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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실컨설턴트 Aug 09. 2023

탄소

탄소는 전자를 공유할 기회가 오면 거부하지 않지만 남의 전자를 함부로 탐하지도 않습니다. 원자핵과 전자가 비교적 가까이 있어서 잘 깨지지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어떤 경우에도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런 것을 유식한 말로는 '중용'이라 하고 직관적인 용어로 '어중간하다'라 합니다. 학자들은 이런어중간함 덕분에 탄소가 생명 탄생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합니다. 자기네끼리도 잘 뭉치고 다른 원소와도 잘 어울리니까요. 사람으로 따지면 '우리'와 '그들'을 차별하지 않는거죠. 탄소끼리 뭉칠 때나 황, 인, 산소, 질소와 결합할 때나 껴안는 힘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고도 서로 다른 여러 원자 사이를 오갑니다.

탄소원자

여자는 '산소같은 여자'가 되어야 된다고 부추기던 오래 전 광고가 있었습니다. 잘못된 것 같습니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의 해석을 빌리자면 사람은 산소가 아닌 탄소같은 존재일 때 빛나는 것 같습니다. 상황에 따라서겠지만요.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갈리아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진다고 로마인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었음에도 로마가 대제국을 건설해 그토록 오랫동안 번영할 수 있었던 것은 타민족에 대한 개방성과 유연함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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