪽이 이길 거라는 점입니다.

그런 움직임은 벌써 시작 되었더군요. 며칠 전, 출장을 갔다 역으로 가는 길에 카카오택시를 탔습니다. 택시 유형이 하나 더 늘어 있더군요. 그 옆에 바퀴벌레잡이로 유명한 회사 표시가 있더군요. 그리고 이런 문구가 깜빡 거립니다. “000과 함께하는 T 블루 바이러스 케어”. 카카오가 원래 가졌던 디지털 연장에 다른 고수의 전통 연장을 빌려와서 꽂아 넣은 격입니다.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되지 않은 기업이라면 이렇게 빠른 대응이 가능했을까?’

‘반대의 경우(전통기업이 디지털기업의 기술을 접목)도 이렇게 빠르고 유연하게 됐을까?’

세스코.png 발빠른 협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오늘부터 시작해서 어제까지 전혀 안 하던 것을 갑자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하는 일을 좀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내가 가진 역량을 좀 더 강하고 유연하게 만들 방법을 새로 나온 기술과 연장, 전통의 도구나 일반도구에서 찾아 쓰는 것입니다.


- 도구는 도구일 뿐, 목적이 아니다.

- 나에 맞는 도구를 도입했다면, 나에게 맞춰진 맞춤형의 도구를 만들어야 한다.


두 가지 개념을 확실히 장착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현장에서 맞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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