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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실컨설턴트 Mar 16. 2023

욕망은 자원 확보의 문제

예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약 천년 전중국 송나라 시절 이야기입니다한 아이가 커다란 장독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어른들이 사다리 가져와라밧줄 가져와라요란법석을 떠는 동안 물독에 빠진 아이는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습니다그때사마광(중국 북송의 정치가)이라는 꼬마가 옆에 있던 돌멩이를 주워 들고 그 커다란 장독을 깨버렸습니다.


독을 깨는 꼬마 사마광


경험 많고사리분별 빠른 어른들의 머리에는 장독값물값책임소재가 가득했을 겁니다그렇게 시간 낭비하다가 정작 사람의 생명을 잃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죠더 귀한 것을 얻으려면 덜 귀한 것을 버려야 합니다그것도 적절한 순간에너무 늦어버리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순간순간 가장 소중한 것을 골라내는 ,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해 덜 중요한 것을 버릴 수 있는 판단력과 용기, 그것이 뛰어난 컨설턴트의 자질입니다뿐만 아니라 모든 경영자일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기도 하죠.




()의 기원


중국 고대 철학자 ‘순자’는 예(禮)의 기원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욕망이 있고, 그 욕망을 충족하지 못하면 충족하려고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 일정한 법도와 한계가 없으면 필연적으로 분쟁이 생긴다. 분쟁하면 혼란해지고, 혼란하면 궁해지는 바, 이런 무질서(혼란)를 우려하여 예절과 의리(禮義)를 제정하여 분별을 두어, 사람들이 욕망을 만족시키고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욕구가 지나쳐 물질을 고갈시키거나 혹은 물질이 모자라 욕구에 미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양자가 서로 보조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것이 바로 예(禮)의 기원이 되었다.

욕망은 곧 자원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의 문제입니다자원은 사람토지무기뭐든지 가능하죠자원이 있으면 우선순위가 생깁니다예의라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에 불과하지요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갑니다그래서 우선순위를 지혜롭게 정해줄 사람을 정하기 시작했겠죠그게 권력이 되고, 왕이 되고국가가 되었을 겁니다.

좋은 말로만 하니 또 혼란이 생기지요그래서 좀 더 강력한 예의 집행 수단이 필요했을 것이고그것이 제도나 법규가 되었겠지요중국 철학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예란 일이 생기기 전에 제재하는 것이며, 법이란 일이 생긴 후에 제재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로 넘어와 관점을 조금 바꾸면 국가의 자리에 기업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기업이 끊임없이 항상 잘해야 하는 일이 제한된 자원의 할당이지요단지 그 지향점이 조금 다르죠국가는 이상적인 경우국민의 최대행복을 향합니다많은 경우 소수의 권력유지를 위하기도 하죠기업은 이익의 극대화입니다

시스템이 안정화되어 있을 때는 독을 깰 일이 없습니다단지 정해져 있는 프로세스에 따르면 됩니다어린 아이가 큰 독에 빠지는 일은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아니지요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어떻게 자원을 할당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그때 정착된 시스템에 매몰되지 않은 맑은 광인의 눈이 필요한 거죠이것저것 계산하지 않았던 어린애의 돌멩이 같은 거요이런 것을 사회에서는 혁명이라 하고기업에서는 혁신이라 부릅니다.


 



결과를 보면 너무 뻔한 판단들을 기업 세계에서 내놓으라 하는 스마트한 사람들은 잘 해냈을까요


장독을 깨는 타이밍


제때 독을 못 깨서 회사가 망가진 경우와 스스로 독을 깨서 최고의 회사가 된 사례가 있습니다지겨울 만큼 인용되어서 웬만하면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아쉽게도 그만한 사례가 없네요

우물쭈물하다가 타이밍을 놓친 대표적인 사례는 코닥(Kodak)입니다. 1970년대 디지털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했지만당시 자사의 가장 큰 수익원이었던 필름의 시장 잠식을 우려해서 시장에 내놓지 않았죠그러는 사이 소니를 대표로 하는 다른 회사들이 디지털 카메라를 내놓았고 결과는 아시는대로 입니다

정 반대의 결정을 내린 경우가 애플의 스티브잡스였습니다결과가 좋아 위인으로 추앙 받고 있지만 솔직히 좋은 사람은 아니죠절대 상사로는 모시고 싶지 않고요그에게도 코닥의 경영진에게 닥쳤던 딜레마가 찾아 왔습니다스마트폰을 시장에 내 놓을 것인가시기를 늦출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었죠그때 애플은 아이팟이라는 MP3 플레이어로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었거든요스마트폰이 나오면 그 시장은 줄어들 수 밖에 없었죠스티브 잡스는 다르게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경쟁자가 먼저 할 것이고 결국 아이팟 시장을 뺏길 것이다.‘

그 결정의 결과가 지금 여러분 손 위에 있는 스마트폰입니다


제가 일하는 바닥에도 최근 장독을 깰 일이 많습니다클라우드 서비스로 갈아 탈 것인지가 그렇고, chatGPT라는 요상한 녀석의 등에 타야할지우리 새끼를 키워야 할지도 그렇습니다몇 년이 지나면 아이조차 쉽게 판단할 만큼 명백한 일이 될텐데 왜 결정이 그렇게나 어려울까요당장은 독을 깨는 것이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분야로 조금 디테일하게 들어가 보겠습니다최근 클라우드로의 전환이 대세입니다클라우드 서비스의 본질은 기업이나 개인이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던 IT 자원을 필요한 만큼 빌려 쓰는 겁니다여기에 풀어야 할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대체 어디까지 빌려야 할까?'

지금 막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나 아직 정보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전인 중소기업의 경우는 고민할 이유가 없습니다. 모두 빌리면 되지요. 사업 성장 속도에 따라 유연하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와 협의해서 투자를 늘려가면 됩니다. 반면 이미 많은 투자가 이뤄진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의 경우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 결과로 여러 가지 운영형태가 섞이고 어중간한 전략이 만들어집니다. 이미 막대한 투자가 집행되었고, 운영을 하는 인력도 수백 명에 이릅니다. 게다가 오랜 기간 정보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정립된 자사에 최적화된 프로세스도 한 순간에 버리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어른이라면 돌을 들었다 놓았다 할 수밖에 없겠죠.




사마광이라는 꼬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독이 깨지고, 물이 사방에 고이고, 마당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엄마는 어떻게 말했을까요?

"아이구통찰력 있는 내 아들니가 아니었으면 우리가 의사결정을 제대로 못해서 애가 죽을 뻔 했구나?"

이랬을까요아닐 겁니다사마광은 그날 태어난 후 가장 크게 혼났을 겁니다그렇지 않았다면 먼 훗날 그 날을 이렇게 기억하지도 못 했을테죠조금만 기다렸으면 어른들이 어련히 알아서 했을텐데왜 조그만 아이 놈이 나섰느냐고 야단을 맞았을 겁니다아마도 옆에 아무 말없이 엄마 치마폭에 폭 쌓여 있던 침묵했던 동생 녀석이 더 귀여움을 받았을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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